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터, 올 경매서 그림 800억대 사들였다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이 지난 17일 올해 마지막 경매 하이라이트로 내놓은 김환기의 1968년작 무제(16-Ⅶ-68 #28)는 15억원을 써낸 서면 입찰자에게 돌아갔다. 하루 앞서 열린 K옥션의 겨울 경매에서도 김환기의 뉴욕시대 작품 ‘26-Ⅱ-69 #41’이 7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미술시장 ‘황금주’ 김환기를 비롯해 박수근 이중섭 이우환, 제프 쿤스 등 국내외 유명화가 작품과 고미술품이 고가에 팔려 나가면서 서울옥션, K옥션, 아이옥션의 올 미술품 경매에 총 774억여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 17일 서울옥션의 올해 마지막 경매 결과까지 집계한 미술품 경매회사 3개사의 올해 평균 낙찰률은 73%로 작년(72%)과 비슷하지만 낙찰 총액은 22%가량 증가했다. 2010년 경매에서 817억원을 기록한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성과다.

최근 미국 유럽 홍콩 등 국제 미술시장의 활기에 힘입어 국내 시장에도 인기 작품의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온라인 경매와 단색화 열풍이 시장에 ‘힘’을 보탰다는 분석이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그림 시장이 어두운 터널을 통과한 만큼 내년에는 인기 작가를 중심으로 작품 가격이 소폭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제프 쿤스의 조각 22억원에 낙찰

경매회사별로는 올 한 해 10여차례 온·오프라인 경매를 연 서울옥션이 홍콩과 국내 시장에서 417억원(낙찰률 68%)의 매출을 올렸다. K옥션은 3096점 중 2191점을 팔아 낙찰 총액 303억원(낙찰률 72%)을 기록했다. 작년(188억원)보다 61% 늘어난 액수다. 고미술 전문경매회사 아이옥션 경매에는 총 57억원(낙찰률 80%)의 자금이 들어왔다.

올해 경매에선 국내외 근·현대미술, 고서화, 불화, 도자기, 민속품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제프 쿤스의 조각 작품 ‘꽃의 언덕’은 지난달 서울옥션 경매에서 22억1900만원에 낙찰돼 올해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우환의 1975년작 주홍색 ‘선으로부터’(18억885만원)와 조선시대 도자기 ‘백자청화육각향로’(15억235만원)는 국내 미술, 고미술 부문에서 경매 최고가를 세웠다.

◆단색화·온라인 경매 열풍

올해 초부터 국내 화단에 불어닥친 대표적인 사조 ‘단색화’ 열풍에 힘입어 유명 화가들의 단색화 그림에도 매기가 일었다. 지난 17일 K옥션의 겨울 경매에서는 정상화, 하종현, 박서보, 윤형근 등의 단색화 22점이 모두 낙찰되며 인기를 과시했다. 박서보의 작품 ‘묘법 No.211-85’(2억8300만원), 정상화의 ‘무제 2007-2-5’(2억376만원), 하종현의 ‘집합 92-05’(3436만원), 곽인식의 작품 ‘Work 82-M’(4075만원) 등도 응찰자들의 치열한 경합 끝에 고가에 경매됐다. 이상규 K옥션 대표는 “단색화가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적 흐름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미술 경매가 크게 늘어난 것도 올해 특징이다. 올해 서울옥션과 K옥션의 온라인 경매에는 51억원이 유입됐다. K옥션은 올해 일곱 차례 실시한 온라인 경매를 통해 작년(10억원)의 세 배에 달하는 2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8월에는 사상 최고 실적인 9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 8월 온라인 경매의 이름을 ‘이비드 나우(eBid Now)’로 바꾼 서울옥션은 올해 2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제1회 ‘이비드 나우’ 에디션 파트 경매는 128점 중 111점(낙찰률 87%·낙찰액 2억4800만원)이 팔려 서울옥션 온라인 경매 개최 이래 최고 낙찰률을 기록했다. 내년부터 온라인 경매가 매달 개최됨에 따라 연간 온라인 낙찰 총액은 12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술시장 회복 기대감 ‘솔솔’

이옥경 서울옥션 부회장은 “미국 유럽 홍콩 등 국제 시장이 좋은 상황에서 미술 애호가들이 저명 작가의 작품을 사들이고 있다”며 “경매에서 낙찰액이 상승하고 고가 작품 거래가 많아져 시장에 희망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술평론가 김종근 씨는 “러시아 경제가 불안하고, 중국 경제 역시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시장 환경이 여전히 좋지 않아 매수 타이밍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