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뭔데"…멱살잡히는 지하철 보안관
지난 12일 0시40분 지하철 5호선 신정역. 방화역 방향으로 달리던 막차 안에서 소란이 벌어졌다. 한 40대 남성이 술에 잔뜩 취해 승객들에게 시비를 걸고 있다는 신고를 받자마자 지하철보안관 최모씨(36)가 출동했다. 하지만 취객은 “너희가 경찰이냐, 뭔데 나에게 조용히 하라고 하냐”고 소리치며 최씨의 어깨와 팔 등을 때렸다. 한참을 설득한 뒤에야 취객은 조용해졌다. 최씨는 “1주일에 두세 번 겪는 일”이라며 “취객을 강제로 전동차에서 내리게 할 방법도 없어 폭행을 당하면서도 말로 설득할 뿐”이라고 털어놨다.

서울시는 각종 범죄와 무질서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지하철보안관 제도를 2011년 9월부터 전국에서 유일하게 시행 중이다. 시는 지난해 12월 기준 149명인 지하철보안관을 2018년까지 35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지하철보안관에게 범죄를 단속할 수 있는 사법권이 없어 범죄 대응에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하철보안관 신분은 서울시 산하 서울메트로(지하철 1~4호선 운영)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운영) 소속 직원이다. 서울지하철경찰대는 범죄 의심자 등이 단속에 반발하거나 폭행을 가할 경우 체포할 수 있지만, 지하철보안관에겐 그런 권한이 없다. 정황상 범행이 의심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신분증을 요구할 수도 없다. 몰래카메라 촬영 등 잘 드러나지 않는 범죄를 단속하기는 더욱 어렵다. 지하철 5호선에서 지하철보안관으로 근무하는 박상혁 씨(35)는 “정황상 몰래카메라를 찍은 것 같아도 승객이 조사를 거부하면 휴대폰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법권이 없다 보니 경찰 출동을 기다리다 범인을 놓치는 경우까지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지하철보안관은 취객 등이 폭행을 하더라도 스스로를 지킬 자기방어권조차 없다. 2012년부터 1호선에서 지하철보안관으로 근무한 손성원 씨(39)는 “지하철보안관이 단속받는 사람의 옷을 잡기만 해도 폭행으로 고소당할 수 있다”며 “하차 조치를 당한 사람들이 불만을 품고 고소하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12년 중앙정부에 지하철보안관에게 사법권을 부여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코레일은 철도안전법을 적용받아 보안요원이 사법권을 갖고 있다”며 “치안 유지를 위해 지하철보안관에게도 사법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민/선한결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