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프랜드 직원들이 안마의자 디자인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다. 바디프랜드 제공
바디프랜드 직원들이 안마의자 디자인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다. 바디프랜드 제공
지난해 6월께 바디프랜드 임원 회의실에선 정수기 시장 진출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안마의자 시장에서 국내 1위로 올라선 힘을 발판으로 정수기 사업에 도전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한쪽에선 코웨이나 동양매직 쿠쿠전자 등 쟁쟁한 기업에 맞서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상대가 되겠느냐’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난상토론 끝에 ‘해보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직원이 집을 찾아다니며 제품을 관리해주는 대신 ‘사용자가 스스로 필터를 교체’하는 렌털(대여) 제품으로 차별화하자는 의견이 채택됐다. 그로부터 불과 3개월 만인 지난해 9월 말 바디프랜드는 ‘W’라는 이름의 정수기를 내놨다. TV홈쇼핑 방송에서 ‘대박’이 났다. 2500여건의 주문전화가 첫 홈쇼핑 방송에 밀려들었다.

◆3년 만에 매출 188억원→785억원

'안마의자 렌털' 바디프랜드 매출 매직…"60%만 준비되면 곧바로 실행"
바디프랜드는 생활가전 렌털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조경희 사장이 2007년 설립한 이 회사는 처음에는 중국에서 안마의자를 떼다가 파는 사업을 했다. 장사가 잘되자 2009년 연구소를 만들어 자체 기획한 상품을 내놨다. 2010년 바디프랜드 매출은 188억원이었다.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뒤 판매 방식을 렌털로 바꿨다. 수백만원짜리 고가 안마의자를 월 5만원가량만 내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높은 가격 때문에 구입을 꺼리던 20~30대 젊은 층이 TV홈쇼핑을 통해 주문하기 시작했다. 렌털 도입 3년 만인 2013년 매출은 785억원으로 늘었다.

바디프랜드는 지난해 매출 1450억원(추정치)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85%가량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300억원에 근접한 것으로 추산된다.

◆임원들에게 권한 위임

조 사장은 바디프랜드 지분 46%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이고 대표이사도 맡고 있지만 평소 임원회의에는 참석하지 않는다. 주요 사안에 대해서만 보고를 받고 승인한다. 외부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회사 경영은 임원 9명이 ‘집단 지성’을 발휘하는 회의에서 방향이 결정된다. 임원들이 의사 결정을 내릴 때는 어느 한 사람이 주도하지 않는다. 수평적인 관계에서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한다.

논의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경쟁사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는 플러스 알파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임원회의에서 참석자의 절반 이상이 어떤 사업에 대해 찬성하면 바로 준비에 들어간다.

이 회사 정재훈 전략기획마케팅 팀장은 “완벽하게 준비해서 시작하는 것은 거의 없다”며 “60% 정도만 준비되면 곧바로 실행에 옮긴다”고 말했다. 빨리 움직이는 것이 포인트다. 집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계속 고쳐 나가는 식으로 일한다.

◆영업이익 300억원 근접

회의도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모바일 메신저의 단체 대화방에서 곧바로 논의를 시작한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박상현 이사는 “시장조사를 한다거나 기획안, 발표자료를 만드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동환 부사장(1965년생)을 제외한 나머지 임원들의 나이도 40대 초반이어서 ‘메신저 문화’에 익숙하다.

올해는 매출 목표를 2500억원 이상으로 잡았다. 올 들어 1월 매출이 150억원으로 작년 같은 달 70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안마의자, 정수기, 천연 라텍스 매트리스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