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先포인트 이용자, 절반은 현금으로 메꿔
카드사의 ‘선지급포인트 서비스(선포인트제)’를 이용해 물건을 구매한 소비자의 절반가량이 포인트가 아닌 현금으로 상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인트로 물건값을 갚기 위해서는 카드 사용액이 매달 100만원을 넘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금을 내지 않고 포인트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말만 믿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는 만큼 자신의 카드 사용 습관 등을 감안해 선포인트제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한·삼성, 현금 상환 절반 넘어

금융감독원이 26일 황주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카드사들의 선포인트 취급액은 2조6709억원으로 이 중 48.1%인 1조2865억원이 현금으로 상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현금 상환액은 2011년 4486억원(45.4%), 2012년 4482억원(46.4%), 2013년 3896억원(45.9%)이었다. 올 들어선 9월까지 2284억원(43.7%)이 현금으로 상환됐다.

특히 신한·삼성·KB국민카드 등 주요 카드사는 지난 3년간 선포인트 현금 상환율이 50%를 넘었다. 신한카드는 이 기간에 9720억원의 선포인트를 취급했으나 이 중 52.9%(5146억원)가 현금 상환됐다.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의 현금 상환율도 각각 50.5%와 63.6%를 기록했다.

선포인트제는 카드사에서 미리 지급받은 포인트로 물건을 구매한 뒤 카드 사용실적에 따라 쌓이는 포인트로 갚아 나가는 서비스다. 당장 목돈이 없더라도 고가의 물건을 ‘공짜’ 내지 ‘반값’에 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나중에 포인트를 갚으려면 카드를 한 달에 100만원 이상 사용해야 한다.

선포인트 서비스 최대 이용금액인 70만원을 사용한 뒤 36개월 동안 이를 갚는다고 가정하면 평균 카드 포인트 적립률(1.25%)과 선지급포인트 수수료율(6.3%)를 고려했을 때 월평균 156만원을 써야 한다. 처음엔 공짜처럼 물건을 샀다가 나중에 다시 현금으로 갚아야 할 수도 있는 구조다.

◆민원 여전…불완전판매 줄여야

선포인트 관련 민원이 잇따르자 금융당국은 제도 개선을 유도해 왔다. 2010년 선포인트제 최대 이용금액을 100만원에서 70만원으로 줄였다. 상환기간도 최대 60개월에서 36개월로 축소했다. 카드 제휴사들이 선포인트제가 적용되는 물품을 판매할 때 ‘할인’ 또는 ‘선할인’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덕분에 선포인트 현금상환 비중은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선포인트를 활용한 마케팅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대상이 냉장고 TV 등 고가 전자제품 위주에서 휴대폰 등으로 이동했을 뿐이다. 카드사로선 매달 일정액을 사용하는 선포인트제 이용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포인트 전액 상환을 위한 월별 카드 이용금액 등을 소비자에게 충분히 고지하지 않는 등 불완전판매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드사 관계자는 “선포인트제는 장기간 저리 할부가 가능해 소비자 부담을 줄여주는 좋은 제도”라며 “다만 현금상환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고지하는 등 불완전판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