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知財權 만리장성' 쌓는 中…매년 수백만건 출원, 무차별 소송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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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지재권 공습 (1) 지재권에 눈 뜬 중국
지재권 취약한 한국 기업
모방 특허 소송으로 '몸살'
비용 때문에 대응도 포기
中 지재권 법제도 바뀐후
외국기업 승소율 70% 넘어
현지 대응전략 수정 필요
지재권 취약한 한국 기업
모방 특허 소송으로 '몸살'
비용 때문에 대응도 포기
中 지재권 법제도 바뀐후
외국기업 승소율 70% 넘어
현지 대응전략 수정 필요
중국은 특허 출원에서 2011년 미국을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 2008년 이후 연평균 특허 출원 증가율은 23%에 달한다. 양적 지표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중국은 작년 말 베이징 광저우 상하이에 지식재산권 소송을 전담하는 전문법원을 설립했다. 특허 무효심판만 담당하는 한국과 달리 침해소송까지 맡는 등 더 발전된 사법체계를 구축했다.
지재권을 사업에 활용하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2013년 기준 특허 분쟁은 9680건, 상표 분쟁은 2만3300여건으로 2008년보다 각각 두 배, 네 배가량으로 증가했다. 김지훈 특허법인 정안 변리사는 “중국은 지재권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배우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라며 “중국 업체들이 지재권에 눈을 뜨면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모방 특허로 7년 후 소송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 상당수는 현지에서 사업을 시작한 후에야 지재권 확보에 나선다. 지재권 보호와 관련된 법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권리를 보장받기 어렵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지재권을 제때 확보해놓지 않으면 현지 기업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자동차부품업체 인팩일렉스는 지난해 초까지 중국에서 특허 소송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현지 기업이 실용신안, 디자인권을 침해했다며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해서다. 그것도 부품을 납품한 인팩일렉스가 아니라 완성차를 만드는 현대·기아자동차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더 난감했다. 해당 부품을 공급해 자동차를 처음 생산한 것은 2006년 3월. 중국 업체는 3개월 후인 2006년 6월 이 부품을 모방해 권리를 등록해놓았다가 7년이 지난 후 소송을 제기했다. 인팩 측이 무효심판을 청구한 끝에 어렵게 소 취하 합의를 끌어냈지만 중국 사업에서 지재권의 중요성을 되새긴 계기가 됐다. 김 변리사는 “중국 업체가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다 거래가 줄어들자 7년 전 등록한 부품 특허를 내세워 소송을 제기했다”며 “중국 업체들의 지재권 전략이 고도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특허를 확보했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영상장비 업체 A사는 공정상 발생하는 왜곡을 보정하는 핵심 특허를 중국에 등록했다. 중국 진출 후 2012년 현지 업체가 무효심판을 제기했지만 소송에서 이겼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특허 대응을 포기하기로 했다. 첫 무효심판 소송 후에도 경쟁사들이 개인들을 내세워 무차별 무효심판을 내 관련 소송 비용을 감당하기 벅찼기 때문이다. 유성원 지심특허 변리사는 “중국 진출 후 법적 분쟁에 대비해 우수한 현지 분쟁대리인 정보를 확보하고 이들과 합리적인 대리 비용 계약을 맺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국 기업 승소율 70%대 올라
중국의 지재권 법제도가 바뀌고 있는 것도 국내 기업들이 지재권 전략을 변경해야 하는 이유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진행된 소송에서 외국 원고의 승소율은 75%에 달했다. 중국 기업이 원고일 때 승소율(63%)보다 높다. 배상금에서도 외국 원고가 받은 돈이 중국 원고보다 72% 많았다. 현지 업체와의 지재권 소송이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지난해 13년 만에 상표법을 개정했다. 상표를 무단으로 먼저 등록하는 것을 금지했다. 법정 손해배상금도 크게 올렸다. 올해는 15년 만에 특허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인구 1만명당 특허 보유 건수를 현재보다 3.5배 많은 14건으로 늘려 지식재산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이달 초 발표했다.
