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정보기술(IT) 기업의 산실 미국 실리콘밸리는 1938년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패커드가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시에 휴렛팩커드(HP)를 세우면서 형성됐다.

1957년 페어차일드반도체가 입주한 뒤 인텔 등 다른 반도체 기업들도 이 지역에 자리잡았다. 비가 적고 연중 따뜻하며 먼지가 없는 청명한 날씨는 반도체 기업에 최적의 입지 조건이었다. 실리콘밸리라는 이름도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과 지형적 특징인 샌프란시스코의 완만한 계곡(valley)이 합쳐져 탄생했다.
[미국의 시대가 다시 왔다] 돈→인재→기술 몰리는 '선순환'…활발한 M&A도 창업 의욕 높여
HP 이후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기라성 같은 IT 기업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은 돈, 인재, 기술의 삼박자가 선순환하는 벤처 생태계 때문이다. 유망 IT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 군집하면서 미국 내 투자자본이 몰렸다.

세콰이어캐피털, DFJ 등 유명 벤처캐피털은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투자 펀드다. Y콤비네이터, 500스타트업 등 액셀러레이터들은 투자는 물론 스타트업의 창업부터 멘토링을 통한 보육까지 담당한다.

돈이 있는 곳에 인재가 몰리는 것은 당연지사. 세계의 실력 있는 엔지니어들이 실리콘밸리로 모여든다. 미국 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15% 이상이 실리콘밸리 지역에 모여 있다. 새너제이 샌타클래라 등 실리콘밸리 핵심 지역 엔지니어의 평균 연봉은 10만달러를 넘는다. 실리콘밸리에 둥지를 튼 스탠퍼드대 UC버클리 등 세계적인 대학들은 뛰어난 인재를 배출한다.

이들 인재는 졸업 후 벤처 창업에 뛰어들거나 인근 기업에 취직해 실리콘밸리 벤처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한다. 벤처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력이다. 뛰어난 인재를 자급할 수 있는 점은 실리콘밸리가 세계 IT 벤처의 메카가 된 핵심 요인 중 하나다.

IT 기업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기술이다. 스탠퍼드대 등은 실리콘밸리 기업에 첨단기술을 제공한다. 대형 IT 기업들은 실리콘밸리에 자체 연구개발(R&D)센터를 짓고 신기술 개발에 힘을 쏟는다. 삼성전자도 실리콘밸리에 R&D센터를 두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활발한 인수합병(M&A) 문화는 창업-투자-성장-이익실현의 연결고리를 완성한다. 최근 3년간 140여개 기업을 인수한 구글과 올초 220억달러(약 23조원)를 들여 와츠앱을 사들인 페이스북이 대표적이다. 활발한 M&A는 벤처 창업가가 이익을 실현할 길을 터줘 젊은이들의 창업 의욕을 고취한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