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심 끝에 중국이 주도해온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를 확정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왕 방향을 정했다면 이제부터는 창설 실무협상에 적극 임해 최대한의 지분과 창립국 프리미엄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미국 일본 등이 크게 우려해온 중국의 과도한 주도권을 견제할 방안도 다각도로 마련해야 한다. 중국과의 협상뿐만 아니라 인도 등 역내 주요 참가국이나 영국 프랑스 독일과도 협력할 일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아시아를 더 개발하자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수원국 중국이 강력한 원조국으로 나서려는 의욕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더구나 달러를 기반으로 미·일·유럽이 협력해 구축한 국제금융질서에 위안화가 일종의 도전장을 던진 상황이다. 한국이 동참하기로 했지만 AIIB를 둘러싼 논란들은 여전하다. 협정문 작성 과정에서 최대한 해소돼야 한다.

우리의 관심사는 단지 지분 6%나 이사국 지위 확보 같은 것이 아니다. 중국이 의장국에다 본부까지 다 가질 수는 없다는 차원만도 아니다. AIIB가 국제사회의 큰 원칙이나 가치들과 부합하는 게 관건이다. 가령 북한의 개혁·비핵화가 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이 AIIB를 내세워 북한을 개발하겠다고 나서는 경우다. 당연히 비핵, 개방을 유도하는 국제사회의 노력과 공조하는 AIIB여야 한다. 그런 내용이 설립과정에서 어떻게든 논의되고 협정문에도 명문화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