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펍 전쟁에 '오너들의 한 手' 있다
지난 20일 저녁 서울 반포동 고속터미널 인근의 복개주차장 상가에 있는 수제 맥주 전문점 ‘데블스도어’. 1, 2층의 250여개 좌석은 꽉 찼고, 카운터에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매장 관계자는 “평일에는 800명, 주말엔 1000명 정도의 손님이 온다”고 말했다.

같은 날 잠실동에 있는 ‘클라우드 비어스테이션’에서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자리마다 클라우드 생맥주를 담은 기다란 원통형의 2000㏄짜리 피처 맥주통이 놓여 있었다. 역삼동의 ‘그릭 슈바인’에는 독일 맥주와 독일 소시지를 함께 즐기는 사람이 많았다.

데블스도어, 클라우드 비어스테이션, 그릭슈바인 세 곳은 모두 유통·식품 분야 대기업이 강남 지역에 문을 연 펍(pub)이다. 품질 좋은 맥주와 음식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데블스도어는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매장에 양조 설비를 갖추고 수제 맥주를 판매한다. 페일에일, 인디아페일에일(IPA), 스타우트 등 3종의 수제 맥주 가격은 용량에 따라 3600~9500원 선이다.

롯데호텔 잠실점 지하 1층에 있는 클라우드 비어스테이션은 롯데주류가 맥주 클라우드를 알리기 위해 지난해 8월 개장했다. 맥주통을 개봉한 후 평균 한 시간 안에 모두 판매하기 때문에 신선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매장 규모는 1652㎡(500평)로 세 곳 중 가장 크다. 지난 5개월간 4만명에게 3만6000L의 생맥주를 팔았다.

그릭슈바인은 같은 이름의 SPC그룹 육가공제품 전문 계열사인 그릭슈바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지난 9일 역삼동에 있는 SPC스퀘어 2층에 매장을 열었다. 독일식 돼지 족발인 슈바인학센과 독일 쾰른지방의 ‘쾰슈’ 생맥주가 대표 메뉴다.

이들 펍을 운영하는 롯데, 신세계, SPC는 총수들이 모두 주류 및 외식 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맥주와 와인 사업에 애착이 많다. 클라우드를 ‘신동빈 맥주’로 부를 정도로 사업 진행에 깊이 관여해왔다. 클라우드 비어스테이션에서는 대형 스크린에 계속 클라우드 관련 영상을 띄우는 등 인테리어 전체를 클라우드를 소개하는 데 활용하도록 꾸몄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주류 트렌드에 밝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부회장은 수입 맥주 판매가 본격화할 무렵인 2010년 벨기에 맥주를 맛본 뒤 이마트를 통해 벨기에 맥주 ‘마튼즈’를 수입 판매하도록 지시했다. 마튼즈는 현재 이마트에서 가장 잘 팔리는 ‘마트 맥주’ 중 하나다.

SPC의 그릭슈바인이 펍이면서도 요리 메뉴를 강조하는 것은 허영인 회장이 외식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허 회장은 맥주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음식과 술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