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에너지 패권전쟁…'감산 vs 동결' OPEC 막판 샅바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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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에 목매는 신흥국
러, 유가회복 안되면 디폴트 우려…베네수엘라, 원유로 외화 97% 벌어
유가하락 부채질하는 미국
해저유전 개발 재개 움직임…원유개발 프로젝트 착수
주도권 지키려는 사우디
점유율 하락 우려…감산 반대…이란 "100만배럴 줄이자" 요구
러, 유가회복 안되면 디폴트 우려…베네수엘라, 원유로 외화 97% 벌어
유가하락 부채질하는 미국
해저유전 개발 재개 움직임…원유개발 프로젝트 착수
주도권 지키려는 사우디
점유율 하락 우려…감산 반대…이란 "100만배럴 줄이자" 요구
세계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패권 경쟁이 치열하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5달러 선까지 떨어진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 12개 회원국 석유장관이 오는 27일 오스트리아 빈에 모여 가격 하락 방어를 위한 감산 합의를 시도한다. 회의 결과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미국과 러시아, 중동 산유국은 물론 남미·아프리카의 신흥국 금융시장도 요동칠 전망이다.
◆감산 합의에 목매는 신흥국
2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이번 OPEC 회의에 알렉산더 노박 에너지 장관과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이고르 세친 회장 등 ‘거물급’을 보내기로 했다. 러시아는 OPEC 비(非)회원국이지만 유가 폭락으로 경제가 벼랑 끝에 몰리자 OPEC 회원국을 설득해 감산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체 수출의 3분의 2를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에 의존한다. 러시아 경제는 올 들어 유가 급락과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서방국가의 경제 제재로 심각한 침체 국면을 맞고 있다. 유가가 회복되지 않으면 국가재정이 고갈돼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루블화 가치는 지난 3개월간 23% 폭락했고, 환율 방어를 위한 수입 통제로 생필품 가격은 급등했다. 서방의 경제제재로 자금줄이 끊긴 석유회사 로스네프트가 러시아 정부에 440억달러의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등 5000억달러에 달하는 국영기업 부채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 정부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남미 산유국 베네수엘라는 국가부도 직전까지 와 있다. 미국 에너지 전문매체인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외화수입의 97%를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는 외화 부족으로 식량과 의약품 부족 사태에 직면했고, 올 들어 물가상승률은 60%가 넘는다.
◆미국, OPEC 의존도 30년래 최저
반면 유가 하락을 통한 경기회복과 국제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미국은 셰일원유 생산과 수출 확대를 통해 OPEC 산유국을 압박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하루평균 1382만배럴로 지난해보다 12% 증가했다. 내년에도 1505만배럴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OPEC 회원국의 올해 하루평균 생산량 3032만배럴의 절반에 육박하는 양이다.
최근엔 2010년 영국석유회사 BP의 원유 유출 사고 이후 4년 넘게 중단됐던 멕시코만 일대 해저 원유개발 프로젝트까지 재개되면서 유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로열더치셸, 엑슨모빌, 셰브론 등 석유메이저들이 2016년 이 지역에서 하루 19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기 위해 원유시추 설비를 투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국 내 원유생산량이 늘면서 미국의 OPEC 의존도는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8월 OPEC의 원유수출국 중 미국 비중이 1985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40%로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1976년에는 이 비중이 88%에 달했다. 미국은 지난 7월 OPEC 회원국인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 나이지리아로부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이란, 감산 압박…사우디는 요지부동
전문가들은 OPEC이 27일 회의에서 감산에 합의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OPEC 내부의 복잡한 역학관계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이번 회의에서 하루 100만배럴의 감산을 제안하면서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압박할 예정이다. 이란은 중동지역 패권을 놓고 경쟁 중인 사우디가 이란의 경제를 약화시키기 위해 감산에 나서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란 외에 리비아와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등이 감산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세계 석유시장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사우디는 감산 요구에 요지부동이다. 감산하면 유가 하락은 막을 수 있지만 미국 셰일업체들에 밀려 시장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최근 “국제유가는 100%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정치적 가격이나 목표가격은 없다”며 감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쿠웨이트도 감산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OPEC이 감산 합의에 실패할 경우 원유 가격이 배럴당 60달러대에 진입할 수도 있다”며 “이번 회의가 향후 OPEC의 운명을 가르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감산 합의에 목매는 신흥국
2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이번 OPEC 회의에 알렉산더 노박 에너지 장관과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이고르 세친 회장 등 ‘거물급’을 보내기로 했다. 러시아는 OPEC 비(非)회원국이지만 유가 폭락으로 경제가 벼랑 끝에 몰리자 OPEC 회원국을 설득해 감산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체 수출의 3분의 2를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에 의존한다. 러시아 경제는 올 들어 유가 급락과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서방국가의 경제 제재로 심각한 침체 국면을 맞고 있다. 유가가 회복되지 않으면 국가재정이 고갈돼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루블화 가치는 지난 3개월간 23% 폭락했고, 환율 방어를 위한 수입 통제로 생필품 가격은 급등했다. 서방의 경제제재로 자금줄이 끊긴 석유회사 로스네프트가 러시아 정부에 440억달러의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등 5000억달러에 달하는 국영기업 부채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 정부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남미 산유국 베네수엘라는 국가부도 직전까지 와 있다. 미국 에너지 전문매체인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외화수입의 97%를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는 외화 부족으로 식량과 의약품 부족 사태에 직면했고, 올 들어 물가상승률은 60%가 넘는다.
◆미국, OPEC 의존도 30년래 최저
반면 유가 하락을 통한 경기회복과 국제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미국은 셰일원유 생산과 수출 확대를 통해 OPEC 산유국을 압박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하루평균 1382만배럴로 지난해보다 12% 증가했다. 내년에도 1505만배럴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OPEC 회원국의 올해 하루평균 생산량 3032만배럴의 절반에 육박하는 양이다.
최근엔 2010년 영국석유회사 BP의 원유 유출 사고 이후 4년 넘게 중단됐던 멕시코만 일대 해저 원유개발 프로젝트까지 재개되면서 유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로열더치셸, 엑슨모빌, 셰브론 등 석유메이저들이 2016년 이 지역에서 하루 19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기 위해 원유시추 설비를 투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국 내 원유생산량이 늘면서 미국의 OPEC 의존도는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8월 OPEC의 원유수출국 중 미국 비중이 1985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40%로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1976년에는 이 비중이 88%에 달했다. 미국은 지난 7월 OPEC 회원국인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 나이지리아로부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이란, 감산 압박…사우디는 요지부동
전문가들은 OPEC이 27일 회의에서 감산에 합의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OPEC 내부의 복잡한 역학관계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이번 회의에서 하루 100만배럴의 감산을 제안하면서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압박할 예정이다. 이란은 중동지역 패권을 놓고 경쟁 중인 사우디가 이란의 경제를 약화시키기 위해 감산에 나서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란 외에 리비아와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등이 감산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세계 석유시장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사우디는 감산 요구에 요지부동이다. 감산하면 유가 하락은 막을 수 있지만 미국 셰일업체들에 밀려 시장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최근 “국제유가는 100%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정치적 가격이나 목표가격은 없다”며 감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쿠웨이트도 감산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OPEC이 감산 합의에 실패할 경우 원유 가격이 배럴당 60달러대에 진입할 수도 있다”며 “이번 회의가 향후 OPEC의 운명을 가르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