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에 참석한 이완구 총리(오른쪽 세번째)와 각 부처 장관.
국무회의에 참석한 이완구 총리(오른쪽 세번째)와 각 부처 장관.
정부가 이달부터 부처 장·차관들의 언론 인터뷰 실적을 점수화해 장관 업무평가 순위에 반영한다. 대(對)국민 국정 홍보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국정 홍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차관 인터뷰 실적이 부처 평가 점수에 반영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말 정부업무평가 점수에 장·차관의 언론 인터뷰 실적 횟수를 반영하겠다는 공문을 각 부처에 보냈다”고 3일 밝혔다. 정부업무평가는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매년 중앙행정기관별 핵심 과제 추진 성과와 정책관리 역량을 평가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홍보 관련 평가 항목에 기관별 총점만 반영했다. 앞으로는 기관을 넘어 장·차관들의 언론 인터뷰 실적을 점수화해 순위를 매기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달부터 집계되는 장·차관 인터뷰 실적 현황은 문체부 국민소통실이 총괄한다. 이와 함께 문체부는 기관 홍보 역량 평가 점수도 지금보다 두 배 늘리는 등 부처업무평가 시 홍보가 차지하는 점수 비중을 크게 높일 방침이다.

지난달 문체부의 국정 홍보를 담당하는 차관보(1급) 직위가 신설된 뒤 나온 첫 작품이다. 국정 홍보 관련 1급 실장급 이상 자리가 마련된 것은 이명박 정부에서 국정홍보처가 폐지된 이후 처음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때 국정홍보처가 정부가 아닌 ‘정권 홍보’를 하고 기자실 통폐합 등 언론 탄압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폐지했다.

하지만 국정홍보처를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은 이명박 정부 내내 계속됐다. 국정 홍보 기능이 각 정부 부처로 분산되면서 전반적인 국정 기조나 대형 국책사업 등에 대한 홍보와 여론수렴 기능이 약화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벌어진 광우병 파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백용호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자신의 저서에서 “국정홍보처를 없앤 것이 이명박 정부의 최대 실수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도 국정홍보처를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됐다. 박 대통령도 지난해부터 “국민이 모르는 정책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수차례 대국민 홍보를 강조하고 있다. 문체부가 국정 홍보 차관보를 신설하고, 장·차관들의 언론 인터뷰 실적 순위를 매기겠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문체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정부 부처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단순히 인터뷰 횟수로 홍보 역량을 평가하는 것에 대해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장관 인터뷰 일정을 잡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종섭 행자부 장관은 올 들어 일곱 차례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교육 분야는 민감한 문제가 많아 인터뷰에서 자칫 잘못 거론하면 파장이 커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올해 인터뷰 횟수는 다른 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6회다. 지난해 12월 이후 한 차례도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오는 9일 언론 합동 인터뷰를 할 예정이다.

반면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올 들어 언론과 한 인터뷰는 18회에 달한다. 여가부 관계자는 “미니 부처인 여가부의 정책을 알리기 위해 장관이 적극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같은 기간 23번 언론 인터뷰를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다른 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현장과 가까운 업무가 많고 대국민 홍보를 많이 해왔기 때문에 정부의 이번 공문에 별로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강경민/백승현 기자 kkm1026@hankyung.com