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작가 이슬기 씨가 양말도깨비 캐릭터 인형을 들어 보이고 있다. 다음카카오 제공
웹툰작가 이슬기 씨가 양말도깨비 캐릭터 인형을 들어 보이고 있다. 다음카카오 제공
신으려고 보니 양말 한 짝이 없어졌다. 출근 시간을 앞두고 양말 찾기 소동이 일어났다. 아버지는 “양말도깨비가 먹어버린 것 아니냐”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다음 웹툰에서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양말도깨비’의 탄생 배경이다. 지난달 출시된 캐릭터 상품은 1주일 만에 매출 1억원을 넘어섰다.

성공적인 캐릭터 상품으로 스타 작가로 떠오른 이슬기 씨(26·사진).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이씨는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이 좋았지만 열악한 고용환경에 회의를 느껴 회사를 나왔다”고 말했다. 웹툰 작가 강풀의 ‘순정만화’에 빠져 있던 그는 웹툰의 자유로운 표현 방법에 매력을 느꼈다. “만화책은 펜으로 그린 흑백 작품이 대부분이에요. 반면 웹툰은 다양한 색상은 물론 브러시를 이용한 질감 표현이 가능하죠. 일러스트레이터로 갈고닦았던 실력을 웹툰에 적용할 수 있어 좋았어요.”

첫 도전은 지난해 3월 다음 웹툰리그에 출전하면서다. 아버지가 농담으로 던진 양말도깨비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 사람들이 잠든 사이 양말 한 짝만 훔쳐 먹는 도깨비 이야기다. 주인공 도깨비의 이름은 ‘믕이’. 멕시코에 사는 도롱뇽 ‘우파루파’와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백구’를 섞어 놓았다. 감성적인 그림체와 시나리오로 인기를 얻은 이씨는 지난해 10월 웹툰리그 우승자가 되면서 정식 작가가 됐다. 믕이의 귀여운 외모에 매력을 느낀 독자들은 직접 인형을 만들어 SNS에 올렸다. 다음카카오가 캐릭터 상품화에 확신을 얻은 계기다. 걱정하던 이씨의 부모도 독자들의 댓글을 보며 마음을 돌렸다. 한때 화가를 꿈꿨던 이씨의 어머니는 웹툰 채색을 돕는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