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별 인터뷰] 이와타 가즈마사 일본경제연구센터 이사장 "올 세계경제 환율 변동성 더 커져…신흥국 위기땐 엔低 흐름 꺾일 수도"
이와타 가즈마사(岩田一政) 일본경제연구센터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인터뷰에서 “한국도 인구 감소가 장기 경기침체의 가장 분명한 원인이 될 것”이라며 “일본처럼 되지 않으려면 생산성 향상과 함께 인구감소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내 대표적 이코노미스트로 꼽히는 이와타 이사장은 올해 세계 경제의 주요 변수로 유가 하락과 미국 금리 인상을 꼽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주가와 환율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진단했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에 대해선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의 힘이 부족하다”며 “네 번째 화살로 사회보장제도의 근본적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세계 경제는 작년보다 나아질까요.

“세계 경제가 지난해 2.5% 성장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이보다 조금 높은 3% 성장을 전망합니다. 미국은 3% 정도의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일본의 성장률도 올해 -0.5%(추정치)에서 1.3%로 개선될 것으로 봅니다. 유럽의 성장률은 1% 정도로 예상합니다. 주요 신흥국 가운데선 5% 성장이 예상되는 인도를 제외하면 러시아 브라질 등 대부분 상황이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전반적인 세계 경제의 성장률은 높아지겠지만 환율 등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질 것으로 봅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중국의 성장률은 올해 5~6%대로 떨어질 것으로 봅니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최근 2050년 경제 전망을 하면서 중국 경제가 ‘중진국 함정’에 빠질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얼마 전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도 비슷한 견해를 냈습니다. 중국이 지금부터 2030년대 초까지 연평균 3.9%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죠. 향후 중국의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럽과 일본의 통화정책은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유럽중앙은행(ECB)은 전면적인 양적 완화에 나설 겁니다. 시장에선 이달이 아닐까 하는데 저는 그 시점을 3월로 예상합니다. 시기가 언제든 지금보다 훨씬 더 돈을 푸는 거죠. 일본은 지난해 10월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 완화를 했지만 물가상승률이 0.7%(11월)로 여전히 목표치(2%)를 크게 밑돕니다. 소비자물가가 0.5%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또다시 추가 양적 완화를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십니까.

“2008년 말 리먼브러더스 쇼크 이후 2012년까지는 과

한 엔고(高) 시기였습니다. 아베 2차 내각 출범 후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펀더멘털(경제의 기초체력)을 반영하면 달러당 90~100엔 정도가 적당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환율도 주식과 마찬가지로 때때로 언더슈팅(초과 하락)하거나 오버슈팅(초과 상승)을 합니다. 지금의 달러당 120엔대는 과도한 엔저(低) 상태입니다.”

▷투자은행들은 올해 말 130엔까지도 예상합니다.

“올해 엔화가치는 달러당 120엔 전후의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합니다.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차이가 기본적으로 엔저 요인입니다. 반면 유가 급락에 따라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의 경제가 어려워지고,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는 건 엔고 요인입니다.”

▷한국도 일본처럼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원화가 미 달러화나 엔화에 대해 계속 강세를 보이면 한국 경제가 힘들겠지만 최근 달러에 대해선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은 3% 중반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가상승률도 목표치보다 낮을지는 모르지만 일본처럼 디플레이션에 빠진 적은 없습니다. 거시적으론 한국이 일본보다 분명 좋은 환경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가 직면할 가장 큰 문제는 무엇입니까.

“인구 감소 문제를 보면 한국이 일본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심지어 한국은 일본보다 출생률이 낮습니다. 이대로 방치하면 중장기적으로 상당한 경기침체에 빠질 겁니다. 성장률은 노동 투입과 자본 투입, 생산성 세 가지 요인으로 정해지는데 인구 감소는 이들 세 가지에 모두 부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인구 감소 문제 해결은 생산성 향상의 전제 조건입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기기계, 반도체 업체들은 일본 기업보다 나은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은 ‘제2의 기계시대’로 인간의 두뇌노동을 기계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사이버 피지컬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사물인터넷(IoT), 3차원(3D) 프린터 같은 기술의 결합으로 가능하게 됩니다. 이 같은 글로벌 기술혁신의 큰 흐름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한국 기업에 중요한 과제가 될 겁니다.”

