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부모가 관리할 수 있는 앱 ‘네스터’를 만든 국내 벤처기업 마인드퀘이크의 김선혜 대표(맨 오른쪽)가  관람객에게 서비스를 소개해주고 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제공
어린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부모가 관리할 수 있는 앱 ‘네스터’를 만든 국내 벤처기업 마인드퀘이크의 김선혜 대표(맨 오른쪽)가 관람객에게 서비스를 소개해주고 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제공
“세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가 뭔지 아시나요?” 1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시청 1층의 세미나실. 국내 벤처기업 채팅캣의 김용경 대표가 질문을 던졌다. 곳곳에서 “영어” “중국어”라는 답변이 튀어나왔다. 그가 고개를 저으며 “세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는 ‘브로큰 잉글리시(문법에 맞지 않는 영어)’”라고 답한 뒤 영어 교정 서비스인 채팅캣을 소개하자 웃음이 터져나왔다.

○주목 받는 국내 스타트업

매년 3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창조산업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2015’는 새내기 스타트업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미국 내는 물론이고 한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 각국 스타트업이 서비스와 제품을 갖고 와 세계 수준의 투자자와 정보기술(IT) 대기업 관계자 앞에서 첫선을 보인다.

콘텐츠와 기술력을 갖춘 국내 스타트업은 매년 SXSW 현장에서 주목 받고 있다. 올해는 5개 스타트업이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은행권청년창업재단과 함께 이 행사에 참가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려는 시도가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 많았다. 박기범 유아더디자이너 대표는 부스에서 관람객에게 서비스를 설명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유아더디자이너는 소비자가 원하는 구두를 직접 디자인하고 주문까지 할 수 있는 앱이다. 박 대표는 “전 세계 서비스 출시일인 6월을 기다리지 못하고 당장 쓰고 싶다는 관람객이 넘쳐난다”며 “온라인을 오프라인으로 연결한 사업 모델이 SXSW에서도 인정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자카드 미국 본사에서 신용카드 디자인 협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500비디오스는 소상공인 가게의 홍보 동영상을 다양한 상거래 플랫폼에 올리는 모델로 주목받았다. 오스틴 시청에서 열린 한국 스타트업 발표 세션에서 ‘상거래는 곧 신용’ ‘상거래 플랫폼에 동영상을 올리면 신용을 높일 수 있다’는 간결한 논리로 상거래 서비스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국내에서 배달의민족과 제휴해 이미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웨어러블부터 교육 앱까지

세계적 화두인 헬스케어·웨어러블 분야의 스타트업도 참가했다. 자세를 교정해주는 스마트밴드 ‘아키밴드’를 만드는 직토가 대표적이다. 독일의 더치라디오, 미국의 PBS, NY스트리트TV 등 다양한 해외 언론에서 주목했다. 텍사스 메디컬협회, 미국의 의료·스포츠 제품 회사인 언더아머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김도균 직토 프로젝트매니저는 “소프트뱅크벤처스 일본 본사에서 ‘핏비트’의 경쟁 제품으로 아키밴드를 유심히 살펴봤다”며 “향후 다양한 협력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인드퀘이크와 채팅캣 등 모바일·온라인 서비스는 실수요에 기반해 실용성이 뛰어나다는 찬사를 받았다. 마인드퀘이크가 만든 ‘네스터’는 부모가 어린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조절할 수 있는 앱이다. 부모는 어린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관리하고, 어린이는 교육용 콘텐츠를 통해 스마트폰 쓰는 법을 스스로 익힐 수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의 어린이 파트인 ‘넷플릭스 키즈’에서 협업을 제안해왔다.

원어민을 통해 영작문을 교정해주는 채팅캣 서비스는 미국 광고 에이전시 레오 버넷의 한국지사와 협력을 논의했다. 이 회사의 아시아 고객인 코카콜라·맥도날드 등과 콘텐츠 이벤트를 벌이는 방법에 대해서다. 이 회사는 현장에서 틀린 영어를 찾아 제보하는 ‘브로큰 잉글리시’ 이벤트를 진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오스틴=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