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보다 싼 코엑스 임대료…시장논리로 전시산업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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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전시회는 홍콩의 3배
평균 참가업체는 3분의 1
유사 행사 많아 제살 깎기 경쟁
바이어·기업 유치 갈수록 저조
출품료 등 현실화로 質 높여야
평균 참가업체는 3분의 1
유사 행사 많아 제살 깎기 경쟁
바이어·기업 유치 갈수록 저조
출품료 등 현실화로 質 높여야
시계, 가방 등 여성용 패션소품을 수출하고 있는 제이에스(JS)쥬얼리는 매년 1500만~20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홍콩, 미국 산업전시회에 참가한다. 하지만 5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국내 전시회에는 몇 년째 불참하고 있다. 이 회사 박제상 대표는 “전시회에 참가해 매번 바이어와 거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전시회는 해외 전시회에 비해 성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제품 개발이나 마케팅 계획 수립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전시회 참가를 꺼리는 중소기업들이 적지 않다. 한국전시산업진흥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86%가 전시회를 가장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꼽았다. 대기업에 비해 자금력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전시회만 한 시장 개척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중소기업들이 국내 전시회 참가를 꺼리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유사·중복 행사 난립으로 전시회 품질 하락
대부분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국내 전시회를 외면하는 이유로 유사·중복 행사의 난립으로 인한 전시회의 품질 하락을 꼽았다. 국내에서 연간 개최되는 전시회는 570여건. 홍콩(160여건)보다 3배 이상 많지만 전시회당 평균 참가 업체는 170개로 홍콩(450개)의 3분의 1 수준이다. 전시회 숫자로만 보면 국내 전시산업이 더 커 보이지만 실상은 규모와 경쟁력에서 상당히 뒤처져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봉석 경희대 컨벤션전시경영학과 교수는 “결국 규모가 작은 전시회는 참여 기업의 수나 제품의 다양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구매력을 갖춘 바이어를 유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행사의 질은 계속해서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사·중복 전시회가 난립하는 가장 큰 원인은 외국에 비해 낮은 전시장 임대료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시장운영자협의회가 2013년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 해외 전시장의 ㎡당 임대료를 비교·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홍콩컨벤션센터(HKCEC)는 5773원, 싱가포르 선텍(SUNTEC)전시장은 6793원, 일본 도쿄빅사이트(Big Sight)는 423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코엑스 임대료는 1860원(2015년 1950원)이었다.
협의회 관계자는 “코엑스의 경우 임대료가 홍콩의 3분의 1 수준이고 심지어 경제 규모가 작은 베트남과 비교해도 40%가량이 싸다”며 “국내에서는 전시장을 공공시설로 보는 시각이 강해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낮고 이로 인해 전시장 임대료의 20~30% 정도만 계약금으로 선납하면 신규 전시회를 쉽게 개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코엑스의 1만368㎡ 전시장 1개 홀을 6일 동안 빌리는 비용은 관리비를 제외하고 1억2130만원. 임대계약 체결 때 내야 하는 계약금은 전체 임대료의 20%인 2426만원에 불과했다. 국내에서 전시장 임대료가 가장 높은 코엑스에서도 2500만원만 있으면 전시장 확보가 가능한 셈이다.
행사 간 제살 깎아먹기식 출품료 경쟁 심화
유사·중복 행사가 늘어나면서 주최자 간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도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사 행사들의 기업 유치 경쟁이 가열되면서 처음부터 출품료(부스비)를 낮게 책정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70~80%까지 출품료를 깎아주는 덤핑판매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 것. 그나마 규모를 갖춰 여는 중대형 행사들조차 유사 행사와의 가격경쟁력 때문에 최소한의 물가상승률이라도 반영한 출품료 인상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 전시 주최사 관계자는 “수익의 80~90% 이상을 차지하는 출품료 수입이 감소하면 결국 바이어 등 관람객 유치를 위한 홍보와 참가 기업이나 바이어의 편의를 위한 각종 서비스 개발에 투자할 여력을 잃게 된다”며 “이런 양상이 지속되면 행사의 질은 물론 해외 전시회와의 경쟁에서도 뒤처지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시 주최사 관계자는 “적정 출품료를 받아 홍보도 적극적으로 하고 기업과 바이어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해 행사의 질을 끌어올리고 싶지만 기업들이 유사 행사와 이것저것 비교하면서 출품료 할인을 요구할 때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털어놨다.
