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동부그룹, 동부팜한농 매각 추진…제조업은 電子만 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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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철강 이어 농업도 손 떼
내년 9월까지 투자자에 3500억 상환해야
금융 계열사 중심 사업재편 불가피할 듯
내년 9월까지 투자자에 3500억 상환해야
금융 계열사 중심 사업재편 불가피할 듯
▶마켓인사이트 3월22일 오후 5시
동부그룹이 동부팜한농 매각을 추진한다. 반도체와 제철을 포기하고 동부대우전자와 동부팜한농을 중심으로 제조업 명맥을 이어가려던 김준기 회장의 계획이 자금상의 문제로 난관에 봉착했다.
동부팜한농이 매각되면 동부에 남는 제조업체는 동부대우전자 정도밖에 없다. 2013년 국내 재계 18위였던 동부가 매각 등으로 계열사를 대다수 떼어내면서 지난해 30위권으로 밀려난 데 이어 올해는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될 지경에 이르렀다.
◆자금상 문제로 매각 움직임
22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동부는 최근 동부팜한농을 팔기 위해 물밑작업에 들어갔다. 동부팜한농은 동부의 농업 관련 전문 계열사로 연매출 6000억원대의 종자와 작물보호제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동부팜한농 매각을 위해 재무적 투자자(FI)들과 동부그룹이 의견을 교환해왔다”며 “FI들이 동부그룹에서 동부팜한농을 분리하자고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동부그룹 구조조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벌써부터 동부팜한농을 인수하겠다는 회사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동부그룹에서 조만간 가시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부그룹이 동부팜한농 매각에 나서게 된 것은 2013년 9월 동부팜한농이 발행한 35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때문이다. RCPS는 발행한 지 3년이 되는 내년 9월에는 갚아야 한다. 돈을 다시 빌리거나 기업공개(IPO)를 해야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여의치 않다. 최근 한국신용평가가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BB+로 하향 조정해 자금 융통이 어려워진 데다 IPO의 경우 실적 악화와 재무 부담이 심해져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동부팜한농이 RCPS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내년 9월 이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드래그 얼롱(동반 매각 청구권) 조항에 따라 RCPS에 투자했던 FI들이 동부팜한농을 팔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는 시기다. FI들이 빌려줬던 돈이 주식으로 바뀌면서 동부가 현재 갖고 있는 주식(전체의 75%)을 함께 매각할 수 있다. 결국 동부팜한농은 남의 손에 처분을 맡기기 전에 지금 매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전자로 제조업 명맥만 유지하나
동부가 동부팜한농까지 잃게 되면 제조업 계열사로는 동부대우전자 하나만 남는다. 평소 제조업에 애착을 보였던 김 회장은 직원들에게 동부대우전자와 동부팜한농을 중심으로 언젠가는 제조업을 다시 일으키고 싶다고 얘기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이 마지막까지 동부팜한농 매각을 주저하는 이유다.
동부팜한농에 대한 동부의 의지는 확고했다. 동부는 구조조정 와중에도 동부팜한농에 대해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2013년부터 ‘퀀텀점프 2015’라는 목표를 세우고 업무 구조와 프로세스를 재정비하며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지난 1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41% 증가한 785억원, 영업이익은 733% 늘어난 150억원을 기록하며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내기도 했다.
동부팜한농이 매각되면 동부는 사실상 금융 계열사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동부대우전자가 남지만 사업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동부는 2013년 당시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할 때 2017년까지 매출 5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으나 지난해 매출은 2013년(1조7600억원)보다 10% 정도 감소한 1조5000억원대에 그치는 등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동부그룹은 2013년 말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왔다. 2013년 11월 2조7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발표한 뒤 시장에 내놓은 매각 대상 자산을 상당수 처분하거나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수정/박종서/정지은 기자 agatha77@hankyung.com
동부그룹이 동부팜한농 매각을 추진한다. 반도체와 제철을 포기하고 동부대우전자와 동부팜한농을 중심으로 제조업 명맥을 이어가려던 김준기 회장의 계획이 자금상의 문제로 난관에 봉착했다.
동부팜한농이 매각되면 동부에 남는 제조업체는 동부대우전자 정도밖에 없다. 2013년 국내 재계 18위였던 동부가 매각 등으로 계열사를 대다수 떼어내면서 지난해 30위권으로 밀려난 데 이어 올해는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될 지경에 이르렀다.
◆자금상 문제로 매각 움직임
22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동부는 최근 동부팜한농을 팔기 위해 물밑작업에 들어갔다. 동부팜한농은 동부의 농업 관련 전문 계열사로 연매출 6000억원대의 종자와 작물보호제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동부팜한농 매각을 위해 재무적 투자자(FI)들과 동부그룹이 의견을 교환해왔다”며 “FI들이 동부그룹에서 동부팜한농을 분리하자고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동부그룹 구조조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벌써부터 동부팜한농을 인수하겠다는 회사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동부그룹에서 조만간 가시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부그룹이 동부팜한농 매각에 나서게 된 것은 2013년 9월 동부팜한농이 발행한 35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때문이다. RCPS는 발행한 지 3년이 되는 내년 9월에는 갚아야 한다. 돈을 다시 빌리거나 기업공개(IPO)를 해야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여의치 않다. 최근 한국신용평가가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BB+로 하향 조정해 자금 융통이 어려워진 데다 IPO의 경우 실적 악화와 재무 부담이 심해져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동부팜한농이 RCPS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내년 9월 이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드래그 얼롱(동반 매각 청구권) 조항에 따라 RCPS에 투자했던 FI들이 동부팜한농을 팔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는 시기다. FI들이 빌려줬던 돈이 주식으로 바뀌면서 동부가 현재 갖고 있는 주식(전체의 75%)을 함께 매각할 수 있다. 결국 동부팜한농은 남의 손에 처분을 맡기기 전에 지금 매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전자로 제조업 명맥만 유지하나
동부가 동부팜한농까지 잃게 되면 제조업 계열사로는 동부대우전자 하나만 남는다. 평소 제조업에 애착을 보였던 김 회장은 직원들에게 동부대우전자와 동부팜한농을 중심으로 언젠가는 제조업을 다시 일으키고 싶다고 얘기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이 마지막까지 동부팜한농 매각을 주저하는 이유다.
동부팜한농에 대한 동부의 의지는 확고했다. 동부는 구조조정 와중에도 동부팜한농에 대해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2013년부터 ‘퀀텀점프 2015’라는 목표를 세우고 업무 구조와 프로세스를 재정비하며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지난 1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41% 증가한 785억원, 영업이익은 733% 늘어난 150억원을 기록하며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내기도 했다.
동부팜한농이 매각되면 동부는 사실상 금융 계열사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동부대우전자가 남지만 사업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동부는 2013년 당시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할 때 2017년까지 매출 5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으나 지난해 매출은 2013년(1조7600억원)보다 10% 정도 감소한 1조5000억원대에 그치는 등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동부그룹은 2013년 말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왔다. 2013년 11월 2조7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발표한 뒤 시장에 내놓은 매각 대상 자산을 상당수 처분하거나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수정/박종서/정지은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