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에 엑스레이,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진단기기 기업들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 조직이 생긴다. 의료기기 개발 단계부터 인허가 등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기업이 자유롭게 전문가와 의사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의료기기업체와 병원 간 새 협력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의료기기 개발 사업에 병원도 참여
이학종 분당서울대병원 의료기기 연구개발(R&D)센터장은 25일 “영상 진단기기 기업과 병원 내 전문 인력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이를 위해 디케이메디칼시스템 젬스메디컬 등 국내 52개 영상진단기기 기업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했다. 국제 표준, 시제품 평가 등과 관련해 의료현장에 있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직접 듣고 싶다는 수요를 확인했다.

이 센터장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6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을 만들기로 했다”며 “기업의 요구사항에 유기적으로 대응한다는 의미에서 조직 이름을 ‘베스트아메바’라고 정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의료기기를 개발할 때 전문가 의견이 필요하면 분당서울대병원이 구축하고 있는 인터넷시스템에 문의하면 된다. 기업들은 별도의 자문료를 내지 않고 컨설팅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의 이 같은 계획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병원·기업 상시협력 R&D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 의료기기 기업과 병원·의사 간 협력은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정부가 발주하는 개발 과제에 함께 참여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분당서울대병원뿐만 아니라 고려대 안암병원(생체현상측정기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체외진단용기기) 등 세 병원을 ‘의료기기 R&BD(사업화연계기술개발) 병원’으로 지정하고 향후 5년간 매년 10억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의료기기 기업과 병원이 연구개발 초기 단계부터 임상시험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허영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의료기기 PD는 “병원과 기업 사이를 연결하는 시스템이 부족해 국산 의료기기산업 발전이 어려웠다”며 “기업 R&D 능력과 병원 임상 경험을 연계한 R&D 환경을 지속적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산업평가관리원은 대구·경북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등을 구축하고 병원과 연계한 국산의료기기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