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피자 두 판으로 한 끼 해결할 작은 팀 꾸려라"…글로벌 기업 페덱스 '피자 두 판의 법칙'
스타벅스가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커피의 맛이 경쟁업체들에 비해 월등해서일까. 커피 맛을 좀 안다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임대료가 저렴한 곳에 자리잡아서일까. 사실은 정반대다.

경제 월간지 ‘포브스’의 발행인으로 경영 칼럼니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리치 칼가아드는 스타벅스의 경쟁력을 신뢰와 브랜드, 활기찬 직원과 같은 강점이 소비자들에게 만족스러운 경험을 꾸준히 제공하고 있는 데서 찾는다. 그는 이런 요소들을 ‘소프트 엣지’라고 부른다.

[책마을] "피자 두 판으로 한 끼 해결할 작은 팀 꾸려라"…글로벌 기업 페덱스 '피자 두 판의 법칙'
《소프트 엣지》는 칼가아드가 각 산업 분야에서 수익이나 시장점유율에서 선두를 달리고, 설립된 지 40년 이상 된 기업들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분석하면서 발견한 공통점인 ‘소프트 엣지’에 대해 진술한 책이다. 어떤 조직이 장거리 경주에서 선두를 지키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동력인 ‘소프트한 경쟁력’을 집중 조명한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경영 컨설턴트 톰 피터스는 소프트 엣지가 ‘뛰어난 성과의 단단한 기반’이라며 이렇게 말한다. “소프트한 요소가 직원들의 노력과 상상력을 100% 끌어내고, 고객과 긴밀하게 연계해 함께 성과를 만들어 나가며, 복잡한 결재 절차 없이도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고, 불가피한 실수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칼가아드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예측하고, 혁신과 성공을 보장하는 모델로 ‘균형 잡힌 힘의 삼각형’을 제시한다. 전략적 기초가 밑변을 이루고 양변에 하드 엣지와 소프트 엣지가 자리잡은 정삼각형 모델이다.

시장과 고객 경쟁자 대체재 방해자를 고려해 세워지는 ‘전략적 기초’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명확한 전략적 방향이 없으면 기업은 휘청거린다. 속도와 비용 공급망 물류 자본효율성 등을 최적화하는 ‘하드 엣지’는 복잡한 실행 과업의 지침이 되는 시스템이나 과정을 뜻한다. 초우량기업의 최고경영자(CEO)나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대부분 하드 엣지의 달인들이다.

저자는 하드 엣지의 우세만으로는 시장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필요조건, 즉 경쟁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승리하기에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하드 엣지의 우위는 기술의 발전과 확산으로 금세 따라잡힌다. 지속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소프트 엣지다.

그는 소프트 엣지를 통한 혁신이 없다면, 아무리 훌륭한 전략과 하드 엣지를 가지고 있어도 이내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소프트 엣지는 하드 엣지에 비해 흔히 무시되거나 간과된다. 저자가 정삼각형 모델 중 소프트 엣지의 중요성을 부르짖는 이유다.

칼가아드는 소프트 엣지를 떠받치는 다섯 기둥으로 신뢰, 스마트(smarts), 팀(teams), 기호(taste), 스토리를 꼽고, 각 ‘기둥’에 대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두에 오른 기업들의 사례를 들어 깊이 파고든다.

연간 25억개 이상의 화물을 배달하는 페덱스는 세계 30만여명의 직원을 어떻게 관리할까. 규모가 커지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페덱스는 ‘피자 두 판의 원칙’, 즉 피자 두 판으로 다 같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팀 조직을 지향한다. 군살 없고 다양성을 갖춘 조직이라야 소통이 가능하고, 변화와 위기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소프트 엣지의 관점에서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레스토랑인 ‘모모푸쿠’를 운영하는 데이비드 장은 더 새롭고 더 맛있는 요리를 제공하기 위해 경쟁 레스토랑이 아닌 패션 업계를 분석한다.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접근 방식과 ‘수평적 사고’를 통해 더 매력적인 메뉴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런 스마트함으로 그는 동종 업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속성’이라는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리더의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조직 내부와 고객을 움직여야 한다. 조직 내부에서 신뢰가 무너져 철옹성 같던 기업이 휘청거리는 사례나,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고객의 마음을 잡지 못해 쉽게 사라지는 기업의 사례는 넘쳐난다.

저자는 “이제는 더 이상 기업의 소프트 엣지를 무시할 수 없는 시대”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소프트 엣지에 지속적인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자원과 시간, 관심의 대결에서 하드 엣지에 밀릴 가능성이 크다.

칼가아드는 “기술과 경쟁은 기업들의 높은 성과의 장벽을 계속해서 높이고 있다”며 “그러나 재미있게도 장벽이 높아질수록 신뢰와 스마트함, 팀, 기호, 스토리 같은 오래된 가치가 이전보다 더 중요해진다”고 역설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