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에 숨겨진 또다른 본성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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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유리동물원' 26일 재공연…로라役 정운선
“너무 얕게 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렇다고 쉽게 생각하고 한 것은 아니지만, 더 깊고 진하지 못했던 게 아쉬워요.”
그만하면 스스로 만족해할 줄 알았다. 배우 정운선(사진)은 지난해 8월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 연극 ‘유리동물원’에서 로라 역을 맡아 열연해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두루 호평받았다. 어릴 적부터 다리를 저는 신체적 결함과 소심하고 연약한 성격으로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20대 초반 여성을 섬세하게 표현해 객석의 공감을 자아냈다. 하지만 ‘유리동물원’ 재공연(명동예술극장, 26일~3월10일)을 앞두고 서울 명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자신의 연기에 여전히 목말라 했다.
“요즘 재공연 연습을 하면서 그런 면을 많이 느껴요. 로라의 전형적인 캐릭터에 갇히지 않으려 발악했고, 더 섬세하고 예민하게 열려 있으려 했는데 그래도 얄팍했구나 하고요.”
미국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리동물원’은 1930년대 세인트루이스 뒷골목의 한 아파트를 배경으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너져 가는 가족의 모습을 사실주의와 시적 연극이 조화된 ‘회상극’으로 세밀하게 그려낸다. 지난해 한태숙 연출, 명동예술극장 제작의 초연에서 로라의 명장면은 1막 2장이다. 로라가 타자 학원 수업에 매번 빠지고 길거리를 배회하는 사실을 알게 된 엄마 아만다(김성녀 분)가 딸을 거세게 추궁한다. 정운선은 극도로 움츠러들고 공포에 떠는 로라의 여린 심상을 세밀한 표정과 몸동작으로 형상화한다. 두 손을 꼬다 힘없이 떨어트리는 동작을 반복하는 모습이 압권이다.
“어렸을 적 제가 잘못해서 엄마에게 혼났을 때 어떻게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아이들이 꾸중 들을 때 짓는 표정과 동작을 세세히 관찰했어요. 엄마의 질책이 심해질수록 좁아지고 움츠러드는 공간 안에서 숨 쉴 수 있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더라고요. 재공연에선 더 섬세한 것들을 많이 찾아서 로라라는 인물을 풍성하고 생생하게 보여주고 싶어요.”
2008년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정운선은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김종욱 찾기’ ‘블랙 메리포핀스’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며 ‘뮤지컬계 유망주’로 떠올랐다. 2012년 각종 연극상을 휩쓴 ‘목란언니’에서 조목란 역으로 연극계의 주목을 받았고, ‘아워 타운’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등에서 호연을 펼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착실히 다졌다.
“무대에서 배역에 익숙해져 제 자신의 심장이 뛰지 않는 연기를 하는 것을 가장 경계합니다. 다소 투박하고 촌스럽더라도 언제나 살아있고 가슴이 뛰는 ‘날것’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배우가 되려고 합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그만하면 스스로 만족해할 줄 알았다. 배우 정운선(사진)은 지난해 8월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 연극 ‘유리동물원’에서 로라 역을 맡아 열연해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두루 호평받았다. 어릴 적부터 다리를 저는 신체적 결함과 소심하고 연약한 성격으로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20대 초반 여성을 섬세하게 표현해 객석의 공감을 자아냈다. 하지만 ‘유리동물원’ 재공연(명동예술극장, 26일~3월10일)을 앞두고 서울 명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자신의 연기에 여전히 목말라 했다.
“요즘 재공연 연습을 하면서 그런 면을 많이 느껴요. 로라의 전형적인 캐릭터에 갇히지 않으려 발악했고, 더 섬세하고 예민하게 열려 있으려 했는데 그래도 얄팍했구나 하고요.”
미국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리동물원’은 1930년대 세인트루이스 뒷골목의 한 아파트를 배경으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너져 가는 가족의 모습을 사실주의와 시적 연극이 조화된 ‘회상극’으로 세밀하게 그려낸다. 지난해 한태숙 연출, 명동예술극장 제작의 초연에서 로라의 명장면은 1막 2장이다. 로라가 타자 학원 수업에 매번 빠지고 길거리를 배회하는 사실을 알게 된 엄마 아만다(김성녀 분)가 딸을 거세게 추궁한다. 정운선은 극도로 움츠러들고 공포에 떠는 로라의 여린 심상을 세밀한 표정과 몸동작으로 형상화한다. 두 손을 꼬다 힘없이 떨어트리는 동작을 반복하는 모습이 압권이다.
“어렸을 적 제가 잘못해서 엄마에게 혼났을 때 어떻게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아이들이 꾸중 들을 때 짓는 표정과 동작을 세세히 관찰했어요. 엄마의 질책이 심해질수록 좁아지고 움츠러드는 공간 안에서 숨 쉴 수 있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더라고요. 재공연에선 더 섬세한 것들을 많이 찾아서 로라라는 인물을 풍성하고 생생하게 보여주고 싶어요.”
2008년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정운선은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김종욱 찾기’ ‘블랙 메리포핀스’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며 ‘뮤지컬계 유망주’로 떠올랐다. 2012년 각종 연극상을 휩쓴 ‘목란언니’에서 조목란 역으로 연극계의 주목을 받았고, ‘아워 타운’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등에서 호연을 펼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착실히 다졌다.
“무대에서 배역에 익숙해져 제 자신의 심장이 뛰지 않는 연기를 하는 것을 가장 경계합니다. 다소 투박하고 촌스럽더라도 언제나 살아있고 가슴이 뛰는 ‘날것’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배우가 되려고 합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