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대신 기업집단…골목상권은 근린상권으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기업 관련 용어를 가치 중립적 표현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감 몰아주기와 골목상권, 재벌 등이 순화해야 할 대표적 용어로 꼽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28일 자유경제원 주최로 서울 소공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업분야 용어 바로 쓰기’ 심포지엄에서 “잘못된 용어가 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하는 만큼 적절한 단어로 바꿔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시장원리에 반하는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해 부지불식간에 시장경제 기반을 허물고 있다”며 “이런 ‘어둠의 용어’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주고 진위를 따질 겨를도 없이 ‘크고 강한 것은 부당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킨다”고 지적했다.

가장 잘못된 용어 중 하나로 ‘재벌’을 꼽았다. 그는 “군벌과 족벌, 학벌 등의 사용은 자제하면서 재벌이라는 말을 남용하는 것은 문제”라며 “재벌도 기업집단이나 계열조직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감 몰아주기’는 ‘내부거래’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부당 내부거래 규제’로 각각 바꿔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정상적인 시장가격에 기초하고 있는 한 내부거래를 일감 몰아주기로 왜곡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조 교수는 “비상장기업인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편법 증여를 하면 상속세 납부 회피라는 논리에서 접근해야지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무조건 규제하는 것은 기업 활동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골목상권과 대형마트라는 명칭을 근린상권과 할인마트로 각각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골목상권과 대형마트라는 용어는 불필요한 갈등과 증오를 부추기고 있다”며 “‘먹자 골목’처럼 골목은 장소에 불과하고 대형마트도 외형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각각 근린상권과 할인마트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