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코오롱 회장(가운데)은 24~25일 1박2일 일정으로 충주 김천 구미 등 7개 지방 공장을 점검하는 현장경영에 나섰다. 이 회장이 25일 임직원들과 함께 코오롱인더스트리 김천2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코오롱 제공
이웅열 코오롱 회장(가운데)은 24~25일 1박2일 일정으로 충주 김천 구미 등 7개 지방 공장을 점검하는 현장경영에 나섰다. 이 회장이 25일 임직원들과 함께 코오롱인더스트리 김천2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코오롱 제공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24일과 25일 1박2일 일정으로 충주 김천 경산 구미 등 7개 지방사업장을 찾는 등 현장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침체된 그룹 분위기를 쇄신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신규사업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현장 중시 철학을 갖고 있는 이 회장은 수시로 현장을 돌아보고 있으나 이번처럼 계열사들의 주요 지방사업장을 동시에 방문한 것은 2008년 이후 7년 만이다. 최근 잇따른 악재를 털어내고 새롭게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미래 먹거리 챙기기 잰걸음

이 회장은 지난 24일 경기 여주시 제2영동고속도로 건설현장을 둘러본 뒤 곧바로 코오롱생명과학 충주공장을 찾았다. 퇴행성관절염을 치료하는 바이오신약 ‘티슈진-C’ 개발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티슈진-C는 지난해 국내에서 임상 3상 시험투약을 종료하고 내년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 판매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 신약은 무릎 관절 주사만으로 연골을 재생하는 효능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10년이 넘도록 수천억원을 투자한 이 회장의 집념이 결실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이 회장은 경북 구미와 김천에 있는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글로텍, 코오롱플라스틱 공장을 찾아 유기태양전지, 자동차용 부품소재 등 신소재사업 상황 등을 점검했다. 이 회장은 이곳에서 “남이 가지 않는 길을 선제적으로 나아가 1등으로 도약하자”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코오롱은 자동차 관련 소재 매출이 2조원을 웃돌 정도로 국내에서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에어백은 아시아 1위를 달리고 있고, 자동차 내장재에 쓰이는 고기능성 플라스틱 소재는 국내 대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바스프 솔베이 등과 경쟁하고 있다. 타이어코드 세계 시장 점유율도 20%가 넘는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수소연료전지차 핵심 부품과 소재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유기태양전지 개발도 한창이다. 블라인드 벽지 등에 붙일 수 있는 필름 형태의 태양전지로, 도레이 등 일본 업체들과 대등한 수준의 기술력도 확보했다.

○“제조 혁신으로 역량 키워라”

이 회장은 지방 현장을 둘러보며 제조 혁신을 강하게 주문했다. 그는 “하드웨어가 전부인 것 같은 제조업도 이제는 소프트웨어까지 고려해야 고객의 각기 다른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제조 패러다임으로는 시장을 주도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다.

이 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도 산업 생태계의 변화를 내다보고 대처하는 인더스트리4.0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거처럼 제품을 찍어내듯 생산하는 제조업 시대는 지났고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나가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회장은 “변화의 문이 열렸을 때 앞으로 나아가 반드시 통과하자”고 독려했다.

코오롱그룹은 사물인터넷(IoT)을 제조업에 도입해 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업재편 통한 선택과 집중

코오롱그룹 주력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매출 5조3376억원, 영업이익 1688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1.4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7.1% 줄어든 것이다. 나일론 원사를 생산하는 코오롱패션머티리얼도 2008년 분사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친환경 염색가공 등 고기능성 제품에 주력했으나 중국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코오롱은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사업 재편을 추진 중이다. 주력사업이던 필름사업부문은 중국의 추격에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일부 생산시설을 폐쇄하기로 했다. 패션사업 강화를 위해서는 180여개인 중국 패션매장을 200개로 확대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기로 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