▷아베 총리 3차 내각이 들어섰습니다.

“일본 경제엔 긍정적일 겁니다. 아베노믹스는 아직 미완입니다. 아베 총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년 내 2%로 하고 2020년까지 연간 경제성장률을 2%로 하는 두 가지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쪽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장률의 경우 2013년도엔 2.1%로 목표를 달성했지만 지난해엔 다시 마이너스로 떨어졌습니다.”

▷지난 2년의 아베노믹스를 평가한다면.

“아베노믹스는 세 개의 화살로 시작했습니다. 확장적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이 합쳐졌던 기간은 일본 경제가 매우 좋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소비세 인상 후 추진한 성장전략은 실행이 부족했습니다. 세 번째 화살은 힘이 부족해 보입니다.”

▷세 번째 화살이 힘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성장전략에서 요구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인구 감소에 대해 정면으로 대응하는 것입니다. ‘1억명 인구를 유지한다’는 목표를 내걸은 건 획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이노베이션(혁신)을 활발히 해야 합니다. 특히 ‘오픈이노

이션’이 중요합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는 기업 내에서보다 소비자, 다른 기업 또는 대학과 연계해 혁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구가 줄지 않게 하고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성장전략의 ‘두 다리’입니다.”

▷소비세 추가 인상 시기를 미룬 뒤 일본의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재정건전성을 위해선 사회보장제도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합니다. 현 제도에서는 정부가 세수를 늘려도 매년 1조엔씩 증가하는 사회보장비 지출을 막을 수 없습니다. 연금과 의료·요양 등에 대대적인 제도 개혁을 해야 합니다. 아베노믹스에서 처음부터 빠져 있던 것이 사회보장제도 개혁이었습니다. 사회보장제도의 근본적 개혁, 이것이 네 번째 화살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증시는 올해도 계속 오를 것으로 보십니까.

“시장 관계자들은 올 연말 닛케이225지수가 20,000까지 갈 것이라고 말합니다. 상황은 좋습니다. 일본은행이 금융 완화를 계속하고 있고 소비세 인상도 연기됐습니다. 지난해 말 3조5000억엔 규모의 추가경정예산도 편성됐습니다. 유가 하락이 일본의 재정·금융 정책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보면 증시는 오르기 쉬울 겁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러시아가 채무위기에 빠진다든가, 그와 비슷한 상황이 다른 나라에서 발생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18,000을 적정 수준으로 보지만 누구도 증시를 정확히 예측하긴 힘들 겁니다.”

[신년 특별 인터뷰] 이와타 가즈마사 일본경제연구센터 이사장 "올 세계경제 환율 변동성 더 커져…신흥국 위기땐 엔低 흐름 꺾일 수도"
이와타 가즈마사는…

관료 출신 日 대표 경제학자…일본은행 부총재 역임


민 간 싱크탱크인 일본경제연구센터의 이와타 가즈마사 이사장은 경제기획청 관료 출신으로 정책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일본의 대표적 경제학자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 때 일본은행 부총재를 지낸 그는 일본 경기가 호황이던 2007년 2월 일본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을 때 소비심리 회복세가 더디다는 이유 등으로 통화정책위원 중 유일하게 동결을 주장했다. 아베 2차 내각 출범 초기 일본은행 총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약력 △일본 도쿄 출생(69세) △도쿄대 교양학과 졸업(1970년) △경제기획청 장관관방비서관(1970년) △경제기획청 경제연구소 주임연구관(1985년) △도쿄대 교양학부 교수(1991년) △내각부 정책총괄관(2001년) △일본은행 부총재(2003년) △내각부 경제사회종합연구소장(2008년) △일본경제연구센터 이사장(2010년~)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