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토종 브랜드 뜨고 일본 브랜드 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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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민 기자 ] 한국 화장품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SK-Ⅱ 등 일본 화장품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와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국내 화장품 소매판매액(간접세 제외)은 분기 기준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섰다. 국내에서 팔린 화장품 판매액이 직전 분기 대비 10.3% 증가한 4조1696억원을 기록한 것.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국내 화장품 업체의 매출도 증가세를 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국내 화장품 매출은 66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2% 성장했다. LG생활건강의 경우 전체 화장품 매출이 22.6% 뛴 480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힘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에서 한류와 함께 K뷰티 붐이 일면서 엔저로 급감한 일본인 관광객 수요를 유커가 메웠기 때문이다. 국내 화장품 회사들의 기술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BB크림, CC크림, 쿠션 제품 등 히트상품이 등장했고, 청정 원재료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점도 한몫했다.
최근 한국 화장품은 제품 개발력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랑콤 등 유명 해외 화장품 브랜드들이 아모레퍼시픽이 개발한 쿠션 파운데이션 제품의 콘셉트를 따라한 제품 출시를 검토할 정도다.
반면 한국 시장에서 일본 화장품의 입지는 예전같지 않은 모습이다. 일본 화장품 원료의 방사능 오염 우려가 시간이 지나도 불식되지 않으면서 SK-Ⅱ, 슈에무라 등 브랜드들이 타격을 입었다고 업계에선 전했다.
실제 일본 화장품 수입 규모는 매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화장품 수입액 증가율은 2010년 20%대(21.1%)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한 2011년 4.5%로 둔화됐고,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일본 화장품 수입액은 2012년 2억1926만달러(약 2443억원) 대비 17.6% 급감한 1억8065만달러(약 2012억원)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아이섀도(-43.1%), 기초화장제품(-36.2%)의 감소폭이 컸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SK-Ⅱ, 슈에무라 등 주요 브랜드의 매출이 감소세가 이어졌다고 화장품 업계에선 분석했다. 클렌징오일로 인기를 끌었던 DHC의 경우 국내 매출이 2007년 470억원에서 2012년 3분의 1 수준(14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일본 화장품 브랜드들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SK-Ⅱ는 이달부로 면세점에서 전 제품의 달러 기준 가격을 2~3% 인하했다.
'피테라 에센스'로 불리는 베스트셀러 제품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250㎖·사진) 가격은 기존 171달러에서 167달러로 4달러(2.3%) 내렸다.
SK-Ⅱ 관계자는 "최근 원화 강세를 반영해 달러 기준 가격을 내리기로 한 것"이라며 "면세점 외에 백화점 등에서 원화 기준 가격 인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최근 해외직구(직접구매)와 예전과 같지 않은 입지 탓에 가격 인하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SK-Ⅱ는 미국 P&G그룹 산하에 속해 있으나 일본에서 주요 제품을 생산, 대표적인 일본 화장품 브랜드로 꼽힌다.
SK-Ⅱ는 2012년까지만 해도 면세점에서 선두권을 다룰 정도로 인기 브랜드였으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인기가 점점 떨어졌다. 올해는 면세점(롯데면세점 12월3일 누적 기준)에서 겨우 10위권에 턱걸이했다. 그 빈자리는 토종 브랜드들이 채웠다. 같은 기간 화장품 매출 '톱 5' 브랜드 중 네 개가 라네즈, 설화수, 헤라, 후 등 국산 브랜드로 집계됐다.
이에 백화점을 중심으로 제품을 유통하던 SK-Ⅱ는 콧대를 낮춰 지난 5월 오픈마켓인 G마켓에 공식 브랜드몰을 여는 등 채널 다변화 전략을 시도하기도 했다.
다른 일본 화장품 브랜드들도 철수 혹은 사업 축소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오르비스는 내년 2월 국내법인을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진출 13년 만에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한 것. 올해 8월 공식 홈페이지 판매 중단에 이어 10월에는 드럭스토어 롭스와 외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판매를 마무리지었다.
DHC는 지난해 직영 매장을 정리하고 공식 온라인몰과 CJ올리브영 등 드럭스토어에서만 판매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축소했다.
최근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분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대체재가 많아졌다는 점도 일본 화장품 브랜드 부진의 요인으로 꼽힌다.
SK-Ⅱ의 효자상품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는 2011년부터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이 대거 유사한 제품을 선보여 고객 이탈이 일어났다.
