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향기] 스위스 시계에 가려져 있던 일본 시계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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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표준전파·無배터리 등
독특한 기능으로 무장
아베노믹스 엔저 후광도 톡톡
세이코 매출 5년 새 2.4배로↑
독특한 기능으로 무장
아베노믹스 엔저 후광도 톡톡
세이코 매출 5년 새 2.4배로↑
“몇 년 전까지 일본 시계는 10만엔(약 93만원)이라는 ‘유리천장’에 갇혀 있었습니다. 중저가 제품에서의 강점이 워낙 부각되다 보니 10만엔을 넘는 고가 모델은 잘 안 팔렸다는 뜻이죠. 요즘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수십만엔을 넘나드는 시계들도 잘 나갑니다.”
일본 시계회사 세이코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스위스 바젤에서 지난 26일(현지시간) 폐막한 세계 최대 시계박람회 ‘바젤월드’에서 만난 그는 “스위스 시계가 따라할 수 없는 신기술을 과감하게 도입해 일본 시계만의 길을 찾은 것이 유리천장을 깬 비결”이라고 말했다. 세이코는 올 바젤월드에서 총 26종의 신상품을 쏟아냈다. 업계 전문가들에게 가장 주목받은 ‘아스트론 GPS 솔라 듀얼타임’은 이 관계자가 말한 일본 시계의 강점을 잘 보여주는 제품이다. 이 시계는 시간을 맞출 필요가 없다. 지구 어디에 있든 버튼만 한 번 누르면 위성항법장치(GPS) 신호를 수신해 정확한 현지시간을 알아서 맞춘다. 배터리를 교체할 필요도 없다. 태양이나 전등의 빛을 동력으로 전환하도록 설계돼 배터리가 아예 들어있지 않다.
스위스에 밀려 쇠락하던 일본 시계가 부활하고 있다. GPS, 표준전파, 태양광 충전 등 유럽 시계들이 시도하지 못하는 기능으로 무장한 차별화 전략이 먹혀든 것이다. 여기에 2012년 말 본격화된 ‘아베노믹스’의 엔저 기조로 일본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까지 높아지면서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 시계업체들은 신모델이 나올 때마다 제품 가격을 기존보다 조금씩 낮추는 등 엔저 효과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 스위스 시계업체들이 최대 시장인 중화권 매출 급감에 스위스프랑 환율 급변으로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일본시계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시계 수출액은 2012년 1058억엔에서 지난해 1413억엔으로 2년 새 33.5% 급증했다. 간판기업인 세이코의 시계부문 매출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645억엔까지 감소했다가 지난해 1550억엔으로 5년 만에 2.4배로 뛰었다.
이시마루 테루요 세이코 전무는 “2012년 처음 출시한 GPS 솔라 워치의 전 세계 판매량이 2013년 1만개를 돌파한 데 이어 작년엔 수만개로 늘었다”며 “회사의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라고 말했다. 올해 GPS 솔라 워치 신상품에는 해외 방문이 잦은 사람에게 유용한 듀얼타임(모국과 여행국의 시간을 함께 보여주는 기능)을 넣고, 가벼운 티타늄 소재를 써 착용감을 높였다. 한국에는 300만원대 정도에 출시될 예정이다.
카시오와 시티즌도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올 바젤월드에서 시티즌은 최단 3초에 위성신호를 받게끔 수신 속도를 개선한 ‘에코드라이브 새틀라이트 웨이브 F900’을 선보였다. 웬만한 충격에는 흠집이 나지 않도록 내구성을 높인 슈퍼 티타늄 소재를 도입했다.
카시오도 TV나 라디오 시보에 쓰이는 표준시간 전파를 잡아 시간을 맞추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야지마 요시 시티즌 마케팅 책임자는 “일본 시계는 오랫동안 시계 제조의 기술적 측면에 집중했지만 최근에는 사용자들의 편리성을 높이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시계산업의 ‘빅3’로 꼽히는 세이코, 시티즌, 카시오는 이런 차별화 전략을 통해 초고가 스위스 시계와 저가 패션시계 사이의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 김민수 삼정시계 이사는 “비슷한 가격대의 스위스산과 비교해 까다로운 품질 검사를 거치고 마감 처리가 꼼꼼하다는 것이 일본 시계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세이코의 경우 한국에서도 100만원 초반대의 ‘프리미어’ 라인부터 600만~800만원을 호가하는 ‘그랜드 세이코’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이버 워치 ‘프로스펙스 마린마스터’ 신제품은 수심 1000m 상당의 수압을 견딜 수 있다고 표시됐지만 실제로는 3000~4000m까지 견딜 만큼 내구성이 뛰어나다.
