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팔리는 건 다 버려"…락앤락, 고강도 구조조정
김준일 락앤락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제품군의 25%가량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지시했다. 락앤락에서 현재 판매 중인 제품은 약 4000개다. 이 중 매출 하위 20%에 드는 제품 1000여개를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3년 전 선보인 생활용품 브랜드 ‘P&Q(Price&Quality)’가 퇴출된다. 락앤락은 P&Q 브랜드로 봉지집게와 랩 같은 사소한 주방용품부터 싱크대배수망, 화장솜, 탈취제 등 갖가지 생활소품을 싼 가격에 매달 수십개씩 내놓았으나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락앤락은 대신 텀블러(물병)에 주력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고 있다. 텀블러 신제품 40여개를 새로 내놓고 탤런트 이종석 씨를 모델로 기용,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락앤락의 주 고객은 주부였으나 감각적인 디자인의 텀블러 출시를 계기로 20~30대 젊은 층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중국 등 해외시장을 직접 맡고 있다. 지난해 극심한 실적 부진이 해외시장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중국 매출은 지난해 3분기 4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6% 줄었다. 중국 내 유통채널 구조조정에 따른 매출 감소와 특판영업 축소, 중국 업체의 성장 등에 따른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전체 매출은 지난해 3분기 19.9%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87.3% 줄었다.

김 회장은 대부분 중국에 머물며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유통망 정비와 생산공장 구조조정, 소도시 공략, 특판 영업 등에 나서고 있다. 한국 시장은 김성태 부사장에게 맡겼다.

락앤락은 2013년 초 중국에서 선보인 유아용품 브랜드 ‘헬로베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해 79% 성장했다. 중국 매출 비중도 3%(2013년)에서 13%로 늘었다. 락앤락은 젖병 이유식기 등 영·유아용품 위주였던 제품군을 어린이 및 미취학 아동까지 확대하며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얼마 전엔 디즈니 캐릭터 제품을 내놓았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하이에 디즈니랜드가 개장하면 헬로베베가 그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유아용품을 통해 락앤락이 중국에서 턴어라운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