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실리콘밸리 키즈, 억만장자 대열 속속 합류
‘실리콘밸리 키즈’로 불리는 미국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대거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인도 전 세계 억만장자 7명 중 1명꼴을 차지하며 글로벌 슈퍼리치의 주류로 급부상했다.

◆1년 새 290명 늘어…25%는 중국인

3일 미국 경제매체인 포브스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재산이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가 넘는 억만장자는 1826명으로, 이들의 재산 총액은 7조50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와 맞먹는다.

올해 조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중국인의 약진이다. 이번에 290명이 새로 억만장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 중 71명(25%)이 중국인으로 가장 많았다. 2위는 미국인(57명)이 차지했고, 인도인(28명)과 독일인(23명)이 뒤를 이었다. 전체 억만장자에서도 홍콩인 55명을 포함하면 중국인이 268명으로 15%를 차지했다.

홍콩의 대표적 재벌인 청쿵그룹의 리카싱 회장이 자산 333억달러로 전 세계 부호 17위에 올랐고,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인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 회장은 지난해 성공적인 기업공개(IPO)에 힘입어 자산가치 227억달러로 33위에 올랐다. 중국 태양광 기업인 한넝그룹의 리허쥔 회장은 211억달러로 38위를 차지했다. 올해 새로 억만장자에 오른 중국 기업인들의 회사가 속한 업종은 의류, 인터넷, 부동산, 철강, 게임, 전자상거래, 제약, 물류 등 다양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도 대거 합류

차량제공 서비스 업체 우버와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 등 스타트업 창업자 23명도 올해 새내기 부호에 이름을 올렸다. 우버 창업자인 트래비스 캘러닉은 회사 가치가 40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개인 재산도 53억달러(283위)로 급증했다. 우버의 첫번째 직원으로 사실상 공동 창업자인 라이언 그레이브스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재산도 14억달러에 달했다.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와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조 게비아 ‘3인방’은 모두 각각 자산 19억달러로 억만장자 클럽에 합류했다. 올해 25세인 스냅챗의 창업자 에번 스피겔은 15억달러의 재산을 가진 최연소 억만장자가 됐다. 한국에선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29억달러(638위),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이사회 의장이 20억달러(949위)로 정보기술(IT)과 게임업계를 대표해 억만장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빌 게이츠, 21년간 16차례 세계 최고 부자

전 세계 부호 1위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최근 21년 동안 16차례 세계 최고 부자 자리를 고수했다. 그는 지난해 자신의 이름을 건 자선재단에 15억달러 규모의 MS 주식을 기부했다. 하지만 여전히 3300만주의 MS 주식을 보유한 그는 최근 1년간 MS 주가가 15% 오르고, 개인 투자회사인 캐스케이드 인베스트먼트가 뛰어난 투자수익률을 기록하며 재산이 오히려 32억달러 늘었다.

한국 기업인 중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13억달러로 110위를 기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72억달러로 공동 185위에 올랐다.

전체 억만장자 가운데 3명 중 2명꼴(65%)인 1191명은 창업 등을 통해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미국프로농구 스타 출신인 마이클 조던도 10억달러의 재산을 보유해 억만장자클럽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여성은 197명으로 10.7%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25명 늘었다. 40대 미만의 젊은 억만장자도 46명 나왔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