임대료·출품료 현실화, 시장논리로 풀어야
김 교수는 “유사·중복 행사의 난립 문제나 국내 전시회의 질을 끌어올리는 문제는 시장논리로 해결해야 한다”며 “전시장 운영자나 주최사 어느 한편의 문제만 해결한다고 풀리는 것이 아닌 만큼 건전한 시장기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산업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희곤 한림국제대학원대학 교수는 “유사·중복 전시회의 난립을 막고 국내 전시회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전시장 임대료는 물론 전시회의 출품료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며 “전시장 임대료를 인상할 경우 주최자에게 직접적인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전시장 측도 전시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우 한경닷컴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
국내에서 열리는 전시회 참가를 꺼리는 중소기업들이 적지 않다. 한국전시산업진흥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86%가 전시회를 가장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꼽았다. 대기업에 비해 자금력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전시회만 한 시장 개척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중소기업들이 국내 전시회 참가를 꺼리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유사·중복 행사 난립으로 전시회 품질 하락
대부분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국내 전시회를 외면하는 이유로 유사·중복 행사의 난립으로 인한 전시회의 품질 하락을 꼽았다. 국내에서 연간 개최되는 전시회는 570여건. 홍콩(160여건)보다 3배 이상 많지만 전시회당 평균 참가 업체는 170개로 홍콩(450개)의 3분의 1 수준이다. 전시회 숫자로만 보면 국내 전시산업이 더 커 보이지만 실상은 규모와 경쟁력에서 상당히 뒤처져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봉석 경희대 컨벤션전시경영학과 교수는 “결국 규모가 작은 전시회는 참여 기업의 수나 제품의 다양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구매력을 갖춘 바이어를 유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행사의 질은 계속해서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사·중복 전시회가 난립하는 가장 큰 원인은 외국에 비해 낮은 전시장 임대료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시장운영자협의회가 2013년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 해외 전시장의 ㎡당 임대료를 비교·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홍콩컨벤션센터(HKCEC)는 5773원, 싱가포르 선텍(SUNTEC)전시장은 6793원, 일본 도쿄빅사이트(Big Sight)는 423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코엑스 임대료는 1860원(2015년 1950원)이었다.
협의회 관계자는 “코엑스의 경우 임대료가 홍콩의 3분의 1 수준이고 심지어 경제 규모가 작은 베트남과 비교해도 40%가량이 싸다”며 “국내에서는 전시장을 공공시설로 보는 시각이 강해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낮고 이로 인해 전시장 임대료의 20~30% 정도만 계약금으로 선납하면 신규 전시회를 쉽게 개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코엑스의 1만368㎡ 전시장 1개 홀을 6일 동안 빌리는 비용은 관리비를 제외하고 1억2130만원. 임대계약 체결 때 내야 하는 계약금은 전체 임대료의 20%인 2426만원에 불과했다. 국내에서 전시장 임대료가 가장 높은 코엑스에서도 2500만원만 있으면 전시장 확보가 가능한 셈이다.
행사 간 제살 깎아먹기식 출품료 경쟁 심화
유사·중복 행사가 늘어나면서 주최자 간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도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사 행사들의 기업 유치 경쟁이 가열되면서 처음부터 출품료(부스비)를 낮게 책정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70~80%까지 출품료를 깎아주는 덤핑판매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 것. 그나마 규모를 갖춰 여는 중대형 행사들조차 유사 행사와의 가격경쟁력 때문에 최소한의 물가상승률이라도 반영한 출품료 인상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 전시 주최사 관계자는 “수익의 80~90% 이상을 차지하는 출품료 수입이 감소하면 결국 바이어 등 관람객 유치를 위한 홍보와 참가 기업이나 바이어의 편의를 위한 각종 서비스 개발에 투자할 여력을 잃게 된다”며 “이런 양상이 지속되면 행사의 질은 물론 해외 전시회와의 경쟁에서도 뒤처지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시 주최사 관계자는 “적정 출품료를 받아 홍보도 적극적으로 하고 기업과 바이어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해 행사의 질을 끌어올리고 싶지만 기업들이 유사 행사와 이것저것 비교하면서 출품료 할인을 요구할 때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털어놨다.
임대료·출품료 현실화, 시장논리로 풀어야
김 교수는 “유사·중복 행사의 난립 문제나 국내 전시회의 질을 끌어올리는 문제는 시장논리로 해결해야 한다”며 “전시장 운영자나 주최사 어느 한편의 문제만 해결한다고 풀리는 것이 아닌 만큼 건전한 시장기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산업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희곤 한림국제대학원대학 교수는 “유사·중복 전시회의 난립을 막고 국내 전시회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전시장 임대료는 물론 전시회의 출품료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며 “전시장 임대료를 인상할 경우 주최자에게 직접적인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전시장 측도 전시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우 한경닷컴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