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점포 중 성장성이 가장 좋은 아울렛 출점을 제한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아울렛의 영향으로 전통시장과 중소 상인들이 매출 타격을 입고 있어, 이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처럼 전통시장에 도움은 되지 못하면서 투자 위축과 소비자 불편만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아울렛도 출점 제한하겠다는 野의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5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전통시장 또는 전통상점가의 경계로부터 1㎞ 이내였던 전통상업보존구역 범위를 2㎞ 이내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로 교외에 있어 전통시장과 멀리 떨어져 있는 아울렛 중 상당수가 전통상업보존구역에 포함될 수 있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전통상점가에서 2㎞ 안에 있는 지역에 아울렛이 들어설 때 등록을 제한할 수 있다. 개장을 허용하되 국산 브랜드 비중을 전체의 50% 이하로 하라는 식의 조건을 붙이는 것도 가능하다. 또 이 지역에 아울렛을 내려는 업체는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지자체장에게 내야 한다. 이미 영업 중인 아울렛의 면적을 10% 이상 늘릴 때도 같은 규제가 적용된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아울렛도 출점 제한하겠다는 野의원
이 의원 측은 “유통 대기업들이 대형 아울렛이나 상설 할인매장을 개설해 전통시장과 중소 상인들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법안을 낸 이유를 설명했다. 중소기업청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대형 아울렛 주변 314개 소상공인의 매출은 아울렛 개장 후 월평균 1300만원 감소했다. 같은 조사에서 소상공인 종업원 수는 점포당 3.1명에서 2.5명으로 줄었다.

유통업계는 소비 트렌드 변화를 무시한 규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울렛은 백화점 이월상품을 50% 이상 싸게 판매해 최근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 들어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백화점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3~5% 증가하는 데 그치고 있지만 아울렛 매출은 30% 이상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울렛 출점을 규제하면 소비자 불편이 커질 것이라는 게 유통업계의 주장이다.

유통업계는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출점 예정이거나 현재 운영 중인 아울렛 점포 중 상당수가 개장 또는 증축 과정에서 규제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오는 19일 개장 예정인 롯데아울렛 구리점은 구리시장에서 1.1㎞ 떨어져 있다. 현대백화점이 운영 중인 현대아울렛 가산점도 1.2㎞ 거리에 남문시장이 있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아울렛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도외시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울렛이 주변 상권을 잠식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상권을 형성하는 기능도 하기 때문이다. 경기개발연구원은 경기 여주시에 있는 신세계프리미엄아울렛이 연간 59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함께 일자리 1만개를 창출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3년째 한 달에 두 번씩 휴업하고 있지만 전통시장이 살아나지는 않았다”며 “아울렛 규제도 중소 상인에게 도움은 주지 못한 채 투자와 소비만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