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젠한국 회장은 “한국은 도자기 브랜드파워가 부족하다”며 “생산 기술과 인력 확보 문제가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경DB
김성수 젠한국 회장은 “한국은 도자기 브랜드파워가 부족하다”며 “생산 기술과 인력 확보 문제가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경DB
얼마 전 국내 도자기 제조업계에서 3위 업체인 젠한국이 화제가 됐다. 지난해 결산(2013년 7월~2014년 6월)에서 이 회사 매출이 750억원으로 행남자기(438억원)와 한국도자기(404억원)를 처음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이는 본사와 서울법인(270억원)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법인 실적(480억원)까지 합친 것이다. 한국도자기와 행남자기는 국내에서만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젠한국은 김종호 한국도자기 창업주의 4남인 김성수 회장이 독립해 1996년 세운 회사다. 한국도자기(1943년 설립) 행남자기(1942년)에 비해 역사가 짧다.

◆북유럽풍 신제품 출시

21일 서울 도곡동 젠한국 사옥에서 만난 김 회장은 “레이철 바커 같은 브랜드로 전국 백화점과 아울렛 입점을 최근 1년 사이 30%가량 늘렸다”며 “내수 시장 공략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동시에 노리다케 빌레로이&보흐 등 해외 명품 브랜드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꾸준히 납품한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젠한국은 오는 4월 자체 브랜드로 해외 전시회에 처음 출품한다.

최근 스웨덴의 유명 삽화가인 산드라 아이작슨과 손잡고 북유럽 분위기를 풍기는 감각적인 제품들을 내놓았다. 김 회장은 “전사지(도자기를 인쇄할 때 쓰는 화지)를 유약 밑에 넣고 고온에서 굽는 ‘언더 그레이즈’ 기법을 처음 썼다”며 “빨강 등 원색이 뚜렷하게 표현되고 그림이 벗겨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젠한국은 이 기법을 전 제품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도자기 생산시설도 수출

김 회장은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국립공업연구소에 다니다 1973년 한국도자기에 연구실장으로 합류해 본차이나 국산화와 슈퍼스트롱 자기(강도 높은 도자기) 개발을 이끌어 왔다. 젠한국 설립 뒤 김 회장이 생산과 기술 개발을, 공예를 전공한 부인 이현자 사장이 디자인을 총괄해 왔다. 이 회사는 개발 인력만 150명이다.

얼마 전 젠한국은 인도네시아 공장 생산설비 일부를 직접 제작했다. 김 회장은 “불경기에 개의치 않고 신규 시설 및 소재 개발 투자를 꾸준히 하고 있다”며 “앞으로 도자기 플랜트(종합 생산시설)를 만들어 해외에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활용품으로 확대

젠한국은 올해 프라이팬 대형냄비 등 주방용품과 생활용품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차별성 있는 기술력으로 만든 좋은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요즘 산업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3000억원 규모의 국내 도자기 시장에서 ‘빅3’인 한국도자기 행남자기 젠한국 등 3사의 전체 매출은 1000억원대 수준에 그치고 외국산 점유율이 60%를 넘어섰다.

김 회장은 “세라믹(도자기 등 비금속류) 전공자가 반도체나 정보기술(IT), 2차전지 분야 등으로만 취업해 좋은 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털어놨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