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페북 회원 100배 늘린 '넥슨의 장그래'…정규직 꿈 이뤘다
“게임회사 넥슨에도 최근 방송이 끝난 드라마 ‘미생’ 4인방 신입사원이 있는데 만나 보실래요?” 이런 내용의 이메일이 왔다. 어떤 사연인지 궁금했다.

고졸 출신(숭실대 졸업예정)으로 인턴과 계약직을 거쳐 1년6개월 만에 어렵사리 정규직이 된 ‘넥슨의 장그래’ 안영모 씨(27). “드라마의 장그래와 달리 저는 정규직이 됐다”고 말하는 안씨의 비결은 뭘까. 철학도였지만 게임 프로그래머로 변신한 ‘넥슨의 한석율’ 김영호 씨(29)는 어떻게 프로그래머가 됐을까.

영어와 중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며 제2의 선 차장을 꿈꾸는 ‘넥슨의 안영이’ 전아름 씨(27). 베이징사범대를 나온 전씨가 여성으로서 글로벌사업본부 중국서비스사업 프로젝트 매니저(PM)가 될 수 있었던 방법은 뭘까. 넥슨의 롤플레잉게임(RPG) ‘바람의 나라’에 꽂혀 게임 맛을 봤지만 게임개발자가 되려고 대학원을 다닐 정도의 열정을 지닌 ‘넥슨의 장백기’ 문석진 씨(27)의 입사 스토리도 궁금했다.

[JOB] 페북 회원 100배 늘린 '넥슨의 장그래'…정규직 꿈 이뤘다
온라인 게임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를 개발해 서비스하는 넥슨. 이 회사는 게임회사답게 직원에게 매월 3만원의 넥슨캐시를 지급하고, 신작 게임이 나오면 전 직원을 대상으로 게임 리그대회를 펼친다. 직원 평균 연령도 32.5세로 젊다. 서로를 부를 땐 사원부터 대표까지 모두 ‘~님’이다. 넥슨의 젊은 문화는 면접 때도 드러난다. 넥슨 채용팀 관계자는 “빨간 패딩에 징이 박힌 부츠, 심지어 슬리퍼를 신고 오는 지원자도 있다”며 “면접 복장이 그 사람을 말하지 않기에 감점은 없다”고 말했다. 여름에는 사내에서 핫팬츠를 입고 다니는 직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그는 전했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넥슨코리아에서 ‘완생’의 도가 튼 ‘넥슨의 미생 4인방’을 만났다.

게임 개발자가 된 철학도

김영호 씨는 프로그래밍 경진대회 ‘넥슨 오픈 스튜디오(NOS)’를 통해 넥슨을 처음 만났다. “6주간 매주 새로운 코딩 문제를 풀면 선배 개발자들이 조언을 해줬어요. 그때 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특히 NOS 참가자 전원에게 공채 입사 가산점이 주어지는데 그 혜택을 많이 봤죠.”

초등학교 때 장래희망란은 언제나 ‘게임개발자’였지만 수학능력시험에서 문과를 선택해 철학도가 된 그는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했다. 김씨는 “프로그래밍은 결국 글쓰기”라며 “대학 시절 생각하고 글쓰는 습관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언제 ‘미생’이 된 느낌이 드는지 묻자 김씨는 철학도다운 답을 내놨다. “인생에서 ‘완생’이라는 게 있을까요. 게임에 빠져 방황도 많이 했지만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게 됐습니다. 좋아하는 것이 있는 게 완생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는 현재 물총 싸움으로 알려진 ‘크레이지슈팅 버블파이터’ 팀의 프로그래머다.

3000명이던 SNS회원 39만명으로

안영모 씨가 넥슨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9년 ‘4기 넥슨인 기자단’이었다. 기자단 첫날 반소매에 청바지 차림의 넥슨인을 보고 놀랐다. 이후 안씨는 2013년 게임PR팀 인턴으로 입사했다. 넥슨은 ‘넥슨인 기자단’ 출신에게 인턴 채용 때 우선 면접권을 주고 있다.

게임홍보실 인턴 기간이 끝날 즈음 기회가 찾아왔다. “선배가 출산휴가를 떠나면서 페이스북 운영 업무가 제게 주어진 거죠. 당시 3000명 수준이던 회원을 현상 유지만 하면 됐지만, 끼를 발휘할 기회라 생각하고 회원 수를 늘릴 묘책을 쏟아냈죠.” 유저 연령대가 15~24세 남자가 대다수인 것을 유념한 안씨는 ‘안녕하넥? 반갑슨!’ 같은 젊은 층이 좋아할 ‘넥슨체’를 사용했다.

또한 인기 게임 담당자가 유저들과 상담하도록 하고, 공채 때는 인사담당자의 실시간 설명회를 진행했다. 여기에 직장 내 일어날 사소한 일을 유머로 만들어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그의 이런 노력에 힘입어 회원 수는 1년 새 100배가 넘는 39만명으로 급증했다. 덕분에 안씨는 넥슨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오지만 기회를 성공으로 바꾸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몫임을 알았어요. 혼을 다한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게임개발자가 된 ‘바람의 나라’ 광팬

지난 5일 갓 입사한 문석진 씨는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지만 퇴근 때는 눈치가 보인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초·중학교 시절엔 거의 게임이 본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게임에 빠졌다. 재수한 끝에 대학에서 컴퓨터소프트웨어를 전공했다. 어릴 땐 단순한 ‘게임플레이어’였지만 이를 직업이 될 수 있도록 생각을 키운 것이다. 대학 졸업 후에는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석사 전공 분야는 컴퓨터 그래픽스 유체 시뮬레이션. 그는 “앞으로 게임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의 가교 역할을 하는 ‘테크니컬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석사 스펙을 가졌지만, 그는 스펙의 의미를 달리 해석했다. “제가 생각하는 스펙의 기준은 ‘얼마나 꿈에 집중했는가’입니다. 미생을 보다가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은 과정이 전부다’는 말이 다가왔어요. 결과는 어차피 우리 몫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문씨는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마비노기 듀얼’ 팀의 게임개발자다.

게임PM이 된 ‘한국인 중국 유학생’

중국에서 유학한 전아름 씨는 한국 대기업 취업문 앞에서 좌절해야 했다. “중국 대학은 학점 받기가 어려워요. 저는 평균 학점 3.0이 안돼요. 한국 대기업에 원서를 냈는데 서류조차 통과하지 못해 충격을 받았죠. 한국을 떠나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던 중 스펙을 안보는 넥슨 공채를 접했습니다.”

컴퓨터 비전공자인 그는 “입사 후 1년간은 죽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개발자들이 어려운 프로그래밍 언어를 써가며 무시할까봐 컴퓨터 언어책을 사서 밤낮으로 공부하고 지하철 안에서도 외웠어요. 1년간 그렇게 했더니 파트장이 ‘아름 씨, 이젠 버그(프로그램 오류)도 고쳐봐’ 하고 농담을 건네시더라고요.” 전씨는 이제 게임개발자를 상대하는 데는 ‘도가 튼 정도’라고 전했다.

지금 하는 일이 가장 좋다는 전씨는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해도 힘들 때가 있더라”며 “하지만 월말 카드명세서를 보면 정신이 번쩍 들곤 한다”고 웃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