대표적으로 브랜드숍 미샤는 비교 광고 및 마케팅을 통해 자사 제품 '더 퍼스트트리트먼트 에센스'와 SK-Ⅱ 제품을 비교했다. 미샤의 제품은 2011년 출시 이후 국내에서 250만병이 팔렸고, 평균 매출 톱 5를 차지하는 히트상품이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원전사고 이후 화장품 원재료 방사능 오염에 대한 불안이 커진 사이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기술개발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방제품을 선보여 일본 브랜드 제품의 대체재가 됐다는 점, 일본식 마케팅이 한국 사람들에게 잘 맞지 않는다는 점 등이 관련 브랜드 부진의 원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3일 금융투자업계와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국내 화장품 소매판매액(간접세 제외)은 분기 기준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섰다. 국내에서 팔린 화장품 판매액이 직전 분기 대비 10.3% 증가한 4조1696억원을 기록한 것.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국내 화장품 업체의 매출도 증가세를 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국내 화장품 매출은 66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2% 성장했다. LG생활건강의 경우 전체 화장품 매출이 22.6% 뛴 480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힘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에서 한류와 함께 K뷰티 붐이 일면서 엔저로 급감한 일본인 관광객 수요를 유커가 메웠기 때문이다. 국내 화장품 회사들의 기술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BB크림, CC크림, 쿠션 제품 등 히트상품이 등장했고, 청정 원재료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점도 한몫했다.
최근 한국 화장품은 제품 개발력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랑콤 등 유명 해외 화장품 브랜드들이 아모레퍼시픽이 개발한 쿠션 파운데이션 제품의 콘셉트를 따라한 제품 출시를 검토할 정도다.
반면 한국 시장에서 일본 화장품의 입지는 예전같지 않은 모습이다. 일본 화장품 원료의 방사능 오염 우려가 시간이 지나도 불식되지 않으면서 SK-Ⅱ, 슈에무라 등 브랜드들이 타격을 입었다고 업계에선 전했다.
실제 일본 화장품 수입 규모는 매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화장품 수입액 증가율은 2010년 20%대(21.1%)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한 2011년 4.5%로 둔화됐고,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일본 화장품 수입액은 2012년 2억1926만달러(약 2443억원) 대비 17.6% 급감한 1억8065만달러(약 2012억원)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아이섀도(-43.1%), 기초화장제품(-36.2%)의 감소폭이 컸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SK-Ⅱ, 슈에무라 등 주요 브랜드의 매출이 감소세가 이어졌다고 화장품 업계에선 분석했다. 클렌징오일로 인기를 끌었던 DHC의 경우 국내 매출이 2007년 470억원에서 2012년 3분의 1 수준(14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일본 화장품 브랜드들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SK-Ⅱ는 이달부로 면세점에서 전 제품의 달러 기준 가격을 2~3% 인하했다.
'피테라 에센스'로 불리는 베스트셀러 제품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250㎖·사진) 가격은 기존 171달러에서 167달러로 4달러(2.3%) 내렸다.
SK-Ⅱ 관계자는 "최근 원화 강세를 반영해 달러 기준 가격을 내리기로 한 것"이라며 "면세점 외에 백화점 등에서 원화 기준 가격 인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최근 해외직구(직접구매)와 예전과 같지 않은 입지 탓에 가격 인하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SK-Ⅱ는 미국 P&G그룹 산하에 속해 있으나 일본에서 주요 제품을 생산, 대표적인 일본 화장품 브랜드로 꼽힌다.
SK-Ⅱ는 2012년까지만 해도 면세점에서 선두권을 다룰 정도로 인기 브랜드였으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인기가 점점 떨어졌다. 올해는 면세점(롯데면세점 12월3일 누적 기준)에서 겨우 10위권에 턱걸이했다. 그 빈자리는 토종 브랜드들이 채웠다. 같은 기간 화장품 매출 '톱 5' 브랜드 중 네 개가 라네즈, 설화수, 헤라, 후 등 국산 브랜드로 집계됐다.
이에 백화점을 중심으로 제품을 유통하던 SK-Ⅱ는 콧대를 낮춰 지난 5월 오픈마켓인 G마켓에 공식 브랜드몰을 여는 등 채널 다변화 전략을 시도하기도 했다.
다른 일본 화장품 브랜드들도 철수 혹은 사업 축소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오르비스는 내년 2월 국내법인을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진출 13년 만에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한 것. 올해 8월 공식 홈페이지 판매 중단에 이어 10월에는 드럭스토어 롭스와 외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판매를 마무리지었다.
DHC는 지난해 직영 매장을 정리하고 공식 온라인몰과 CJ올리브영 등 드럭스토어에서만 판매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축소했다.
최근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분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대체재가 많아졌다는 점도 일본 화장품 브랜드 부진의 요인으로 꼽힌다.
SK-Ⅱ의 효자상품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는 2011년부터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이 대거 유사한 제품을 선보여 고객 이탈이 일어났다.
대표적으로 브랜드숍 미샤는 비교 광고 및 마케팅을 통해 자사 제품 '더 퍼스트트리트먼트 에센스'와 SK-Ⅱ 제품을 비교했다. 미샤의 제품은 2011년 출시 이후 국내에서 250만병이 팔렸고, 평균 매출 톱 5를 차지하는 히트상품이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원전사고 이후 화장품 원재료 방사능 오염에 대한 불안이 커진 사이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기술개발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방제품을 선보여 일본 브랜드 제품의 대체재가 됐다는 점, 일본식 마케팅이 한국 사람들에게 잘 맞지 않는다는 점 등이 관련 브랜드 부진의 원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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