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숙 룻츠커뮤니케이션즈 대표가 서울 북아현동 사무실에서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현명숙 룻츠커뮤니케이션즈 대표가 서울 북아현동 사무실에서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현명숙 대표(44·사진)가 이끄는 룻츠커뮤니케이션즈는 디자인 기획회사다. 현 대표는 숙명여대 산업미술과를 졸업한 뒤 1994년 디자인 회사 애드포인트(룻츠커뮤니케이션즈의 전신)를 설립했다.

창업 계기는 단순했다. 카드회사에서 디자인 아르바이트를 했던 그는 ‘내가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사장이라면 일이 더 많이 들어오고 거래처를 상대할 때도 훨씬 편할 텐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사장이 되니 일이 수월해졌다. 이듬해 대한항공에 임직원용 연하장을 납품하는 등 고객사를 차근차근 늘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회사는 직원 15명이 2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내실 있는 디자인업체로 컸다.

◆금융권 특화

이 회사는 대기업 브랜드 개발 및 마케팅과 디자인물을 만들어 공급하는 일을 한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선정하는 우수 디자인 전문회사로 뽑히기도 했다. 룻츠커뮤니케이션즈의 디자인을 거쳐 간 회사는 대한항공 외환은행 비씨카드 롯데카드 우리카드 현대증권 등이 있다. 탤런트 하지원 씨를 모델로 내세워 ‘하지원 카드’라는 별명이 붙은 신용카드도 그의 손에서 나왔다.

이 작은 디자인 회사가 주요 금융회사들과 일하게 된 이유로 현 대표는 차별화 전략을 꼽았다. 그는 “단순히 디자인 편집 업무만 하는 대행사가 아니라 전체적인 콘셉트 기획과 브랜드 개발까지 종합적으로 한다”며 “금융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맞춤형 기획을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헤어제품 유통

룻츠커뮤니케이션즈는 디자인 사업 외에 유통업도 한다. 프랑스 고급 헤어케어 브랜드 ‘레오놀그렐’ 제품을 국내에 독점 수입하고 있다.

헤어제품 유통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도 단순하다. 2005년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던 현 대표는 우연히 이 제품을 알게 됐고 ‘내가 꼭 팔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피부과에서 탈모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는 등 8개월간의 준비를 거쳐 2006년 프랑스 본사를 찾아가 계약을 맺었다.

그는 “계면활성제 등 유해한 화학성분이 들어 있지 않다”며 “제품 카테고리만 38개에 이를 정도로 세분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 대표는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고 포장 리본과 스티커, 택배 상자를 직접 만드는 등 고급화 전략에 주력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급 샴푸에 대한 수요가 생기고 인지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일하는 게 즐거워 잠 안 와”

현 대표는 2002년 사명을 현재의 룻츠커뮤니케이션즈로 바꿨다. 뿌리가 깊고 치밀한 기획을 하겠다는 각오를 담았다.

그는 ‘전 국민 개인 브랜드 시대’를 여는 게 꿈이다. 현 대표는 “작은 회사라도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면 그 업종에서 차별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 대표는 창업 초기였던 20대엔 일하는 게 즐거워 밤에 잠도 안 올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밤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나이트클럽 디자인 작업을 맡은 적도 있다”며 웃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