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미룬 '未生' 취업 사다리 된 대학들
지난달 서울의 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이모씨(24)는 이달에도 캠퍼스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50개 안팎의 공채에서 탈락한 이씨는 졸업 뒤에도 여전히 학교 도서관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대학들이 졸업 후에도 학교 도서관을 떠나지 못하는 미취업 졸업생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대학생 신분을 연장하려는 졸업유예자 등 대학가의 ‘미생(未生)’ 살리기에 나섰다. 이를 위해 졸업유예자를 위한 학기연장 프로그램과 졸업생을 위한 맞춤형 취업컨설팅 과정 등이 잇따라 신설되고 있다.

건국대는 이번 학기부터 졸업유예자를 위한 ‘실전 취업 특강’을 개설했다. 입사 서류작성, 면접기술, 인적성 검사 등 취업 준비에 필요한 핵심 과정을 주로 가르친다. 건국대 관계자는 “졸업유예자들이 단지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 없는 강의를 듣기 보다는 취업에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된 특강”이라고 말했다.

한양대도 올해 1월부터 맞춤형 취업 컨설팅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탄탄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중심으로 취업 정보를 제공한다. 한양대 관계자는 “대기업에 주로 관심을 가졌던 졸업생들이 잘 알지 못했던 강소기업에 점차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숙명여대는 이미 6년째 졸업생과 졸업예정자를 위한 ‘학사 후 과정’을 운영 중이다. 적성에 맞는 직무설정과 대기업 인사담당자를 통한 취업정보 및 기업정보를 제공한다. 또 취업 소개와 인턴 체험 기회까지 준다.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취업성공 패키지 프로그램’(청년층을 위한 취업알선 프로그램)을 도입해 취업률 올리기에 나선 곳도 있다. 동국대는 지난해 2학기부터 미취업 졸업생을 대상으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고용부와 연계해 취업을 알선하거나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취업하면 장려금도 준다. 경희대 역시 이달부터 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올해 취업률이 지난해(전국 4년제 대학 졸업생 평균 54.8%)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앞으로 졸업생과 졸업유예자의 취업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