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공모 '글로벌 큰손' 총집결
오는 10~11일 일반 공모에 앞서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한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공모 수요예측에 국내외 ‘큰손’들이 대거 참여, 삼성SDS 공모에 이은 ‘흥행 대박’을 예고했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제일모직이 공모가 산정을 위해 3~4일 기관을 대상으로 벌인 수요예측에 5000조원을 굴리는 세계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해외 국부펀드인 노르웨이정부연기금, 아부다비투자청, 싱가포르투자청 등이 참가했다. IB 업계에선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제일모직 주식을 사겠다’고 신청한 금액이 수요예측 사상 최대 규모였던 삼성SDS(450조원) 수준에 버금갈 것으로 추산했다. 제일모직 주식은 오는 18일 상장될 예정이다.

제일모직 공모가 5만3000원 될 듯

제일모직의 ‘공모 흥행 성공’은 지난달 24일부터 해외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이미 감지됐다.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더 많은 물량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기 때문이다. 장기 투자를 주로 하는 미국 대학기금들도 참여했을 정도다.

블랙록을 비롯 피델리티, 푸르덴셜, 웰링턴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과 아부다비투자청 등 연기금 등은 매입가격을 적어내지 않고 ‘제일모직이 정한 공모가대로 사들이겠다’며 사실상 ‘백지위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한국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등 연기금을 비롯 대부분 자산운용사와 증권사가 뛰어들었다. 이들은 희망공모가(4만5000~5만3000원) 상단인 5만3000원 이상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기관투자가가 최대 신청물량을 써내며 ‘풀베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것을 국내외 큰손들이 높이 평가했다는 분석이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기업분석부장은 “제일모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주요 주주인 데다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만큼 향후 기업가치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수요예측에서 ‘초대박’을 친 만큼 최종공모가를 희망공모가보다 높게 책정할 수 있지만, 제일모직은 희망공모가 상단인 5만3000원으로 공모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14일 증시에 입성한 삼성SDS도 수요예측에서 흥행 성공을 거뒀지만, 최종공모가를 당초 희망공모가의 상단인 19만원으로 결정했다. 상장 직후 삼성SDS 주가는 공모가의 2배가 넘는 42만9500원까지 뛰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제일모직에 몰린 투자금이 연내 대기 중인 중견·중소기업 공모주 청약으로 연결되는 ‘낙수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기열/하수정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