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정비사업을 추진할 때 개발이익 환원 명목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내야 하는, 사업면적의 최고 30% 안팎인 기부채납(공공기여) 비율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15일 공공기여 토지 면적이 전체 사업 면적의 9%를 넘지 않도록 상한 기준을 정한 ‘주택사업 기반시설 기부채납 운영기준’ 실무 초안을 작성, 각 지자체에 전달한 뒤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밝혔다. 또 지자체 심의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공공기여 비율을 최고 15%까지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재개발·재건축 기부채납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지금까지 정비사업 조합들은 명시적인 기준 없이 지자체 요구에 따라 공공기여한 결과 그 비율이 최고 30%를 넘어서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서울시의 경우 전농7재개발구역 등의 공공기여 비율이 30%를 넘었다.

국토부의 계획대로 지자체 도시계획심의위원회 심의과정을 거치더라도 최대 15% 공공기여 상한선이 지켜질 경우 그동안 사업성 악화로 정체된 서울 강북 및 수도권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되살아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사업 부지 50만㎡(약 2000~2500가구) 규모의 대형 재개발구역에서 공공기여 부지가 30%에서 15%로 줄어들었을 때 주민들이 종전에 비해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땅은 7만5000㎡에 이른다. 땅값을 3.3㎡당 1000만원으로 가정하면 2272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서울시도 원칙적으로 정부 방침에 따른다는 계획이다. 안재혁 서울시 주거재생과장은 “서울시도 기본적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침이 만들어지면 조합 부담이 줄어 재건축·재개발 사업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기준이 만들어져 실질적인 공공기여 비율이 낮아진다면 침체된 서울 강북이나 성남·인천 등 수도권 재개발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미 사업 인허가를 받은 재건축·재개발 사업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이로 인한 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제도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운영기준을 내년까지는 구속력이 없는 지침으로 시범 운영할 방침”이라며 “이후 하반기에 법률로 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 전문가는 정부의 운영기준안이 주민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수준으로 확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기여 비율을 낮추면 지자체의 재정부담이 커질 수 있어 협의 과정에서 정부안이 후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기반시설과 더불어 사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임대주택 공공기여 완화는 기준안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현일/이현진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