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 · 中 저가공세  '직격탄'…일감 최대 40% 뚝…조선·중공업, 8년째 수주 빙하기
경기둔화 · 中 저가공세  '직격탄'…일감 최대 40% 뚝…조선·중공업, 8년째 수주 빙하기
조선·중공업 등 수주 산업이 일감을 확보하지 못해 매출 감소가 우려되는 등 비상등이 켜졌다. 경기 침체 영향으로 발주 물량이 감소한 데다 중국 업체들이 저가 수주에 나서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수주 잔량은 정점이었던 2008년 12월 52조2000억원 대비 현재 약 30% 감소한 36조9750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 조선 부문 수주 잔량은 약 40% 쪼그라들었다. 대우조선해양과 두산중공업도 17.5%, 27%씩 확보 일감 물량이 줄었다.

수주 가뭄으로 경영 부담이 커진 해당 업체들은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는 등 돌파구를 찾고 있다.

◆2008년 이후 8년째 내리막길

수주 산업은 세계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제조 경쟁력이 뛰어나도 경기 회복세가 약하면 주문이 줄 수밖에 없다. 한국 조선업의 초호황기는 2007년이었다. 중국이 급성장하고, 전 세계가 자산 거품에 휩싸인 덕분이었다. 당시 조선 주문량이 밀려들면서 현대, 대우, 삼성 등 조선 빅3의 수주 잔량은 2008년 말 최고점을 찍었다. 선박에 주요 엔진과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도 반사이익을 누렸다. 금융위기가 끝나면 수주가 살아날 것 같았지만 2012년 유럽 재정위기가 이어지고 중국 업체들이 경쟁 상대로 부상하면서 좀체 ‘터널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중소 조선업체일수록 경영난이 더 심각하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중소 조선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소 조선산업의 수주량은 전년 대비 42.7% 감소한 162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수주액은 25% 감소한 31억7000억달러(약 3조4560억원)로 추정됐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국내 중소 조선사들이 주로 제조하던 선박은 수요가 위축됐고, 유일하게 수요가 증가한 가스운반선은 경험 부족으로 수주 경쟁에 참여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위기 탈출 위한 조직개편 급물살

수주난이 이어지자 기업들은 마케팅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작년 말 정지택 부회장을 운영총괄(COO)로 선임한 게 대표적인 예다. 정 부회장은 오랜 공직생활을 거친 경제 전문가로, 폭넓은 국내외 네트워크를 갖춘 만큼 해외 마케팅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현대중공업은 선박 영업력 강화에 나섰다. 지난해 선박 영업 강화를 위해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 3사의 영업조직을 통합한 ‘선박영업본부’를 출범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조선 3사 선박 부문 애프터서비스(AS) 조직을 통합한 ‘그룹선박AS센터’도 설립했다. AS 창구를 단일화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수주 포트폴리오도 바뀌고 있다. 2008년 이후 조선 3사는 운송용 선박 대신 해양플랜트 비중을 크게 늘렸다. 그러나 최근 유가 하락세와 미국 셰일 개발 붐으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급감하면서 LNG운반선, 유조선이 다시 주목받는 추세다.

유가 하락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말 서울과 거제에 흩어져 있던 기본설계팀과 영업팀을 합쳐 판교 사무소에 입주하도록 했다. 또 기본설계팀의 명칭을 기술영업팀으로 변경하고 조직을 재정비했다. 조선해양영업실을 없애고 산하에 있던 각 영업팀을 조선시추사업부와 해양생산사업부 등 각 사업부장 직할로 조직을 개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업부별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대우조선해양은 LNG 추진 선박기술에 공을 들인 덕분에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한 66척의 LNG선 중 37척을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 엄항섭 전무(전략기획실장)는 “올해도 LNG선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507명인 연구인력을 약 30% 늘려 독점적 기술 확보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