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몰아줘야 가업상속공제 받는다?
자산 5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딸 넷에 아들 하나를 뒀다. 그는 딸들을 제쳐두고 막내인 아들에게 재산을 전부 물려주기로 했다. 그래야만 ‘가업상속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딸들은 나중에 유류분(遺留分) 반환청구 소송을 통해 자신의 몫을 상속받았다.

‘가업상속 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한 사람에게 전부 상속해야 한다’는 상속·증여세법 조항 등 비현실적인 규제 때문에 가업 상속이 제대로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는 매년 가업상속 공제 혜택을 받는 기업이 50여개에 불과하다고 4일 발표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동상속 등을 허용하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지난해 12월 ‘부자 감세’ 여론에 밀려 국회에서 부결됐다.

가업승계 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1인 상속뿐만 아니라 10년 이상 가업 경영, 상속받은 뒤 10년간 가업 근로자 수 유지 등 12가지 항목을 충족해야 한다. 10년간 근로자 수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은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부작용을 낼 수 있다고 중견련은 지적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