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서비스산업 경쟁, 한국은 없다
말레이시아의 남쪽 끝 이스칸다르 경제자유구역에서는 2006년부터 10년 가까이 거대한 실험이 진행 중이다. 이스칸다르 경제자유구역은 ‘규제·세금 프리(free)지역’이다. 서비스와 제조 분야에서 20년간 3000억링깃(약 863억달러)의 해외 투자를 받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2만달러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성과만 봐도 실험은 성공적임을 확신하게 한다. 9년 만에 421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해 6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말레이시아는 적도에 위치한 14개국 중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1인당 GDP 1만달러를 돌파한 국가가 됐다.

중동 국가 카타르의 사막 한가운데서는 교육혁명이 진행 중이다. 이른바 무규제 교육특구 ‘에듀케이션 시티’ 프로젝트다. 국왕과 그의 모친이 ‘자원보다 인재에 의존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외치며 미국의 조지타운대와 카네기멜론대 등 8개 대학을 유치했다. 특구 학생의 70%는 세계 곳곳에서 온 유학생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서비스산업 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다. 후발국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투자를 유치한다. 선진국도 양질의 일자리를 서비스산업에서 찾고 있다. 영국이 도심 영화 촬영 허가 절차를 대폭 완화해 유관 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게 대표적 사례다.

한국도 서비스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지난 8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육성 방안을 발표했지만 후속 조치가 부진하다. 핵심 과제인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설립 등은 손도 못 대고 있다. 교육, 콘텐츠, 관광 등 다른 분야에서도 얽히고설킨 규제에 발목이 잡혀있다. 늦으면 기회조차 없다는 위기감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국무역협회가 영국 프랑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6개국을 찾아 서비스산업 혁신 현장을 취재했다.

런던=박수진 /누사자야=강현우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