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산업 첫 대한민국스포츠산업대상 이승환 컬처메이커 대표 "태권도 사랑, 사업으로 성공시켰죠"
“제가 사실 ‘또라이’ 기질이 있어요. 그런데 사람은 역시 좋아하는 걸 해야 행복해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주관한 제10회 대한민국스포츠산업대상 국무총리상(최우수상)을 무술산업 최초로 받은 이승환 컬처메이커 대표(사진)의 말이다. 이 대표는 태권도 생중계, 구인구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무술 종합포털 사이트 ‘무카스’와 무도용품 매장 ‘무토’를 운영하는 벤처기업가다.

그는 서울대 산업디자인과 91학번, 태권도 공인 4단이다.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 전까지 미국 보스턴에 머문 게 인생을 바꿨다. 1994년 현지 한 도장을 다니다 인상 깊은 풍경을 봤다. “제 블랙벨트(검은 띠)만 보고도 서양 사람들이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 예의를 갖췄어요. 도장 밖에서는 여기저기서 ‘황색 원숭이’ 취급하는 게 느껴졌는데 정반대였죠. 이게 바로 ‘무예’가 선사하는, 인종 등 모든 편견을 뛰어넘는 문화의 힘이란 걸 느끼고 이쪽 사업을 해보자고 결심했어요.”

전공인 디자인을 살려 어떤 사업을 할까 고심하던 중 미국 도장에서 알게 된 지인 소개로 1996년 삼성SDS에 들어갔다. 네이버의 기초 디자인인 녹색 바탕의 탐험 모자를 처음으로 고안한 게 이 대표다.

그는 “당시 파란색 일색이던 주류 포털과 차별화하기 위해 정보의 숲을 누비자는 뜻에서 따뜻한 안정감을 주는 녹색을 강력하게 주장해 관철했다”고 말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태권도 관련 사내 벤처를 추진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퇴사 후 1999년 무술 포털 ‘무카스’를 차렸다.

하지만 사업은 쉽지 않았고 수년째 빚만 쌓여 갔다. 그래도 사업을 성공시키겠다는 일념 하나는 요지부동이었다. 어려운 처지를 알고 삼성SDS에서 함께 일했던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이 그에게 NHN 디자인총괄책임자를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거절했다.

성패의 기로에 서 있을 때 기적처럼 부산에서 스노보드 등을 제조하는 중견기업으로부터 투자 제안이 들어왔다. 무토(무도인의 토양) 등 브랜드를 단 무도용품이 본격적으로 생산됐다.

그는 무카스와 무토의 올해 매출을 약 60억원으로 예상했다. “3년 전부터는 흑자전환해 이제 겨우 회사가 반석에 올라서는 듯하다”고 말했다. 무토는 지난해부터 세계태권도본부인 국기원의 공식후원업체로 등록됐고 유럽 등 해외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에 도장을 차려 ‘정신과 육체를 맑게 하는 태권도, 즐겁게 합시다’를 모토로 태권도도 가르치고 있다. 그는 “태권도 문화산업의 국내외 1인자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