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대가 다시 왔다] 플랫폼 장악한 구글·애플…제조·유통·소비 헤게모니 '한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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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지 않는 IT중심지 실리콘밸리
美 기업, PC 윈도·스마트폰 OS까지
'30년 플랫폼 파워' 세계 IT시장 지배
창업생태계·혁신 문화가 '힘의 원천'
美 기업, PC 윈도·스마트폰 OS까지
'30년 플랫폼 파워' 세계 IT시장 지배
창업생태계·혁신 문화가 '힘의 원천'
구글이 지난 16일 스페인에서 뉴스 서비스를 중단한 사건은 유럽 전역에 ‘구글 공포증’을 불러일으켰다. 뉴스 서비스를 접은 지 한 시간 만에 각 언론사 트래픽이 10~15% 빠졌기 때문이다. 무소불위인 구글의 영향력을 조기에 차단하려다 오히려 역습을 당한 것이다.
유럽에서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미국산(産) 정보기술(IT) 플랫폼이 전 세계를 지배하는 상황에 대해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구글이 스페인에서 뉴스 서비스를 끊은 이유는 스페인 의회가 지난 10월 통과시킨 이른바 ‘구글세’ 때문이다. 스페인 의회는 사실상 구글을 겨냥해 웹사이트에서 기사 제목과 링크가 노출될 때마다 저작권료를 지급하게끔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유럽 전역은 이 사건에 술렁이고 있다. 유럽에서 구글 검색 점유율은 90%를 웃돈다. 단순한 검색 엔진이 아니라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거대 플랫폼으로 자라난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구글을 견제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 중이다. 지난달에는 구글의 검색 공정성을 문제삼아 검색 서비스 분할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주요 플랫폼 기업 미국에 포진
미국이 부동의 ‘IT혁신 기지’로 자리잡을 수 있는 것은 IT 생태계를 쥐락펴락하는 플랫폼 회사가 모두 미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IT기기를 구동하는 운영체제(OS)부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장터에 이르기까지 수수료와 특허료를 챙길 수 있는 ‘판’은 모두 미국 기업이 깔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를 통해 PC OS 시장에서 독주하고, 안드로이드는 모바일 OS를 장악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페이스북을 필두로 인스타그램, 트위터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아마존이다. ‘플랫폼 헤게모니’를 통해 전 세계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한창 지각변동을 겪는 중인 스마트폰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월)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난 3억100대였다. 고가의 프리미엄폰 시장은 축소되고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를 필두로 한 10만원대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한 꺼풀 벗겨보면 부산한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은 제조사뿐이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모바일 OS 구도에는 큰 변화가 없다. 가트너에 따르면 3분기 안드로이드는 83.1%, iOS는 12.7%를 기록했다. 안드로이드를 제외한 나머지 OS 점유율은 모두 감소했다. 한번 시장을 장악하면 아성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플랫폼 파워를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 IT, 미국 같은 혁신 나오려면 멀어”
이 같은 플랫폼 기업이 미국에서만 탄생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오랜 역사를 통해 다져진 기술 창업 생태계, 초기 기술제품과 서비스 성장의 동력이 되는 내수시장이 있어서다.
