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조합장이 뭐길래…4000명 출마, 혼탁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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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
연봉 1억원에 대출권한까지…영향력 막강
부정선거 막으려 '전국 동시선거' 치르지만
선관위 감시에도 금품살포 등 '경운기 선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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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이 뭐길래…
예금, 대출 등 신용사업뿐 아니라 농산물 판매와 하나로마트 운영 등 경제사업을 통해 조합당 평균 2000여명에 달하는 조합원의 경제 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를 통해 해당 지역 경제를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큰 조합의 경우 조합장 연봉이 1억원을 넘기도 한다. 업무추진비는 물론 차량이나 운전기사까지 제공되는 조합도 상당수다.
조합장 자리가 더 높은 자리를 위한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조합장 3~4명 중 1명은 농협중앙회의 대의원이 된다. 대의원은 농협중앙회장 선출권을 갖는다. 이들 중 일부는 조합장과 대의원 활동 경력을 바탕으로 시·도의회나 구·시·군의회 의원이 되기도 한다. 농협중앙회장까지 오를 수도 있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경주 안강농협 조합장 출신으로 경상북도의회 의원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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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농어민이라도 조합장만 되면 신분이 바뀔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조합장 경쟁률이 3 대 1을 훌쩍 넘는 이유다. 지금까지는 조합별로 조합장의 임기가 돌아올 때마다 선거를 치렀다. 그러다보니 관리가 소홀해 부정 행위가 많았다. 조합장 선거는 경운기 선거라는 오명도 붙었다.
국회는 이를 막기 위해 2011년 농협법을 개정, 조합장 선거를 전국동시선거로 바꿨다. 선관위에 위탁해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게 했다.
강원도 선관위는 지난 12일 지역 조합장 출마자 C씨가 조합원이 대부분인 단체의 견학 장소를 방문해 현금 20만원을 제공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10~11월 조합원 1650여명에게 문자를 보내 지지를 당부한 D씨는 사전 선거운동 혐의로 고발됐다. 전라남도 선관위는 15일 광양 E 농협조합장 출마 예정자 F씨와 배우자, 여수 G 농협 조합장 출마 예정자 H씨와 지지자 등 4명을 금품 살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농협 관계자는 “유권자의 나이가 다른 선거보다 많고, 조합장과 조합원으로 직접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매표 행위에 대한 문제의식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선관위가 집중 점검에 들어간 만큼 농협도 혼탁 선거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