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계 첫 상업용 복제견 생산…佛·英서도 기술연수 옵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수암연구원 한경에 첫 공개 - '은둔' 황우석의 10년
동물복제 연구에 매진…올 복제견 200마리 생산
국제 특허 15건 취득
9시간 걸리던 체세포 이식, 2~3분만에 끝낼 수 있어
허망히 무너진 터 위에 재기의 벽돌 쌓겠다
동물복제 연구에 매진…올 복제견 200마리 생산
국제 특허 15건 취득
9시간 걸리던 체세포 이식, 2~3분만에 끝낼 수 있어
허망히 무너진 터 위에 재기의 벽돌 쌓겠다
기자가 지난 7일 찾은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이하 수암연구원)은 서울 구로구 오류동, 나무가 우거진 산비탈에 자리 잡고 있었다. 2012년 경기 용인에서 이곳으로 옮겨왔다. 주위는 인적 없이 조용했다. 외관만 봐서는 5층짜리 건물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동물 복제 상업화에 성공
현관문을 연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가니 ‘개(犬)세상’이 펼쳐졌다. 수암연구원에서 대외업무를 맡고 있는 김훈 부장은 “이 실험견들은 알츠하이머나 당뇨병 같은 질환 유전자가 삽입된 동물로 난치병 연구를 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며 “이곳만큼 동물복제 연구를 일상적으로 하는 곳은 세계에서 흔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종 장기이식, 개와 소·돼지뿐 아니라 코요테·매머드 등의 복제 실험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암연구원에서는 골든리트리버(2007년 3월), 비글(2007년 7월), 중국 사자개인 티베탄 마스티프(2008년 4월), 미국 9·11 테러 당시 인명구조견 트래커(2009년 6월), 코요테(2011년 10월) 등의 복제가 이뤄졌다. 수암연구원에는 반려견 복제를 상용화하기 위한 시설도 있다. 황우석 박사는 “2006년 서울대에서 나온 뒤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연구원을 만들었으나 운영할 예산이 부족했다”며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접고 인간 질병의 치료 모델이 되는 동물복제 연구를 하려 했으나 돈이 없어 상업적으로 개 복제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20마리 정도 의뢰가 들어왔고 올해는 200~250마리를 예상하고 있다”며 “반려견뿐만 아니라 경찰청이나 지방 관공서에서 탐지견 등을 복제해 달라는 의뢰도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방 진복을 입고 따라 들어간 16㎡(약 5평) 남짓한 실험실에서 연구원들은 살아 있는 개의 난자를 직접 채취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난자에서 핵과 극체를 제거한 뒤 복제할 대상의 체세포를 집어넣었다. 황 박사는 “추출한 난자의 유전자 정보를 복제할 유전자 정보로 바꾸는 기술”이라며 “보기에는 간단한 것 같아도 이 기술은 세계에서 한두 곳밖에 할 수 없고, 현재 상용화할 수 있는 곳은 수암연구원뿐”이라고 강조했다.
해외로 수출하는 복제견
황 박사는 복제견 체세포를 이식하는 수술도 직접 보여줬다. 그는 수술실로 들어갔고, 기자는 수술실과 붙어 있는 바깥쪽에서 벽 크기 유리창을 통해 수술 과정을 지켜봤다. 수술실에서 푸른 수술 가운, 모자, 마스크를 쓴 황 박사가 헤드셋에 달린 마이크를 통해 수술 과정을 일일이 설명했다. 우선 어미견의 배를 절개한 뒤 나팔관을 꺼내고 난자에 복제견 체세포를 이식하는 수술이 이뤄졌다.
황 박사는 “예전에는 9시간 걸렸던 이식 과정이 지금은 불과 2~3분 만에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쌓였다”며 “수술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난자의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성공률도 그만큼 낮아진다”고 말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개 복제 기술은 수암연구원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국내 복제기술이 날로 발전해 요즘은 영국 프랑스 연구원들이 와서 기술 연수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식 과정이 끝난 뒤 복제 강아지를 분만하는 또 다른 수술이 이어졌다. 수술 시작 후 10여분 만에 강아지가 태어났다. 막 태어난 강아지는 간호사에게 전달됐다. 인큐베이터에서 조금 뒤 ‘옹알이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황 박사는 “어제 다른 어미견에서 지금 막 태어난 이 강아지와 똑 같은 체세포로 만든 복제 강아지 두 마리가 태어났고, 오늘은 약간 건강이 좋지 않은 다른 어미견에서 똑같은 체세포의 다른 복제 강아지가 태어났다”고 설명했다.
“돈 벌기 위한 동물복제 아니다”
수암연구원은 복제견 사업을 통해 올해 1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개 복제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비영리기관으로 다른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연구자금 조성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수암연구원의 목표는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는 장기를 복제하는 것이다. 쥐의 당뇨병 유전자를 복제 돼지와 개에 이식해 새로운 당뇨병 모델 동물을 개발하고 있다.
황 박사는 지난 10년 동안 수암연구원의 성과에 대해 “국제저널에 47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이 중 15건의 국제 특허를 취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8시간에 걸친 기자와의 만남을 마친 뒤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 내 모 기관과의 공동 연구 건이라고만 언급했다.
그는 떠나면서 “인간 생명의 연장과 가치 있는 삶을 위해 의미 있는 벽돌을 쌓고 싶고, 나로 인해 무너진 터 위에 벽돌을 다시 쌓는 심정으로 살고 있다”며 “2006년 이후 ‘역경과 고통이 없는 인생은 살아볼 가치가 없다’는 글을 매일 오전 읽으면서 나 자신에게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배아(胚芽)줄기세포
정자와 난자가 만난 지 5일쯤 된 배아(수정란)에서 만들어지는 원시(原始)세포.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으로 자란다. 나무의 가운데 줄기에서 가지가 뻗어나가 잎과 열매가 달리는 것과 비슷해 줄기세포라는 말이 붙었다. 난임 치료 후 남은 수정란을 이용하는 것은 ‘수정란 배아줄기세포’, 핵을 뺀 난자와 다 자란 세포를 융합해 만든 복제 배아에서 얻은 것은 ‘복제 배아줄기세포’라고 한다.
