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28일 홈구장인 광주챔피언스필드에서 ‘현대자동차그룹 오케스트라(HPO)’와 특별한 시즌 개막식을 연다. 드넓은 야구장에서 공연할 수 있는 것은 챔피언스필드에 미국 메이저리그 구장 수준의 음향시설을 갖췄기 때문이다. KIA 구단은 야구장 콘서트와 영화 상영도 기획하고 있다.

경기장이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스포츠만 관람하는 곳이 아니라 첨단시설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올해 프로야구 1군에 합류한 kt 위즈의 홈구장 수원케이티위즈파크는 2만여명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와이파이(무선랜) 시설을 갖췄다. 스마트폰으로 전용 앱을 내려받으면 전국 구장에서 벌어지는 경기 중계를 고화질로 시청할 수 있다.
그래픽=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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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라이벌 SK도 인천 문학구장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도입했다. 팬들은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자신의 좌석을 찾을 수 있으며 지정석에서 음식을 배달해 먹을 수도 있다. 시즌 초반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프로축구도 경기장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포항 스틸러스의 홈구장 스틸야드는 프리미엄석과 VIP석, 테이블석 등을 설치해 관전 편의를 개선한 결과 3년4개월 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그동안 마케팅에 소극적이었던 다른 구단도 경기장을 활용한 수익모델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프로구단의 숙원인 재정 자립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kt 구단과 수원시의 ‘윈윈 전략’

이숭용 kt 위즈 타격코치는 지난 14일 두산 베어스와의 시범경기 첫날 라커룸에서 나오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수원케이티위즈파크’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탄생한 수원야구장에 2만여명의 관중이 들어찬 것. 수원 야구의 산증인인 그는 수원야구장에서 비운의 팀 현대 유니콘스를 이끌었다. 2000년대 초반 한국시리즈를 잇달아 제패했지만 열악한 시설의 수원야구장엔 빈자리가 더 많았다. 그는 “구름처럼 몰려든 관중을 보고 전율을 느꼈다”고 말했다.

수원야구장은 공사비 337억원(수원시 300억원, kt 37억원)을 들여 새롭게 단장했다. 국내 최초로 자연광에 가까운 플라즈마 조명을 설치했고 메이저리그식 더그아웃과 불펜, 라커룸도 마련했다. 경기장 곳곳에는 와이파이 시설이 설치돼 2만여명이 동시에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수원야구장의 변신 뒤에는 수원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수원시는 새로 단장한 야구장을 kt에 장기 임대했다. 광고권, 식음료 판매권도 kt가 갖는다. 25년간 무상 임대할 계획이었으나 법률적인 문제로 5년 단위 연장 방식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지방자치단체는 프로구단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홍보 효과를 얻고, 구단은 경기장의 안정적·효율적 활용을 통한 마케팅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윈윈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프로구단 자생의 조건, 경기장 장기 임대

IT 옷 입은 프로 스포츠, 스마트한 진화
수원야구장과 달리 서울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LG 트윈스·두산 베어스와 목동야구장을 사용하는 넥센 히어로즈는 적극적인 경기장 마케팅을 펼치기 어렵다.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야구장은 민간이 운영할 수 있는 체육시설업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가 야구장을 소유하면서 각 구단에 임대 또는 관리 위탁하는 방식이다.

LG와 두산은 3년 단위로 서울시와 야구장 사용을 계약한다. 야구장 펜스에 부착된 광고에서 나오는 연간 103억원의 수익금은 모두 서울시 몫이다. 프로구단이 잠실구장에 장기 투자를 하기 어려운 이유다. 목동구장을 빌려 쓰는 넥센은 일일 임차 방식으로 경기장을 빌려 쓰는 ‘하루살이’ 처지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5년 이상 경기장 위탁운영권을 확보한 곳은 KIA 타이거즈, SK 와이번스, kt 등 3개뿐이다. 내년 완공되는 대구 신축 구장을 장기 임대하는 삼성을 제외하면 6곳이 길어야 3년 단위로 위탁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프로구단이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미국 메이저리그처럼 자립하려면 장기 임대를 바탕으로 한 마케팅이 필수라고 구단들은 설명한다. 메이저리그 구단 수입에서 경기장 수입은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뉴욕 양키스는 2009년 홈구장인 양키스타디움을 새로 지어 개장했다. 땅은 뉴욕시가 제공하고 15억달러의 건설비는 구단이 댔다. 양키스 구단이 뉴욕시에 내는 토지 사용료는 40년간 400달러, 연간 10달러에 불과하다. 대신 구단은 과감한 투자로 경기장을 지역 명물로 만들었고 관광·숙박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문체부, 경기장 장기 임대 법안 추진

문화체육관광부는 경기장을 장기 임대할 수 있도록 스포츠산업진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장 장기 임대가 프로팀 자립의 전제 조건이라는 판단에서다. 구단이 25년까지 경기장을 위탁·관리하면서 개·보수와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경기장 사용료 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문체부는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의원입법을 발의토록 추진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에 프로스포츠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프로스포츠 자생 방안을 고민해왔다”며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를 빼면 프로구단과 자자체 모두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어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올해 안에 통과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최만수/김보영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