김영민 특허청장은 “지재권 전문법원이 설립되는 등 중국의 지재권 보호 환경이 급속하게 나아지는 것에 맞춰 국내 기업들도 더 입체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작년에 개정된 중국 상표법에는 한국 기업의 상표권 보호에 효과적인 규정이 많이 포함됐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지식재산권
사람의 창작물이나 연구 결과, 창작 방법 등을 법으로 보호하기 위해 부여한 권리.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으로 구분한다. 산업재산권에는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 등이 있다. 보호 기간은 특허가 20년, 실용신안은 10년이다. 저작권은 저작권자 사망 후 50~70년까지 보호한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지재권을 사업에 활용하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2013년 기준 특허 분쟁은 9680건, 상표 분쟁은 2만3300여건으로 2008년보다 각각 두 배, 네 배가량으로 증가했다. 김지훈 특허법인 정안 변리사는 “중국은 지재권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배우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라며 “중국 업체들이 지재권에 눈을 뜨면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모방 특허로 7년 후 소송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 상당수는 현지에서 사업을 시작한 후에야 지재권 확보에 나선다. 지재권 보호와 관련된 법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권리를 보장받기 어렵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지재권을 제때 확보해놓지 않으면 현지 기업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자동차부품업체 인팩일렉스는 지난해 초까지 중국에서 특허 소송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현지 기업이 실용신안, 디자인권을 침해했다며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해서다. 그것도 부품을 납품한 인팩일렉스가 아니라 완성차를 만드는 현대·기아자동차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더 난감했다. 해당 부품을 공급해 자동차를 처음 생산한 것은 2006년 3월. 중국 업체는 3개월 후인 2006년 6월 이 부품을 모방해 권리를 등록해놓았다가 7년이 지난 후 소송을 제기했다. 인팩 측이 무효심판을 청구한 끝에 어렵게 소 취하 합의를 끌어냈지만 중국 사업에서 지재권의 중요성을 되새긴 계기가 됐다. 김 변리사는 “중국 업체가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다 거래가 줄어들자 7년 전 등록한 부품 특허를 내세워 소송을 제기했다”며 “중국 업체들의 지재권 전략이 고도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특허를 확보했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영상장비 업체 A사는 공정상 발생하는 왜곡을 보정하는 핵심 특허를 중국에 등록했다. 중국 진출 후 2012년 현지 업체가 무효심판을 제기했지만 소송에서 이겼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특허 대응을 포기하기로 했다. 첫 무효심판 소송 후에도 경쟁사들이 개인들을 내세워 무차별 무효심판을 내 관련 소송 비용을 감당하기 벅찼기 때문이다. 유성원 지심특허 변리사는 “중국 진출 후 법적 분쟁에 대비해 우수한 현지 분쟁대리인 정보를 확보하고 이들과 합리적인 대리 비용 계약을 맺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국 기업 승소율 70%대 올라
중국의 지재권 법제도가 바뀌고 있는 것도 국내 기업들이 지재권 전략을 변경해야 하는 이유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진행된 소송에서 외국 원고의 승소율은 75%에 달했다. 중국 기업이 원고일 때 승소율(63%)보다 높다. 배상금에서도 외국 원고가 받은 돈이 중국 원고보다 72% 많았다. 현지 업체와의 지재권 소송이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지난해 13년 만에 상표법을 개정했다. 상표를 무단으로 먼저 등록하는 것을 금지했다. 법정 손해배상금도 크게 올렸다. 올해는 15년 만에 특허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인구 1만명당 특허 보유 건수를 현재보다 3.5배 많은 14건으로 늘려 지식재산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이달 초 발표했다.
김영민 특허청장은 “지재권 전문법원이 설립되는 등 중국의 지재권 보호 환경이 급속하게 나아지는 것에 맞춰 국내 기업들도 더 입체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작년에 개정된 중국 상표법에는 한국 기업의 상표권 보호에 효과적인 규정이 많이 포함됐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지식재산권
사람의 창작물이나 연구 결과, 창작 방법 등을 법으로 보호하기 위해 부여한 권리.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으로 구분한다. 산업재산권에는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 등이 있다. 보호 기간은 특허가 20년, 실용신안은 10년이다. 저작권은 저작권자 사망 후 50~70년까지 보호한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