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에게 사퇴를 권고하면서 영화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제협)와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여성영화인모임 등 12개 영화단체는 26일 공동 성명을 내고 "이 위원장 사퇴 권고가 '다이빙벨'을 상영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사퇴 종용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BIFF가 지난해 10월 제19회 영화제 당시세월호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을 예정대로 상영한데 대한 부산시 측의 보복이라는게 영화계의 주장이다. 당시 서병수 부산시장은 '다이빙벨'이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작품"이라며 상영 취소를 요청했다. 이후 지난달 부산시는 BIFF 조직위 감사를 벌였고, 부산시 고위관계자가 초청작 선정 관련 규정 위반 등 19개 지적사항을 이 위원장에게 전달한 바 있다.

영화단체는 이에 대해 "정상적인 영화제라면 정치인이 작품 선정에 관여할 수 없다"며 "프로그래머의 작품 선정 권한을 보장하는 것은 영화제가 존립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단순히 이 위원장 한 개인의 거취 문제가 아니다"라며 "표현의 자유를 해치고 영화제를 검열하려는 숨은 의도는 결국 영화제의 독립성을 해치고 19년을 이어온 BIFF의 정체성과 존립마저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단체는 "(사퇴 종용) 철회가 이뤄지지 않으면 영화인은 연대해 싸워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상기구를 조직해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1996년 영화제 출범 당시 수석프로그래머였던 이 위원장은 부집행위원장, 공동집행위원장을 거쳐 2010년 집행위원장이 됐다. 2013년 총회에서 연임돼 공식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BIFF 측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영화제 운영 개선 필요성 등에 대한 부산시의 입장 자료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BIFF 측은 프로그램 선정 절차가 미비하다는 지적에 대해 "영화제 초청 상영작은 특정 시기에 접수해 일괄 심사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래머의 영화관과 안목에 따른 주관적 판단이 먼저이며 이는 존중해야 할 영화제 프로그래머의 기본적인 권한"이라며 "이는 세계적인 유명 영화제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직원을 공개 채용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해마다 100여명의 단기 스태프를 전면 공개 채용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재정 운영이 방만하다는 지적에는 "영화제 특성상 돌발적이거나 불가피한 사정에 따른 과실이 발생하는 경우는 있지만 착오나 단순 과실일 뿐 이를 두고 재정 운영이 방만하다는 지적은 과장된 표현"이라고 반박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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