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갈 길 먼 중견기업연합회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이 며칠 전 과로로 입원했다. 그는 병상에 있느라 자신이 주최한 출입기자들의 기자간담회(12일)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말술’ ‘강철 체력’으로 유명한 강 회장이지만 지난해 2월 취임한 이후 쉴새 없이 달려온 것이 무리가 됐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중견련은 세간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던 단체였다. 중견기업으로 구성된 경제단체로 1992년 ‘한국경제인동우회’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이후 1995년 통상산업부(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받은 뒤 1998년 한국중견기업연합회로 명칭을 바꿨다. 중견기업은 사람들에게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위치한 기업’이라는 막연한 개념으로 알려져 있었다.

중견련이 갑자기 주목받게 된 건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화두인 창조경제 실현에 중견기업의 역할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강 회장의 튀는 행동도 일조했다. 강 회장은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발표에 반발해 취임도 하기 전에 동반위를 항의 방문했고, 정부의 가업승계 대책에 항의하며 “이럴 바엔 차라리 정부가 기업들 다 가져가라”라는 등의 발언도 쏟아냈다. 성과도 있었다. 중견기업 성장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중견기업 특별법) 국회 통과, 중견련 법정단체 전환, 중견기업연구원 출범 등 굵직한 사안이 해결된 것.

하지만 중견련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는 시각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세 불리기다. 국내 3846개(중소기업청 조사) 중견기업 중 회원사는 513개뿐이다. 법정단체 지위를 얻었지만 턱없이 부족한 회원사 때문에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원익 중견련 부회장은 “회비를 내면서까지 가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인식이 많다”며 “회원사가 되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늘려 정체 상태인 회원 수를 두 배 이상으로 불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여전히 시원치 않다.

얼마 전 국회에서 가업승계 때 세제혜택을 확대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중견련의 명문장수기업 정책에 빨간불이 켜진 것도 악재다. 중소기업중앙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다른 경제단체와의 관계도 풀어가야 할 과제다. 중기중앙회와는 장수기업 인증업무 및 중소기업 범위 지정 등을 놓고, 전경련과는 회원사 유치를 둘러싸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공동조달 시장에서 중소기업이 갖고 있는 몫을 떼어 달라고 하는 등 지금처럼 밥그릇 챙기기로 일관해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상황이 열악한 중소기업과 경쟁하기보다는 중견기업만의 역할을 대변하는 단체가 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정은 중소기업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