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 & Mobile] "전화 걸고 받기도 힘드네"…60대 이상 10%만 스마트폰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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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기자의 IT's U
'디지털 소외'노인, 스마트폰에서'2차 소외'
<1> "밀어서 잠금 해제, 뭘 밀라는 건지…"
인디케이터 진입 복잡해
소리·진동 변경도 어려워
홈버튼을 전원으로 오해도
모바일 강국은 남의 얘기
'디지털 소외'노인, 스마트폰에서'2차 소외'
<1> "밀어서 잠금 해제, 뭘 밀라는 건지…"
인디케이터 진입 복잡해
소리·진동 변경도 어려워
홈버튼을 전원으로 오해도
모바일 강국은 남의 얘기
“이게 맨날 와 이라노?”
설 명절, 이옥념 할머니(77)는 손녀에게 스마트폰을 불쑥 내밀었다. 꺼진 스마트폰을 여전히 잘 켜지 못하는 탓이다. 10년 넘게 폴더폰만 쓰던 할머니는 최근 자녀에게 부탁해 스마트폰 선물을 받았다. 노인정 친구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데 혼자만 폴더폰을 들고 다녀서 부끄러웠다. 스마트폰이 없으니 카카오톡 등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쓸 수 없어 단체 연락에서 소외되기도 했다.
디지털 소외에서 벗어나기 위해 손에 쥔 스마트폰. 그러나 이내 새로운 고립감을 안겨줬다. 이른바 2차 디지털 소외다. 스마트폰 켜는 방법부터 어렵다. 이 할머니는 가장 큰 버튼인 홈 버튼을 길게 눌렀다. 결국 화면은 켜지지 않았다. 상단 작은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손녀의 도움으로 겨우 켜긴 했지만 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밀어서 잠금 해제’라는 글자가 뜨긴 했는데 뭘 밀라는 뜻인지, 얼마나 세게 눌러야 하는지 여전히 막막했다.
스마트폰을 쓰면 외국에 사는 딸과 카톡으로 공짜 문자도 주고받고, 전화도 할 수 있다고 해서 기대가 컸던 이 할머니. “젊은 사람들은 쓰기 쉬운지 몰라도 나이든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모바일 천국은 남의 얘기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지난해 정보격차 실태조사를 보면 지난해 50대 스마트폰 보급률은 51.4%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50대 2명 중 1명은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2010년 1%에서 4년 새 50배 넘게 폭증했다. 10대 스마트폰 보유율은 85.5%, 20대 96.2%, 30대는 94.2%, 40대는 81.3%에 달한다. 대한민국 전체 스마트폰 보급률은 88.7%. 전 국민 10명 중 9명이 스마트 라이프를 즐기는 모바일 천국이 우리나라다. 선진국인 영국(80.0%), 프랑스(71.6%), 미국(69.6%)보다 높다.
그러나 60대 이상 노인층으로 가면 스마트폰 보급률은 10% 수준으로 급락한다. 국가 통계포털에 따르면 우리나라 50대 이상 인구는 약 1400만명. 50대는 650만명, 60대는 400만명, 70대는 250만명, 80대는 100만명 수준이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에 이른다. 최근 국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50대 이상 중장년층을 공략하는 다양한 스마트폰을 내놓게 된 배경이다. 노인층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일하게 스마트폰 보급 여력이 남은 고객층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손에 쥔 노인들. 스마트폰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을까. LG전자는 지난해 중·장년층 스마트폰 사용 실태를 분석했다. 50~70세 중·장년층 6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이용 실태를 두 달여간 조사했다. 이 결과를 반영해 지난해 국내 첫 폴더형 스마트폰 ‘와인 스마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피처폰 사용자 30명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보유자 30명이 조사 대상이었다. 조사 방식은 서면 설문조사와 60명간 집단 토론, 실제 기기를 주고 사용 행태를 따져보는 사용 테스트 등으로 구성됐다.
보고서는 우리 어르신들이 스마트폰 사용에 얼마나 애를 먹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스마트폰을 켜거나 소리·진동 변경을 못 하는 할아버지,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지도 삭제하지도 못하는 할머니, 단순 설정 메뉴 진입부터 배경 이미지 변경법도 모르는 노인까지 스마트폰은 또 다른 ‘개미 지옥’이었다.
“어느 화면을 끌어내리라고?”
남녀 노인 9명에게 스마트폰을 주고 전화 받기와 전화 끊기를 해보라고 요청했다. 전체의 70%가 넘는 6명이 실패했다. 특히 특정 위치로 전화 받기 버튼을 끌어서 옮겨야 하는 사용화면(UI)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다. 젊은이들에게는 익숙한 ‘밀어서 잠금 해제’나 ‘원 밖으로 버튼 이동’이 낮설다고 답했다.
스마트폰 사용자환경(UX) 대명사인 인디케이터 내리기는 10명 중 6명이 실패했다. 인디케이터는 스마트폰 상단 공간을 손으로 누른 상태에서 끌어내리면 나온다. 진동·소리 모드, 와이파이, 화면 밝기, 블루투스, 화면자동 회전 등 자주 쓰는 설정의 현 상태를 보여주고(상태표시), 다른 모드로 바로 전환할 수 있게 해준다. 화면 하단을 위로 쓸어올리면 바탕 위젯이나 화면 디자인을 바꾸는 기초 설정 메뉴로도 바로 진입할 수 있다.
