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한국 미래 좀먹는 대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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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위한 개혁 등돌려 외면하고
위임받은 임무 아닌 사익을 우선
주인의식 갖고 미래 위한 결단을
유지수 < 국민대 총장·경영학 jisoo@kookmin.ac.kr >
위임받은 임무 아닌 사익을 우선
주인의식 갖고 미래 위한 결단을
유지수 < 국민대 총장·경영학 jisoo@kookmin.ac.kr >
![[다산칼럼] 한국 미래 좀먹는 대리인들](https://img.hankyung.com/photo/201504/AA.9775617.1.jpg)
기업 경영에서도 대리인 문제가 불거진다. 주주는 이익추구를 위해 경영진에게 기업을 맡긴 것인데 경영진이 사적인 이익을 위해 딴짓을 한다면 주주로서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주주의 이익을 희생시키면서까지 경영진이 이득을 취할 때 문제는 심각해진다. 미국처럼 분기별로 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환경에서는 대리인 문제가 구조적으로 발생한다. 연구개발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성과가 나는 투자 결정을 피하게 되고, 결국 기업은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정부가 4대 구조개혁에 힘을 쏟고 있다. 반발이 심한 분야가 공공 부문과 노동 부문이다. 특히 공무원연금 개혁이 ‘뜨거운 감자’다. 사실 공무원연금 개혁 얘기가 나온 것은 오래전이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추진됐지만 끝내 개혁엔 실패했다. 공무원연금은 지난해 기준 하루에 68억원의 적자가 났다고 한다. 내년이면 하루 100억원을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들이 공무원의 노후를 위해 하루 100억원을 지급해야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바로잡히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이런 것이 바로 대리인 문제인 것이다. 우리의 대리인들이 국가를 위한 조치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개혁 부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노동개혁의 주요 과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및 임금피크제 도입 확산이다. 과거에는 중견·중소기업 임금이 대기업 임금의 75%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55%밖에 안 된다. 젊은이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중소기업에 가라”는 권유라고 한다. 젊은이들은 왜 자신들이 희생해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중소기업의 장점을 꼽으며 설득해도 안 된다. 문제는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우수 인력이 중소기업 가기를 꺼리니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은 공염불일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는 노동법 제정 당시부터 지적돼 왔지만 고쳐지기는커녕 더욱 악화되는 느낌이다. 국익 실현은 뒷전이고 국민에게 당장 욕먹지 않는 일만 하려는 대리인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이 반대하면 결정을 뒤로 미루고 보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습관처럼 돼 버린 느낌이다. 국민화합과 소통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서 말이다. 실제로는 다음 정권에 그에 따른 부담을 떠넘기고서는 숨어서 미소 짓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유지수 < 국민대 총장·경영학 jisoo@kookmin.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