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 롯데 회장님의 '노장 투혼'…38년 이사직 유지할까 '눈길'
'국내 최고령 재벌 총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사진)이 거침 없는 경영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922년생인 신 총괄회장은 올해로 94세가 된다. 2013년 말 고관절(엉덩이 관절) 골절상으로 수술을 받은 후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최근 후계구도 정비에 이어 이사직 유지를 추진하며 다시 그룹 내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 롯데쇼핑는 다음 달 20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신 총괄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올린다.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신 총괄회장은 1979년 롯데쇼핑이 설립된 이후 38년 연속 사내이사직을 유지하게 된다. 사내이사 임기는 2년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은 집무실에서 매일 보고를 받으며 그룹 업무를 챙기고 있다"며 "이러한 경영행보를 이어가기 위해 롯데쇼핑 사내이사 임기가 끝나는 올해 재선임안을 주주총회에 상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롯데쇼핑뿐 아니라 롯데제과, 호텔롯데 등 계열사 9곳에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신 총괄회장은 고령의 나이에도 그룹의 현안을 직접 챙겨왔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전까진 홀수 달은 한국에, 짝수 달은 일본에 머무는 이른바 '셔틀경영'을 이어왔다. 셔틀경영을 중단한 후엔 매 주말마다 백화점, 마트, 면세점 등을 불시에 방문하는 현장경영에 나섰다. 2012년 한 해에만 롯데백화점 평촌점과 롯데몰 김포공항,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등 30여개의 매장을 찾았다.

경영행보에 '비상등'이 켜진 것은 2013년 말이다. 당시 숙소 겸 집무실로 쓰고 있는 롯데호텔 방에서 넘어져 고관절에 실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다. 수술을 받은 뒤 약 3주간 입원치료를 받으면서 신 총괄회장이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지난 해 말부터 롯데가(家) 2세 후계구도의 물밑작업을 빠르게 진행하면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0년 만에 지분 경쟁을 재개하면서 후계구도 다지기에 돌입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달 주요 계열사의 이사직과 롯데홀딩스 부회장직에서 해임됐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신 총괄회장이 차남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신 총괄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신 전 부회장의 해임에는 아버지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

신 총괄회장이 적극적인 경영행보를 이어가면서 향후 이같은 후계경쟁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높다.

이 관계자는 "고관절 수술 후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직접 사업장을 둘러보고 중요한 안건을 챙기는 등 문제 없이 경영 활동을 하는 중"이라며 "고령에도 그룹 총수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