인디게이터 진입 자체가 어렵다 보니 노인 10명 중 8명은 소리·진동 설정 변경에 실패했다. 끌어내린다는 게 어렵고, 상태 표시줄 기능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가장 기본적인 전원 켜기조차 10명 중 2명이 실패했다. 특정 버튼을 길게 누르면 전원을 켤 수 있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홈 버튼을 전원 버튼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각적으로 가장 잘 띄는 탓에 전원을 켜는 만능 버튼처럼 보인 것이다. 실험에 참가한 한 노인은 “인디케이터에 어렵게 들어가도 메뉴에 적힌 아이콘만으로는 무슨 기능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설 명절, 이옥념 할머니(77)는 손녀에게 스마트폰을 불쑥 내밀었다. 꺼진 스마트폰을 여전히 잘 켜지 못하는 탓이다. 10년 넘게 폴더폰만 쓰던 할머니는 최근 자녀에게 부탁해 스마트폰 선물을 받았다. 노인정 친구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데 혼자만 폴더폰을 들고 다녀서 부끄러웠다. 스마트폰이 없으니 카카오톡 등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쓸 수 없어 단체 연락에서 소외되기도 했다.
디지털 소외에서 벗어나기 위해 손에 쥔 스마트폰. 그러나 이내 새로운 고립감을 안겨줬다. 이른바 2차 디지털 소외다. 스마트폰 켜는 방법부터 어렵다. 이 할머니는 가장 큰 버튼인 홈 버튼을 길게 눌렀다. 결국 화면은 켜지지 않았다. 상단 작은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손녀의 도움으로 겨우 켜긴 했지만 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밀어서 잠금 해제’라는 글자가 뜨긴 했는데 뭘 밀라는 뜻인지, 얼마나 세게 눌러야 하는지 여전히 막막했다.
스마트폰을 쓰면 외국에 사는 딸과 카톡으로 공짜 문자도 주고받고, 전화도 할 수 있다고 해서 기대가 컸던 이 할머니. “젊은 사람들은 쓰기 쉬운지 몰라도 나이든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모바일 천국은 남의 얘기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지난해 정보격차 실태조사를 보면 지난해 50대 스마트폰 보급률은 51.4%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50대 2명 중 1명은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2010년 1%에서 4년 새 50배 넘게 폭증했다. 10대 스마트폰 보유율은 85.5%, 20대 96.2%, 30대는 94.2%, 40대는 81.3%에 달한다. 대한민국 전체 스마트폰 보급률은 88.7%. 전 국민 10명 중 9명이 스마트 라이프를 즐기는 모바일 천국이 우리나라다. 선진국인 영국(80.0%), 프랑스(71.6%), 미국(69.6%)보다 높다.
그러나 60대 이상 노인층으로 가면 스마트폰 보급률은 10% 수준으로 급락한다. 국가 통계포털에 따르면 우리나라 50대 이상 인구는 약 1400만명. 50대는 650만명, 60대는 400만명, 70대는 250만명, 80대는 100만명 수준이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에 이른다. 최근 국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50대 이상 중장년층을 공략하는 다양한 스마트폰을 내놓게 된 배경이다. 노인층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일하게 스마트폰 보급 여력이 남은 고객층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손에 쥔 노인들. 스마트폰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을까. LG전자는 지난해 중·장년층 스마트폰 사용 실태를 분석했다. 50~70세 중·장년층 6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이용 실태를 두 달여간 조사했다. 이 결과를 반영해 지난해 국내 첫 폴더형 스마트폰 ‘와인 스마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피처폰 사용자 30명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보유자 30명이 조사 대상이었다. 조사 방식은 서면 설문조사와 60명간 집단 토론, 실제 기기를 주고 사용 행태를 따져보는 사용 테스트 등으로 구성됐다.
보고서는 우리 어르신들이 스마트폰 사용에 얼마나 애를 먹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스마트폰을 켜거나 소리·진동 변경을 못 하는 할아버지,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지도 삭제하지도 못하는 할머니, 단순 설정 메뉴 진입부터 배경 이미지 변경법도 모르는 노인까지 스마트폰은 또 다른 ‘개미 지옥’이었다.
“어느 화면을 끌어내리라고?”
남녀 노인 9명에게 스마트폰을 주고 전화 받기와 전화 끊기를 해보라고 요청했다. 전체의 70%가 넘는 6명이 실패했다. 특히 특정 위치로 전화 받기 버튼을 끌어서 옮겨야 하는 사용화면(UI)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다. 젊은이들에게는 익숙한 ‘밀어서 잠금 해제’나 ‘원 밖으로 버튼 이동’이 낮설다고 답했다.
스마트폰 사용자환경(UX) 대명사인 인디케이터 내리기는 10명 중 6명이 실패했다. 인디케이터는 스마트폰 상단 공간을 손으로 누른 상태에서 끌어내리면 나온다. 진동·소리 모드, 와이파이, 화면 밝기, 블루투스, 화면자동 회전 등 자주 쓰는 설정의 현 상태를 보여주고(상태표시), 다른 모드로 바로 전환할 수 있게 해준다. 화면 하단을 위로 쓸어올리면 바탕 위젯이나 화면 디자인을 바꾸는 기초 설정 메뉴로도 바로 진입할 수 있다.
인디게이터 진입 자체가 어렵다 보니 노인 10명 중 8명은 소리·진동 설정 변경에 실패했다. 끌어내린다는 게 어렵고, 상태 표시줄 기능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가장 기본적인 전원 켜기조차 10명 중 2명이 실패했다. 특정 버튼을 길게 누르면 전원을 켤 수 있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홈 버튼을 전원 버튼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각적으로 가장 잘 띄는 탓에 전원을 켜는 만능 버튼처럼 보인 것이다. 실험에 참가한 한 노인은 “인디케이터에 어렵게 들어가도 메뉴에 적힌 아이콘만으로는 무슨 기능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