이준혁/조미현 기자 rainbow@hankyung.com
동물 복제 상업화에 성공
현관문을 연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가니 ‘개(犬)세상’이 펼쳐졌다. 수암연구원에서 대외업무를 맡고 있는 김훈 부장은 “이 실험견들은 알츠하이머나 당뇨병 같은 질환 유전자가 삽입된 동물로 난치병 연구를 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며 “이곳만큼 동물복제 연구를 일상적으로 하는 곳은 세계에서 흔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종 장기이식, 개와 소·돼지뿐 아니라 코요테·매머드 등의 복제 실험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암연구원에서는 골든리트리버(2007년 3월), 비글(2007년 7월), 중국 사자개인 티베탄 마스티프(2008년 4월), 미국 9·11 테러 당시 인명구조견 트래커(2009년 6월), 코요테(2011년 10월) 등의 복제가 이뤄졌다. 수암연구원에는 반려견 복제를 상용화하기 위한 시설도 있다. 황우석 박사는 “2006년 서울대에서 나온 뒤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연구원을 만들었으나 운영할 예산이 부족했다”며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접고 인간 질병의 치료 모델이 되는 동물복제 연구를 하려 했으나 돈이 없어 상업적으로 개 복제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20마리 정도 의뢰가 들어왔고 올해는 200~250마리를 예상하고 있다”며 “반려견뿐만 아니라 경찰청이나 지방 관공서에서 탐지견 등을 복제해 달라는 의뢰도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방 진복을 입고 따라 들어간 16㎡(약 5평) 남짓한 실험실에서 연구원들은 살아 있는 개의 난자를 직접 채취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난자에서 핵과 극체를 제거한 뒤 복제할 대상의 체세포를 집어넣었다. 황 박사는 “추출한 난자의 유전자 정보를 복제할 유전자 정보로 바꾸는 기술”이라며 “보기에는 간단한 것 같아도 이 기술은 세계에서 한두 곳밖에 할 수 없고, 현재 상용화할 수 있는 곳은 수암연구원뿐”이라고 강조했다.
해외로 수출하는 복제견
황 박사는 복제견 체세포를 이식하는 수술도 직접 보여줬다. 그는 수술실로 들어갔고, 기자는 수술실과 붙어 있는 바깥쪽에서 벽 크기 유리창을 통해 수술 과정을 지켜봤다. 수술실에서 푸른 수술 가운, 모자, 마스크를 쓴 황 박사가 헤드셋에 달린 마이크를 통해 수술 과정을 일일이 설명했다. 우선 어미견의 배를 절개한 뒤 나팔관을 꺼내고 난자에 복제견 체세포를 이식하는 수술이 이뤄졌다.
황 박사는 “예전에는 9시간 걸렸던 이식 과정이 지금은 불과 2~3분 만에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쌓였다”며 “수술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난자의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성공률도 그만큼 낮아진다”고 말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개 복제 기술은 수암연구원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국내 복제기술이 날로 발전해 요즘은 영국 프랑스 연구원들이 와서 기술 연수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식 과정이 끝난 뒤 복제 강아지를 분만하는 또 다른 수술이 이어졌다. 수술 시작 후 10여분 만에 강아지가 태어났다. 막 태어난 강아지는 간호사에게 전달됐다. 인큐베이터에서 조금 뒤 ‘옹알이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황 박사는 “어제 다른 어미견에서 지금 막 태어난 이 강아지와 똑 같은 체세포로 만든 복제 강아지 두 마리가 태어났고, 오늘은 약간 건강이 좋지 않은 다른 어미견에서 똑같은 체세포의 다른 복제 강아지가 태어났다”고 설명했다.
“돈 벌기 위한 동물복제 아니다”
수암연구원은 복제견 사업을 통해 올해 1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개 복제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비영리기관으로 다른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연구자금 조성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수암연구원의 목표는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는 장기를 복제하는 것이다. 쥐의 당뇨병 유전자를 복제 돼지와 개에 이식해 새로운 당뇨병 모델 동물을 개발하고 있다.
황 박사는 지난 10년 동안 수암연구원의 성과에 대해 “국제저널에 47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이 중 15건의 국제 특허를 취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8시간에 걸친 기자와의 만남을 마친 뒤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 내 모 기관과의 공동 연구 건이라고만 언급했다.
그는 떠나면서 “인간 생명의 연장과 가치 있는 삶을 위해 의미 있는 벽돌을 쌓고 싶고, 나로 인해 무너진 터 위에 벽돌을 다시 쌓는 심정으로 살고 있다”며 “2006년 이후 ‘역경과 고통이 없는 인생은 살아볼 가치가 없다’는 글을 매일 오전 읽으면서 나 자신에게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배아(胚芽)줄기세포
정자와 난자가 만난 지 5일쯤 된 배아(수정란)에서 만들어지는 원시(原始)세포.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으로 자란다. 나무의 가운데 줄기에서 가지가 뻗어나가 잎과 열매가 달리는 것과 비슷해 줄기세포라는 말이 붙었다. 난임 치료 후 남은 수정란을 이용하는 것은 ‘수정란 배아줄기세포’, 핵을 뺀 난자와 다 자란 세포를 융합해 만든 복제 배아에서 얻은 것은 ‘복제 배아줄기세포’라고 한다.
이준혁/조미현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