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한국 증시] 외국인 "한국증시 매력 잃어"…투자액 日 100분의 1, 中 7분의 1
한국 증권시장에서 자금이 속절없이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 3년간 국내 주식형펀드(ETF 제외)에서는 16조원이 순유출됐다. 2011년 하루 평균 9조원에 달했던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이달 5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와 성장동력 실종, 그리고 각종 규제로 인해 국내 증시는 최근 3년간 5.2% 오르는 ‘박스피’에 갇힌 채 쪼그라드는 모습이다.

◆힘 잃은 실적, 낮은 배당

한국 증시가 힘을 잃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들의 실적 악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2010~2013년 매출은 1240조~1370조원대 사이에 머물렀지만 영업이익은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94조5118억원에서 작년 68조9736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표기업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대부분 기업이 업황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취약해 분기별 매출과 이익을 추정하기도 어렵다는 게 한국 기업과 증시가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전무는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내수 경기마저 좋지 않다”고 거들었다.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2011년 8.4%에서 작년 1.6%로 줄어들었다.

성장성을 대체할 배당 매력이 낮은 점도 한국 증시의 ‘아킬레스건’이다. 올해 한국의 예상 배당성향은 13.7%로 영국(46.2%), 대만(43.6%), 브라질(38.5%), 중국(29.6%), 미국(29.4%), 일본(26.2%) 등 주요국 중 꼴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 투자도 줄고 있다. 엔저가 본격화된 지난 10월 이후 일본에 비해선 105분의 1인 2억6400만달러가 한국에 유입됐다. 또 후강퉁이 실시된 11월17일부터 따지면 국내 유입액이 16억달러로 중국의 7분의 1에 불과하다.

◆역주행하는 증시정책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 금융 당국은 오히려 규제를 추가하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 올 들어 업계가 요구한 증시 활성화 대책은 대부분 관철되지 못했다.

우정사업본부의 차익거래시 증권거래세를 면제해 달라는 요구는 묵살됐고 △상장사 대주주의 상속 증여세 부담 완화 △신규 상장사에 대한 한시적 법인세 인하 △사외이사 선임 의무 완화 등도 반영되지 않았다. 대신 파생상품에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등 새로운 규제만 추가됐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경기부양책에도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기 일쑤다. 지난 10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조치 이후 코스피지수는 3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최경환 2기 경제팀이 내놓은 내수부양책의 효과 역시 두 달 이상 지속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반면 달러를 포함한 글로벌 통화가치가 널뛰기하는 데 따라 주가는 춤을 추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환율 게임에서 한국은 구경꾼으로 전락했다”며 “글로벌 유동성 게임과 환율 대결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증시가 피동적으로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적극적으로 양적 완화 정책을 펴는 일본 중국과 달리 경제 규모가 작아 독자적인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 한국으로선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국내 투자자도 해외로

덫에 갇힌 한국을 떠나 해외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외화증권 보관 잔액은 153억7674만달러로 2013년 말 118억4836만달러 대비 35억2838만달러(29.77%) 증가했다. 류정아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PB팀장은 “초저금리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발 빠른 투자자들은 작년부터 선진국 주식 등에 대한 직접투자를 늘렸다”며 “최근엔 동남아 등 신흥국으로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김동욱/허란/황정수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