바젤=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일본 시계회사 세이코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스위스 바젤에서 지난 26일(현지시간) 폐막한 세계 최대 시계박람회 ‘바젤월드’에서 만난 그는 “스위스 시계가 따라할 수 없는 신기술을 과감하게 도입해 일본 시계만의 길을 찾은 것이 유리천장을 깬 비결”이라고 말했다. 세이코는 올 바젤월드에서 총 26종의 신상품을 쏟아냈다. 업계 전문가들에게 가장 주목받은 ‘아스트론 GPS 솔라 듀얼타임’은 이 관계자가 말한 일본 시계의 강점을 잘 보여주는 제품이다. 이 시계는 시간을 맞출 필요가 없다. 지구 어디에 있든 버튼만 한 번 누르면 위성항법장치(GPS) 신호를 수신해 정확한 현지시간을 알아서 맞춘다. 배터리를 교체할 필요도 없다. 태양이나 전등의 빛을 동력으로 전환하도록 설계돼 배터리가 아예 들어있지 않다.
스위스에 밀려 쇠락하던 일본 시계가 부활하고 있다. GPS, 표준전파, 태양광 충전 등 유럽 시계들이 시도하지 못하는 기능으로 무장한 차별화 전략이 먹혀든 것이다. 여기에 2012년 말 본격화된 ‘아베노믹스’의 엔저 기조로 일본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까지 높아지면서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 시계업체들은 신모델이 나올 때마다 제품 가격을 기존보다 조금씩 낮추는 등 엔저 효과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 스위스 시계업체들이 최대 시장인 중화권 매출 급감에 스위스프랑 환율 급변으로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일본시계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시계 수출액은 2012년 1058억엔에서 지난해 1413억엔으로 2년 새 33.5% 급증했다. 간판기업인 세이코의 시계부문 매출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645억엔까지 감소했다가 지난해 1550억엔으로 5년 만에 2.4배로 뛰었다.
이시마루 테루요 세이코 전무는 “2012년 처음 출시한 GPS 솔라 워치의 전 세계 판매량이 2013년 1만개를 돌파한 데 이어 작년엔 수만개로 늘었다”며 “회사의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라고 말했다. 올해 GPS 솔라 워치 신상품에는 해외 방문이 잦은 사람에게 유용한 듀얼타임(모국과 여행국의 시간을 함께 보여주는 기능)을 넣고, 가벼운 티타늄 소재를 써 착용감을 높였다. 한국에는 300만원대 정도에 출시될 예정이다.
카시오와 시티즌도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올 바젤월드에서 시티즌은 최단 3초에 위성신호를 받게끔 수신 속도를 개선한 ‘에코드라이브 새틀라이트 웨이브 F900’을 선보였다. 웬만한 충격에는 흠집이 나지 않도록 내구성을 높인 슈퍼 티타늄 소재를 도입했다.
카시오도 TV나 라디오 시보에 쓰이는 표준시간 전파를 잡아 시간을 맞추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야지마 요시 시티즌 마케팅 책임자는 “일본 시계는 오랫동안 시계 제조의 기술적 측면에 집중했지만 최근에는 사용자들의 편리성을 높이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시계산업의 ‘빅3’로 꼽히는 세이코, 시티즌, 카시오는 이런 차별화 전략을 통해 초고가 스위스 시계와 저가 패션시계 사이의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 김민수 삼정시계 이사는 “비슷한 가격대의 스위스산과 비교해 까다로운 품질 검사를 거치고 마감 처리가 꼼꼼하다는 것이 일본 시계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세이코의 경우 한국에서도 100만원 초반대의 ‘프리미어’ 라인부터 600만~800만원을 호가하는 ‘그랜드 세이코’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이버 워치 ‘프로스펙스 마린마스터’ 신제품은 수심 1000m 상당의 수압을 견딜 수 있다고 표시됐지만 실제로는 3000~4000m까지 견딜 만큼 내구성이 뛰어나다.
바젤=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