세계 최초의 PC인 IBM 5150 개발(1981년), 대표적 PC OS인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공개(1983년)부터 2007년 모바일 스마트폰 앱 생태계의 탄생을 알린 애플 아이폰 출시에 이르기까지 실리콘밸리에서 거듭 혁신이 일어났다. 그 사이 창업 생태계 운영 노하우,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 등이 자리잡아 선순환 틀이 짜여졌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 인접한 스탠퍼드대, UC버클리대, 샌타클래라대 등 명문대의 끊임없는 산학 교류도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때문에 전 세계 기술 인력들은 굴뚝 하나 없지만 소프트웨어 경쟁력으로 무장한 미국 실리콘밸리로 모여든다.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 등 중국 IT 기업도 플랫폼 전략을 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 벤처캐피털 회사 리브라이트파트너스의 에비하라 다케시 대표는 “미국이 전 세계 IT 시장에서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수십년간 자리잡아온 독특한 문화와 노하우 때문”이라며 “중국 IT가 눈에 띄게 발전했지만 혁신 기술은 아직까지 미국이 앞서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기기가 인터넷과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플랫폼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스마트홈·무인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으로 적용 영역이 확대될 수 있어서다. 페이스북은 가상현실 전문업체 오큘러스, 구글은 스마트홈 관련 기업 네스트랩스 등을 인수해 다가올 IoT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넓혀가고 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유럽에서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미국산(産) 정보기술(IT) 플랫폼이 전 세계를 지배하는 상황에 대해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구글이 스페인에서 뉴스 서비스를 끊은 이유는 스페인 의회가 지난 10월 통과시킨 이른바 ‘구글세’ 때문이다. 스페인 의회는 사실상 구글을 겨냥해 웹사이트에서 기사 제목과 링크가 노출될 때마다 저작권료를 지급하게끔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유럽 전역은 이 사건에 술렁이고 있다. 유럽에서 구글 검색 점유율은 90%를 웃돈다. 단순한 검색 엔진이 아니라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거대 플랫폼으로 자라난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구글을 견제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 중이다. 지난달에는 구글의 검색 공정성을 문제삼아 검색 서비스 분할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주요 플랫폼 기업 미국에 포진
미국이 부동의 ‘IT혁신 기지’로 자리잡을 수 있는 것은 IT 생태계를 쥐락펴락하는 플랫폼 회사가 모두 미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IT기기를 구동하는 운영체제(OS)부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장터에 이르기까지 수수료와 특허료를 챙길 수 있는 ‘판’은 모두 미국 기업이 깔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를 통해 PC OS 시장에서 독주하고, 안드로이드는 모바일 OS를 장악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페이스북을 필두로 인스타그램, 트위터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아마존이다. ‘플랫폼 헤게모니’를 통해 전 세계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한창 지각변동을 겪는 중인 스마트폰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월)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난 3억100대였다. 고가의 프리미엄폰 시장은 축소되고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를 필두로 한 10만원대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한 꺼풀 벗겨보면 부산한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은 제조사뿐이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모바일 OS 구도에는 큰 변화가 없다. 가트너에 따르면 3분기 안드로이드는 83.1%, iOS는 12.7%를 기록했다. 안드로이드를 제외한 나머지 OS 점유율은 모두 감소했다. 한번 시장을 장악하면 아성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플랫폼 파워를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 IT, 미국 같은 혁신 나오려면 멀어”
이 같은 플랫폼 기업이 미국에서만 탄생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오랜 역사를 통해 다져진 기술 창업 생태계, 초기 기술제품과 서비스 성장의 동력이 되는 내수시장이 있어서다.
세계 최초의 PC인 IBM 5150 개발(1981년), 대표적 PC OS인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공개(1983년)부터 2007년 모바일 스마트폰 앱 생태계의 탄생을 알린 애플 아이폰 출시에 이르기까지 실리콘밸리에서 거듭 혁신이 일어났다. 그 사이 창업 생태계 운영 노하우,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 등이 자리잡아 선순환 틀이 짜여졌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 인접한 스탠퍼드대, UC버클리대, 샌타클래라대 등 명문대의 끊임없는 산학 교류도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때문에 전 세계 기술 인력들은 굴뚝 하나 없지만 소프트웨어 경쟁력으로 무장한 미국 실리콘밸리로 모여든다.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 등 중국 IT 기업도 플랫폼 전략을 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 벤처캐피털 회사 리브라이트파트너스의 에비하라 다케시 대표는 “미국이 전 세계 IT 시장에서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수십년간 자리잡아온 독특한 문화와 노하우 때문”이라며 “중국 IT가 눈에 띄게 발전했지만 혁신 기술은 아직까지 미국이 앞서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기기가 인터넷과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플랫폼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스마트홈·무인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으로 적용 영역이 확대될 수 있어서다. 페이스북은 가상현실 전문업체 오큘러스, 구글은 스마트홈 관련 기업 네스트랩스 등을 인수해 다가올 IoT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넓혀가고 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