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서 뇌로 올라가는 혈관을 MRI(자기공명영상) 기기로 찍은 사진. 가장 굵은 혈관이 경동맥이다. GE헬스케어코리아 제공
목에서 뇌로 올라가는 혈관을 MRI(자기공명영상) 기기로 찍은 사진. 가장 굵은 혈관이 경동맥이다. GE헬스케어코리아 제공
날씨가 풀리고 기온이 올라가면서 시나브로 봄이 무르익고 있다. 따뜻한 봄철이면 뇌졸중 등 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급증한다. 낮과 밤의 큰 일교차를 방심했다가 혈관이 막히는 혈관계 질환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환절기 저승사자' 뇌졸중, 경동맥 검사로 예방하세요
특히 중풍이라 부르는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이나 혈관이 터져 생기는 뇌출혈로 발병 빈도가 높다.

통계청의 2014년 사망률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50명이 뇌혈관 질환으로 사망했다. 암(10만명당 149명)에 이어 사망률 2위지만 두 질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에 차이가 크다.

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매년 내시경이나 초음파 검사를 받는 사람도 사망률 2위인 뇌졸중은 갑자기 닥쳐오는 불행으로 생각하기 일쑤다. 심지어 뇌졸중을 조기검진하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건강검진을 하면서 뇌졸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경동맥(頸動脈) 초음파 검사’를 떠올리는 검진자는 드물다.

윤상욱 차움 건강증진센터 삼성분원 원장은 “위·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의 절반만이라도 경동맥 검사를 한다면 뇌졸중 발병률이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경동맥 초음파로 뇌졸중 위험 예측

경동맥(목에서 뇌로 올라가는 가장 큰 혈관)이란 심장에서 나온 대동맥과 뇌혈관을 잇는 혈관으로 목 왼쪽과 오른쪽에 두 개가 있다. 뇌로 가는 혈액의 80%가 이 혈관을 통과한다. 만약 동맥경화(혈관이 막히면서 혈류 장애가 발생하는 질환)가 생겨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뇌졸중이 일어난다. 따라서 경동맥이 얼마나 좁아져 있거나 딱딱해져 있는지를 알면 뇌졸중 발병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

경동맥 초음파는 경동맥의 굳기와 막혀 있는 정도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검사다. 물론 뇌 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 검사를 받으면 훨씬 정밀하게 뇌혈관 상태를 알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싼 데다 과정도 번거로워 검진 목적으로는 잘 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경동맥 초음파 검사만으로도 뇌졸중 발병 가능성을 70~80% 이상 예측할 수 있다. 윤 원장은 “경동맥이 70% 이상 막혀 있다면 1년 이내에 20%, 5년 이내에 50% 정도 뇌졸중이 발병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혈압·고지혈증 있으면 검사받아야

'환절기 저승사자' 뇌졸중, 경동맥 검사로 예방하세요
경동맥은 혈관 내부가 50~60%까지 막혀도 혈류(血流·피의 흐름) 속도가 감소할 뿐, 환자가 인식할 수 있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 때문에 의사들은 혈관 노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50세부터는 뇌졸중 조기검진을 위한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한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환자, 뇌졸중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고위험군으로 적극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윤 원장은 “나이가 40세 이상이면서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람은 대략 2~3년에 한 번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받고, 이상이 발견된 경우에는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등 정밀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동맥 초음파 검사는 비교적 간단하다. 검사 전 금식이 필요 없고, 누운 상태에서 목의 경동맥 부위를 초음파 탐촉자로 검사한다. 쇄골 부위에서 귀 밑까지, 양쪽 모두 검사하는 데 보통 20분 정도 걸린다. 검사 비용은 동네 병원이 6만~10만원, 종합병원은 15만~30만원 선이다. 보험은 적용되지 않는다.

보통 경동맥의 가장 안쪽인 내막과 가운데 부분인 중막의 두께를 재는데 머리 속을 지나는 좌우 한 쌍의 총경동맥(總頸動脈)은 0.8㎜, 내경동맥(뇌로 피를 보내는 동맥)과 외경동맥(얼굴과 두피로 피를 보내는 동맥)으로 갈라지는 분지(分枝) 부위는 1.2㎜를 넘지 않으면 정상이다. 이보다 혈관 두께가 좁거나 혈관이 아예 막힌 ‘색전(塞栓)’일 경우 뇌졸중 위험이 가장 높다.

혈관 한곳에 섬처럼 불쑥 솟은 ‘죽상(粥狀)동맥경화’가 나타나면 금속그물망(스텐트) 삽입 시술 등을 통해 뇌졸중 위험인자를 제거해야 한다. 만약 죽상동맥경화 부위에서 혈전(피떡)이 심장 쪽으로 떨어져 나가 심혈관을 막으면 심근경색, 뇌 혈관을 막으면 뇌졸중 위험이 생기므로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전조 증상 있다면 뇌졸중 대비해야

뇌졸중 조기 발견을 위한 경동맥 초음파 검사가 꼭 필요한 사람이 있다. 머리 속에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일과성 뇌 허혈(虛血)발작’을 경험한 사람과 ‘무(無)증상 뇌경색’ 환자다. 일과성 뇌 허혈발작은 일시적으로 혈관이 막혀 뇌기능 장애가 생기는 것이다.

일시적인 마비, 말하기 장애, 극심한 두통, 시각 장애 등 일반적인 뇌졸중의 증상이 몇 분에서 20~30분까지 진행된 경험이 있다면 뇌졸중 전조 증상으로 봐야 한다. 최상일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이 저절로 녹으면서 보통 30분 이내 사라지는데, 이때 ‘이젠 괜찮겠지’라며 그냥 넘기기 쉽다”며 “이런 증상을 그냥 넘기면 십중팔구 뇌졸중 환자가 되기 쉽다”고 경고했다.

자일스 영국 옥스퍼드대 뇌졸중예방연구소 박사는 뇌졸중 환자 1만여명을 분석한 결과, 일과성 뇌 허혈발작 환자의 약 5%가 1주일 이내에 뇌졸중에 걸렸다고 의학잡지 ‘란셋 뉴롤로지’에 발표한 바 있다.

‘무(無)증상 뇌경색’은 뇌경색이 일어났지만 어떤 증상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다. 혈관이 막혀 뇌 세포가 죽었지만 다행히 죽은 세포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거나 범위가 작아서 마비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 경우에도 뇌경색이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경동맥 초음파 등 정밀검진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평소 숨이 많이 차고, 뚜렷한 이유 없이 기억력이나 사고력이 조금씩 떨어진다면 무증상 뇌경색 가능성이 있으므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도움말=윤상욱 차움 건강증진센터 삼성분원 원장, 최상일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