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문제는 정치다
1월(January)은 로마 신화에 나오는 과거와 미래라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야누스(Janus)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야누스의 설화는 어두운 과거의 얼굴을 닫아버리고 밝은 미래를 향해 묵묵히 전진하라는 교훈을 준다. 새해 1월, 2014년의 부정적인 것은 모두 버리고 이제 희망을 이야기하자. 그리고 그 길로 뛰어가자. 우리에게는 지금의 침체에서 벗어나 승승장구할 수 있는 길이 있다.

국가가 쇠퇴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간섭주의에 있다. 인류사와 각국의 역사는 정부가 경제에 깊숙이 개입해 간섭이 심해지면 경제가 쇠퇴했고, 간섭을 줄이면 경제가 다시 살아났음을 보여준다. 한국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여년 동안 정부가 경제에 깊숙이 개입함에 따라 경제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장기 침체에 빠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간섭주의를 배제하고 자유주의 이념이 실현되는 사회로 복귀하면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

우리 사회에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자유보다는 결과적 평등, 자유 시장경제보다는 정부 개입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모두가 균등한 교육을 받아야 하고, 의료혜택도 똑같이 누려야 하고, 소득격차가 발생하면 안 되고, 기업도 평준화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이런 정서는 정부의 경제 개입을 불렀고, 정부와 정치 권력의 비대화를 초래했다. 국민들이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기보다는 정부를 통해 자원을 배분받기를 원하는 생각이 만연했다. 그런 연유로 정치인들은 표를 위해 포퓰리즘 정책들을 남발했다. 국민들의 기업에 대한 오해와 반감으로 인해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 결국 이런 환경은 기업의 역동성과 민간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며 경제가 내리막길을 걷게 했다.

다행히도 이런 분위기가 완화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무상급식에 대한 반대 여론이 70%에 가깝고, 돈 풀어 경기를 살리기보다는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쪽에서도 “부자를 적대시하고 중산층을 무시하는 ‘부자 대 서민’ 간 제로섬 게임의 그릇된 고정관념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도 경제체질 개선을 위해 강력한 구조개혁을 제시했고,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강한 실행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정치다. 개혁은 결국 입법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정치권이 협조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나라 살리는 길이라 생각하고 경제개혁에 매진해야 한다.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도 경제개혁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필생즉사 사즉필생(必生卽死 死卽必生)’ 정신이 필요하다.

잘 알다시피 작년에 경제 살리기의 최대 걸림돌은 정치였다. 정부가 모처럼 방향을 제대로 잡고 경제활성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국회는 정쟁으로 세월을 보냈다. 수많은 경제활성화법은 무시한 채 무상복지 논쟁만 벌였다. 야당은 경제를 살려야 한다면서도 걸핏하면 경제법안 발목잡기에 나섰고, 부자에 대한 증오감을 부추기고 기업 때리는 데 열중했다. 올해는 이런 행태로 시간을 허비할 순 없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저성장과 고실업을 야기하는 복지모형을 극복하려고 2003년 3월 ‘2010 아젠다’를 발표했다. 그는 복지지출을 줄이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화하고, 개인의 책임과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것 때문에 그는 2005년 선거에서 패해 물러났다. 그러나 그 덕분에 독일 경제가 살아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 각국의 경제가 침몰했지만, 독일은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경제구조개혁은 당장 대중에게 인기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나라 살리는 길이고 취업하기 어려워 실의에 빠져 있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웃음을 찾아주는 일이다. 비록 단기적인 정치적 어려움을 겪을지 모르지만 경제구조개혁에 동참해 성공한 정치인들은 슈뢰더처럼 우리 역사에 훌륭한 정치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