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교' 청계천으로 돌아온다
조선 초기 건설된 서울시 유형문화재 수표교(사진)가 오는 2020년까지 청계천으로 이전·복원된다. 1958년 청계천 복개공사 때 이전된 이후 62년 만에 원래 위치에 돌아오는 것이다.

▶본지 2월23일자 A28면 참조

서울시 문화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수표교 이전 문제를 논의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당시 회의에서 위원들은 “수표교의 석재를 판단한 결과 공학적인 관점으로 이전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 문화재위원회는 앞서 수표교 길이와 높이가 현 청계 2가의 지반에 맞지 않는다는 분석과 관련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석재 훼손을 막기 위해 암석 관련 전문가의 현장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시 문화재위원회는 수표교 이전을 위한 구체적인 복원 계획서를 시 집행부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선 세종(1420년) 때 청계천 수량을 측정하기 위해 지어진 돌다리인 수표교(水標橋)는 조선시대 토목기술을 보여주는 상징성과 역사적 가치가 높아 서울유형문화재 18호로 지정됐다. 1958년 청계천 복개공사 당시 철거돼 잠시 홍제동으로 이전됐다가 1965년 장충단공원으로 옮겨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1년 10월 취임 직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 이뤄진 청계천 복원 과정에서 생태·역사적 관점이 결여됐다”고 비판하며 청계천 재복원을 선언했다. 수표교 이전에 따른 대규모 공사와 장교구역 12지구 등 주변 지역에 대한 보상 등에 8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말 수표교를 원래 위치인 청계2가로 이전하기 위한 기술용역을 진행한 결과 교각의 노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물에 초음파 등을 통과시켜 결함 정도를 판단하는 비파괴 검사를 한 결과 2005년에 비해 교각 상태가 나빠졌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청계천시민위원회는 문화재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이전 결정을 시 문화재위원회로 넘겼다.

황요한 서울시 역사문화재과장은 “시 문화재위원회를 통과했다 하더라도 최종 이전 결정권한은 시장에게 있다”며 “기술적인 사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청계천시민위원회와 시 문화재위원회를 통과한 만큼 수표교 이전은 사실상 확정됐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