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성진 씨(45·서울 노원구)는 이번 설을 앞두고 말소리를 잘 못 듣는 아버지께 보청기를 사드릴 생각이다. 하지만 쉽게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주변에서 ‘병원 검사부터 받아야 한다’ ‘판매 전문점에서 추천하는 것으로 사면 된다’는 등 저마다 말이 달랐기 때문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보청기 제품이 너무 많아 어떤 것을 선택할지도 고민이다. 실제로 보청기를 맞추기는 쉽지 않다. 현재 시판 중인 제품만도 수십여종이다. 어느 것이 적합한지 알기 어렵다. 반드시 이비인후과에서 처방받아 구입해야 하는지, 전문 판매점에 바로 가서 사면 되는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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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모에게 청력 검사부터

보청기는 반드시 개인 맞춤형을 착용해야 한다. 난청은 경도·중등도·중등고도·고도 등 네 종류로 나뉜다. 그런데 같은 노인성 난청이라도 사람마다 증상이 다르다. 잡음이나 울림 소리에 유독 민감한 사람, 소리는 잘 듣는데 어느 방향에서 나는 소리인지 잘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 등 여러 유형이 있다.

이호기 소리이비인후과 원장은 “개인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보청기를 사용했다간 불필요한 소리가 크게 들리거나 울림이 생겨 두통·어지러움증이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 따라서 소음이 있는 곳에서 문장을 얼마나 잘 알아들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소음하 문장인지도 검사’나 ‘소음 울림 예민도 검사’를 받은 뒤 보청기를 맞춰야 한다. 이 원장은 ‘두 가지 검사를 해야 보청기를 한쪽에만 끼울지, 양쪽 다 끼울지 결정할 수 있다”며 “소리 울림을 줄이거나 큰 소리를 압축시켜 들리게 하는 등의 세밀한 조정도 이런 검사를 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기에 착용해야 난청 진행 막아

안과 의사가 안경을 직접 팔지 않듯 이비인후과 의사도 보청기를 직접 판매하지 않는다. 이비인후과에서 검진을 받고 보청기 처방을 받아 판매점에서 구입해야 한다.

요즘 나오는 보청기는 작은 소리와 큰 소리를 편안히 다 들을 수 있게 압축 기술을 적용, 말소리를 더 명료하게 들을 수 있다.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TV나 라디오 같은 전자 소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는 최첨단 제품도 나왔다. 이 원장은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면 귓바퀴를 이용해 마이크를 귓속에 넣어주고, 소리 울림이 심하면 보청기에 구멍(환기관)을 최대한 크게 뚫어 귀 깊숙이 넣어주는 등 보청기 모양도 청력 상태에 따라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구입할 때는 나중에 고장날 경우 판매점에서 바로 수리해주는지, 수리가 오래 걸리면 대여 보청기를 제공하는지, 보청기 분실보험을 들 수 있는지 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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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 훈련 어떻게

보청기는 안경처럼 한 번 맞춰 끼기만 하면 즉시 효과를 나타내는 게 아니다. 보통 2~3개월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보청기를 처음 사용하면 ‘삐~’하는 음과 함께 온갖 소리가 증폭돼 동굴 속에 있는 것처럼 귀가 웅웅거린다. 이 원장은 “처음에는 듣고자 하는 소리의 60% 정도만 들리도록 출력을 맞추고 3개월 동안 환자 상태를 점검하면서 출력을 조금씩 높여준다”고 말했다. 우선 잠깐씩 쓰면서 조용한 실내에서 한 사람과 대화를 해본다.

1 대 1 대화에 익숙해지면 밖에 나가 개 짖는 소리, 다른 사람들끼리 말하는 소리 등 여러 소리에 적응한다. 이후 1~2년마다 청력 검사를 해 보청기를 재조정하면 된다. 보청기 사용 연한은 보통 5~10년이다. 조정할 때마다 새로 살 필요는 없다. 간혹 늙어 보인다는 인식 때문에 보청기 착용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활발한 사회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보청기의 도움을 받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유리하다. 미국 대통령이었던 로널드 레이건과 빌 클린턴도 재임 기간에 보청기를 착용했다.

전문의 추천 많은 ‘딜라이트 보청기’

딜라이트 보청기
딜라이트 보청기
많은 전문의는 딜라이트 보청기를 추천한다. 딜라이트는 보청기 보급화와 난청인의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보청기 가격으로는 저렴한 34만원에 제품을 내놨다. 34만원이라는 숫자는 보청기 국가 보조금과 동일한 가격이다. 현재 국내 보청기 보조금은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 청각장애 복지카드를 소지한 경우 최대 34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예컨대 저소득 난청인의 경우 국가 지원을 받아 보청기를 무료로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딜라이트 표준형은 대(大)·중(中)·소(小) 이어팁을 이용, 한국인의 귀 특성에 맞도록 보청기 사이즈를 표준화,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췄다. 게다가 당일 착용할 수 있다. 2010년 중소기업 핵심기술부문 금상, 2012년 표준형 보청기 특허를 받은 기술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 딜라이트가 34만원 표준형 보청기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보청기 본연의 ‘듣는’ 기능에 집중해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딜라이트는 제품의 신속성과 정밀성을 높일 수 있는 3D프린팅 기술을 2011년 처음으로 도입했다.

34만원대 국민 보청기 시대 열어

딜라이트는 3D 스캐너를 이용해 귀 모양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보청기 설계 과정을 거쳐 3D프린팅으로 제작, 귀에 꼭 맞는 맞춤형 보청기를 내놓는다. 3D 장비를 통한 대량 생산은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동시에 고객의 귀 모양 스캔 데이터 자료를 보관할 수 있어 보청기 분실 시 다시 제작하는 것이 쉽다.

딜라이트 보청기 관계자는 “3D프린터의 높은 구입 비용으로 회사 초기에 가격 부담이 있었지만 보청기 주문이 늘어나 오히려 생산성과 품질 측면에서 더 효과를 봤다”며 “더욱 정교하고 세밀한 보청기 제작이 가능해 고객 만족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말했다. 딜라이트는 미래형 보청기 개발을 위해 최근 독일 보청기 전문기업 한사톤(Hansaton)과 손잡고 기술력 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