[노동개혁 속도 낸다] 한국 노동시장 16년 '역주행'…고용 유연성 58위 → 133위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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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노동개혁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 핵심"
역대정부, 노사정委 내세워 정치적 타협
500대 기업 43% "노동규제 개선 시급"
국회, 노조 눈치 보면 개혁 또 물 건너가
역대정부, 노사정委 내세워 정치적 타협
500대 기업 43% "노동규제 개선 시급"
국회, 노조 눈치 보면 개혁 또 물 건너가
정부가 16년 만에 정규직 고용 유연성 제고를 골자로 한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경제 불씨를 살리기 위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과제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조와 사용자, 정치권의 극심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노동시장은 내년이 박근혜 정부 임기 내 개혁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여서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선진국이 실시한 경제 구조 개혁의 핵심은 노사문제였다”며 “독일과 아일랜드의 노동시장 구조 개혁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16년간 고용 경직성 높아져
정부가 노동 개혁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를 계기로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때마다 노조의 총파업 등으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자 노사정위원회는 번번이 정치적 타협을 통해 노동시장 경직화를 초래하는 제도만 도입했다.
1998년 2월 첫 노사정위원회는 정리해고 제도를 도입했으나 오히려 고용시장의 경직화를 낳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 노조와의 협의, 고용노동부 장관의 허가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도록 근로기준법(24조)에 명시해 사실상 정리해고를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 조치라며 도입한 비정규직 보호대책, 정년 60세 법제화, 고용형태 공시제, 대체휴일제,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 등도 정규직 고용 유연성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은 정규직의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지만 1998년 이후 개혁 조치는 한 번도 없었다”고 시인했다.
◆노동경쟁력 세계 최하위 수준
실제 한국의 이런 정책들은 고용 경직성을 초래,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국가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훼손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캐나다 프레이저연구소의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도 보고서’(2012년)에 따르면 한국의 고용시장 유연성 순위는 2000년 58위에서 2003년 81위, 2012년 133위로 급락했다. 근로자 채용과 해고가 어려울 뿐 아니라 비용도 많이 들고 노동 관련 규제가 많다는 게 주된 이유다.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는 “노동 규제에 관한 한 한국은 저개발 국가들과 비슷한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며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 부문에서도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포르투갈에 이어 2위를 기록할 정도로 경직성이 심하다”고 말했다.
◆경제 활성화에 최대 걸림돌
노동시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정규직 과보호는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노동 관련 규제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는 응답이 43.8%로 가장 많았다.
정부는 고용 경직성이 투자를 저해하고 경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면 결국 고용 증가와 소비 증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최 부총리가 언급한 독일 또는 아일랜드식 노동시장 구조 개혁이 한국에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독일의 구조 개혁은 실업자 복지혜택을 줄이고 정규직 과보호를 철폐하는 등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골자였고, 아일랜드 모델은 노·사·정 대타협이 핵심이었다. 이를 위해선 노조의 양보뿐 아니라 정부 내의 협조, 일관된 정책, 정치권의 조정 등이 필요하다.
박 교수는 “고용 유연성의 핵심은 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등 지나친 정규직 보호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노동계를 의식한 정치권이 소극적으로 나오면 고용 유연성 달성은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선진국이 실시한 경제 구조 개혁의 핵심은 노사문제였다”며 “독일과 아일랜드의 노동시장 구조 개혁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16년간 고용 경직성 높아져
정부가 노동 개혁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를 계기로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때마다 노조의 총파업 등으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자 노사정위원회는 번번이 정치적 타협을 통해 노동시장 경직화를 초래하는 제도만 도입했다.
1998년 2월 첫 노사정위원회는 정리해고 제도를 도입했으나 오히려 고용시장의 경직화를 낳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 노조와의 협의, 고용노동부 장관의 허가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도록 근로기준법(24조)에 명시해 사실상 정리해고를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 조치라며 도입한 비정규직 보호대책, 정년 60세 법제화, 고용형태 공시제, 대체휴일제,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 등도 정규직 고용 유연성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은 정규직의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지만 1998년 이후 개혁 조치는 한 번도 없었다”고 시인했다.
◆노동경쟁력 세계 최하위 수준
실제 한국의 이런 정책들은 고용 경직성을 초래,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국가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훼손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캐나다 프레이저연구소의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도 보고서’(2012년)에 따르면 한국의 고용시장 유연성 순위는 2000년 58위에서 2003년 81위, 2012년 133위로 급락했다. 근로자 채용과 해고가 어려울 뿐 아니라 비용도 많이 들고 노동 관련 규제가 많다는 게 주된 이유다.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는 “노동 규제에 관한 한 한국은 저개발 국가들과 비슷한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며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 부문에서도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포르투갈에 이어 2위를 기록할 정도로 경직성이 심하다”고 말했다.
◆경제 활성화에 최대 걸림돌
노동시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정규직 과보호는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노동 관련 규제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는 응답이 43.8%로 가장 많았다.
정부는 고용 경직성이 투자를 저해하고 경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면 결국 고용 증가와 소비 증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최 부총리가 언급한 독일 또는 아일랜드식 노동시장 구조 개혁이 한국에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독일의 구조 개혁은 실업자 복지혜택을 줄이고 정규직 과보호를 철폐하는 등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골자였고, 아일랜드 모델은 노·사·정 대타협이 핵심이었다. 이를 위해선 노조의 양보뿐 아니라 정부 내의 협조, 일관된 정책, 정치권의 조정 등이 필요하다.
박 교수는 “고용 유연성의 핵심은 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등 지나친 정규직 보호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노동계를 의식한 정치권이 소극적으로 나오면 고용 유연성 달성은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